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2
<숫자에 속지 말고 데이터 너머의 사람을 보라>
1.
“혈압이 너무 높네요, 약을 더 늘릴게요.”
이런 식으로 진찰하는 의료진은 피하고 싶다. 물론 눈앞의 숫자가 높게 나온 사실은 팩트이니 그 자체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관건은 그 숫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시각과 판단에 달려 있다.
2.
“그동안 혈압이 괜찮으셨는데 갑자기 올라갔네요. 한두 달 사이에 무슨 변화는 없으셨어요?”
“네, 실은 다이어트하려고 밥을 완전히 굶고 운동만 열심히 무리했어요.”
경험 많은 의료진은 꼭 환자에게 질문을 한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 외에 또 다른 변수는 없을까 하는 호기심을 가진다.
데이터만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현상은 여기저기서 자주 볼 수 있다. 회사의 HR부서에서도 사원들의 업무현황을 여러 가지 수치로 분석한다.
면접점수, 다면평가 점수, KPI 달성률, 기본급, 성과급, 연봉변동, 재직기간, 지각, 연차, TOMO 점수... 엄청나게 많은 수치와 그래프를 살펴보며 담당자는 의기양양해한다. ‘이제 수치로 김대리에 대해서 완벽하게 파악했다. 내가 김대리보다 그에 대해 더 잘 알걸’
3.
데이터와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분석기법에 따라 그 의미는 천차만별로 다르게 보인다.
숫자로 설득하면 상대가 반박하지 못하겠지 생각하며 PPT에도 수많은 데이터만 가득 채우는 경우가 많다.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과연 그 숫자들은 실체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을까.
과학적 데이터가 가장 정확히 작동한다고 생각하는 의학에서조차 숫자는 많이 허술하다. 혈압 수치만 해도 보정해야 하는 조건이 너무도 다양하다.
전날 잠을 못 이룬 경우, 특별한 약을 복용하는 경우, 몸의 다른 이상이 생긴 경우에 이르기까지 수도 없이 많다. 경험 많고 노련한 의료진일수록 눈앞의 숫자 그 뒤에 숨어있는 이면을 보려고 애쓴다.
4.
“그럼 숫자 말고 다른 대안이 있나요?”
맞다. 기본 데이터로 숫자와 통계자료만큼 간단명료한 방식이 또 없다. 다만 항상 그 한계를 알고 살펴보면 좋겠다. 숫자로 잘 해석되지 않거나 애매한 상황이 생기면 공을 들여 깊숙이 파고들어 보자.
인간의 뇌는 ‘인지적 구두쇠’다. 에너지를 펑펑 쓰는 효율이 낮은 장기이다 보니 어떻게든 머리를 굴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많은 사람들이 MBTI와 사상체질에 관심을 가지는 심리도 결국 비슷한 이치로 설명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패턴화하고 유형화해서 간단하게 진리에 접근하려는 욕심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진짜 답은 항상 데이터 그 너머에 있다.
5.
“저 사람은 INFJ니까 그럴 줄 알았어.”
“너도 INFJ 아니었어?”
“에이, INFJ라고 다 똑같은 줄 알아?”
사람의 색은 무지개처럼 단색으로 딱딱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총천연색이다. 누구는 빨강이 진하고, 다른 누구는 파랑이 넓으며, 나머지 누구는 노랑이 화려하다.
‘왜 그럴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상대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묻고 또 묻자. 진심 어린 애정이 있어야 숫자 너머에 있는 진짜 답을 얻을 수 있다. 이제 그만 숫자에서 고개를 들어 상대방 눈부터 한 번 쳐다보자.
*3줄 요약
◯숫자와 데이터에만 매몰되면 그 이면에 숨은 진짜 이야기를 놓치기 쉽다.
◯경험 많은 전문가일수록 수치 너머의 맥락과 변수를 파악하려 노력한다.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고 질문할 때 숫자로는 알 수 없는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위 내용은 25/06/28 토요일 가족문화프라자에서 열렸던
<일하는 마음에 말을 걸다> 북콘서트 강연회 발표의
일부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