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1
<가성비 한 마디에 무너지는 인간관계>
1.
식사 대접받을 일이 있어서 누군가를 만난다. 골목길 안으로 꼬불꼬불 들어가 간판도 없는 어느 점포로 들어간다.
알려지지 않은 맛집일까 싶어 잔뜩 기대한다. 그러다 상대의 말 한마디에 김이 팍 샌다.
“이 식당이 근처에서 가성비가 제일 좋은 집이에요.”
2.
당신 역시 남에게 이런 멘트를 꺼냈을 수 있다. 별생각 없이 꺼낸 한마디에 상대방은 기분이 상한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대가 본인 지출을 줄이기 위해 나에게도 이런 수고를 일방적으로 강요했다고 생각한다.
설사 정말 가성비 좋은 식당을 골랐더라도 얼마든지 다르게 말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아쉽다. “제가 정말 아끼는 분만 모시고 오는 숨은 맛집이에요.”
‘가성비’라는 단어는 정말 최악이다. 그 말의 영향력은 오늘의 식사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 이후 만날 때마다 상대가 늘 비용의 관점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선입견이 생긴다.
물론 자선사업이 아닌 이상 효율을 고려하지 않는 이는 아무도 없겠지만 대놓고 저런 단어를 입에 올리면 그 정도가 너무 심할 수도 있겠다 싶다.
3.
“나도 할 수만 있으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들 만나고 싶지. 내가 그 정도가 안되는데 어떡해. 남들처럼 나도 내 처지에 맞는 대상 중에서 짝을 찾았고, 그중에 네가 제일 마음에 들었어.”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온 에피소드다. 남성이 여성에게 쿨한 척 팩트폭행을 하고 있다. 아무리 뻔한 내용이라도 눈앞의 특별한 존재에게 이런 말을 또박또박 듣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대방 마음을 얻으려면 어느 정도의 포장도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니 말이다.
“요새 화장품이 왜 그렇게 비싸. 그나마 좀 저렴하길래 하나 샀으니까 한번 써봐.” 출장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립스틱 사고 이렇게 말하고 싶을까. “당신 피부톤에 딱 어울리겠다 싶어서 하나 사긴 했는데 잘 샀나 모르겠네.” 훨씬 낫다. 오는 길에 주웠다는 농담은 당연히 금지다.
4.
“이렇게 비싼 물건을 선물하다니 너무 고마워.”
“아니야, 이월상품 할인행사에 내가 가진 쿠폰까지 썼더니 엄청 싸게 샀어.”
제발 그러지 좀 말자. 비용을 적게 지출했다고 하면 상대가 마음의 부담을 덜겠거니 착각하기 쉽다. 없는 살림에 큰 결심 했다고 말해야 감동이 배가 된다.
휴가지를 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요즘 환율 추세를 따져보니까 그 시기에는 이 지역으로 가면 제일 저렴해.” 당신 멘트가 저렴해질 뿐이다.
“이 나라 꼭 가보고 싶어 했잖아. 더 늦기 전에 다녀오면 좋겠다 싶더라고.” 정말 그런 말이 오가지 않았어도 크게 상관없다. 무슨 결정을 하든 늘 나를 떠올리며 고려한다는 그 마음 씀씀이가 심금을 울린다.
5.
사람은 가격표가 붙은 ‘상품’이 아니다. 비록 머릿속에서 최대한 가성비를 고려해 선택했다 쳐도 상대를 위한 멘트를 고민하는 정성이 중요하다.
상대라고 그 결정과정을 왜 모르겠는가. 몰라도 속고 알아도 속아주면서 인간관계는 더 돈독해진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
*3줄 요약
◯가성비를 강조하면 상대는 효율적 관리의 대상이 되었다고 느낀다.
◯같은 선택이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 상대방의 느낌은 완전히 달라진다.
◯진심 어린 포장과 배려 있는 멘트가 인간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