@소통잡화점 838
<낮은 수준에 중독되다>
1.
“저, 사장님. 이 집은 김치찌개가 너무너무 맛있어요. 저렇게 31가지 메뉴 다 하시지 말고, 김치찌개 전문으로 세팅을 바꿔보시면 어떨까요?”
/“아, 괜찮아요. 지금도 잘 굴러가는데요, 뭘.”
큰 맘 먹고 오지라퍼 출동하지만, 오늘도 실패다. 남일에 참견말고 꾹 참았어야 하나, 좋은 의견 듣지 않는 사장님이 잘못인가 온갖 생각이 스친다.
2.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자기를 파악하는 자기객관화가 핵심이다. 보통은 실제보다 자신을 좋게 보기 마련이다. 샤워하고 말끔해진 거울 속 모습에, 이만하면 나도 꽤 쓸만하다는 착각에 빠지면 안 된다. 까딱 잘못하면 강물에 빠져 나르시소스처럼 꽃 한 송이로 피어나는 수가 있다.
사람은 남에게 엄격하고 자기에게 관대한 법이다. 남은 실제보다 낮게 깎아내리고, 자신은 허황되게 부풀려서 바라본다.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잠시 영혼이탈하여 자기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봐야 한다. 남이라고 생각하면 어떤 평가를 내릴지 잘 따져봐야 한다.
3.
과대평가 못지않게 과소평가도 문제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면 어느새 자신감도 허공 속으로 사라진다. 더 잘할 수 있는데도 지금 위치에 만족한다. 안빈낙도 선비의 삶이라고 우겨보지만, 남 보기에는 도전을 피해 동굴 속에 소심하게 웅크린 모습이다.
서커스장의 코끼리는 덩치가 산만해진 뒤에도 얌전하게 주인의 명령을 따른다. 5만 볼트 전기울타리로 막아도 통제할 수 있을까 말까 싶은 크기지만, 발목의 가느다란 밧줄에 묶인 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 어릴 때 한두 번 몸부림치고 실패한 뒤로, 어느새 자포자기에 익숙해져 버렸다. 학습된 무기력이다.
4.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중독은, 낮은 수준의 삶에 집착하는 태도예요.”
보도 셰퍼는 배우고 성장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송곳 같은 한마디를 날린다. 지금보다 잘되면 무조건 본인에게 유리한데도, 왜 제자리에서 가만히 머무르는 것일까.
그들은 노력해도 잘될 리 없다는 비관적 체념에 빠져있다. 더 나아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가두고 있다. 한 가지 더 있다. 구태여 성장하지 않아도 지금의 일상이 그리 아쉽다고 느끼지 않아서다.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는데, 귀찮게 새로운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
5.
세상 모든 갑들은 그런 식으로 을들을 중독시키려 한다. 서커스장의 코끼리처럼 고분고분 통제를 따르며 시키는 일만 잘해주길 바란다. 당신이 성장하고 발전하여 전투력이 강해지길 원치 않는다.
술이나 담배에 중독된 뒤 자기 힘으로 악마의 유혹을 끊어내는 위대한 사람이 가끔 있다. 주위사람들이 모두 독한 사람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그런 결심이 필요하다. 지금껏 내 발목을 잡아온 그 낮은 수준의 삶에 대한 중독을 과감히 떨쳐내고, 의연히 일어서야 한다. 김치찌개 전문점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