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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휴가계획 상담하며 느낀 삶의 지혜>
1.
“선배님은 스위스 가보셨잖아요. 저 여행계획 좀 도와주셔요. 다들 하는 말이 달라서 판단하기가 어렵네요.”
아는 후배가 휴가계획 세우다 탈모가 생겼다고 한다. 스트레스 풀려고 휴가 가는데 오히려 더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해외에 많이 나가보지 않은 친구라 부담스러운가 보다.
큰 여행일정을 짜는 과정과 인생살이는 참 많이 닮았다.
2.
“물가가 너무 비싸요. 무슨 햄버거 하나가 몇만 원씩이나 해요. 웬만하면 해 먹거나 컵라면으로 때우려고요.”
그런 생각이면 왜 그 비싼 돈 주고 해외여행을 가는가. 돈 쓰고 시간 쓰고 스위스까지 가서 서바이벌게임에 참가하는 기세다. “써야 할 만큼은 적당히 쓰고 돈 아깝지 않도록 더 알차고 재미있게 지낼 생각을 해.”
이런 원리는 우리 일상에도 적용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숨 쉬고 살아있기만 해도 엄청난 비용이 든다. 돈보다 더 귀중한 자원은 우리의 시간이다. 어디서 무엇을 해도 좋으니 시간은 허투루 낭비하지 않도록 하자.
이 회사가 마음에 안들거나 의욕이 안 생기고 만사가 귀찮을 수 있다. 그래도 무엇이라도 열심히 하자. 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나의 오늘 하루를 소중하게 보내자. 괜히 시간만 때우며 흘려보내다 밤에 후회하지 말고.
3.
“스위스는 자연 보러 가는데 비 오면 완전 엉망진창이겠어요.”
스위스는 날씨 변수가 굉장히 크다. 산과 호수들이 이루는 거대한 자연박물관을 보러 가는 셈이니 비 오고 흐리면 심난해진다. 누군가는 날씨 관계없이 기어이 융프라우 정상에 오른다. 사진 속 배경은 온통 구름밖에 안 보이지만 정상 스위스 깃발 앞에서 사진 찍었다며 만족한다.
이런 모습은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도 똑같이 반영된다. 일단 인생신조가 확실한 유형이 있다. 절대 타협하지 않는 자기만의 가치와 목표를 향해 묵묵히 걸어간다.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이든 신경 쓰지 않는다.
한편 어떤 부류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에 대비해 여러 가지 선택지를 준비한다. 이 산에 비가 오면 저 산에 가면 된다. 경우의 수 10가지를 들고 있으니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대처가 잘 된다.
문제는 남의 눈치만 보는 그룹이다. 소신이나 대비책도 없이 그저 남들 뒤만 좇아 다닌다. 전부 융프라우 가라고 하니까 별생각 없이 그냥 따른다.
4.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귀찮아요. 그냥 쉬엄쉬엄 신선놀음하고 오면 안 될까요?”
당연히 된다. 자기 돈과 시간으로 무슨 행동을 하든 남이 뭐라고 하겠는가. 어떤 사람은 스위스 각 도시마다 스타벅스만 찾아다니며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보다가 왔다고 했다.
세상에는 조금만 관심 가지고 챙기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지는 일들이 많다. 노오력하며 아등바등 애쓰라는 말이 아니다. 게으름 피우며 적당히 지내다 ‘이런 삶이야 말로 진정한 슬로 라이프지.’ 혼자 정신승리에 취하면 조금 아쉽다.
자신이 투숙한 호텔 바로 뒤편에 지상 100m짜리 어마어마한 성당이 떡하니 서 있는데 사진 한 장 못 찍고 돌아오면 안타깝지 않은가.
5.
“어느 도시에 가서 무엇을 봐야 할까요?”
가고 싶은 도시, 보고 싶은 풍경을 고르면 된다. 가족끼리 A급 옵션을 하나씩 정하고 그 주위로 살을 붙여나가면 된다.
예전에 다른 이에게 한 충고가 생각난다. “너는 내가 알기로 그림에 별 관심 없지? 한국에서도 미술관 가본 적 단 한 번도 없고. 파리에서 루브르박물관 들어가려면 뙤약볕에 고생만 할 테니 그냥 빼버려. 아니면 딱 모나리자 보고 30분 만에 나오거나.”
의외로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 많다. 여행이든 삶이든 남에게 보여주는 트루먼쇼가 아니다. 내가 좋고 내가 즐거워야 한다. 한 번만 살아야 하는 짧디 짧은 소중한 내 인생이니까.
*3줄 요약
◯여행 계획을 세우는 과정은 인생을 사는 방식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확고한 소신을 갖거나 미리 준비하고 유연하게 대처하거나 하자. 남 눈치는 이제 그만.
◯자신의 진짜 취향을 알고 소중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