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42 <셜록의 추리력이 부럽다면>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소통잡화점 842

<셜록의 추리력이 부럽다면>


1.

“아니, 교수님 정말 너무하시지 않아? 환자분이 소화 안 된다고 해서 소화제 드렸을 뿐인데, 내가 심근경색을 발견했어야 하는 거야?

/“맞아 맞아.”


휴게실에서 다른 과 1년차들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환자분 말씀만 듣고 건성으로 약 처방 했다며, 한바탕 깨진 모양이다. 이야기를 듣던 다른 동료들도 모두 같은 의견이다.


2.

같은 눈높이로 백날 들여다봐도, 차이점은 보이지 않는다. 사다리 놓고 1m 만 높이 올라가면, 시야는 10배로 넓어진다. 아까 바닥에서 까치발 디디며 겨우 보았던 그 광경은, 지금 이 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좀 전까지는 평면 2D 장면이었는데, 이제 입체 3D 화면으로 바뀌었다.


고수는 독수리의 눈을 가졌다. 땅위를 걸어다니는 동지들 눈에는 이 나무나 저 나무나 똑같이 보인다. 더 공부하고 더 많이 경험한 고수에게는,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모두 눈에 들어온다. 정보를 해석할 능력이 없으면, 두 눈 멀쩡히 뜨고 있어도 눈뜬장님이 될 수 있다.


3.

“겉으로는 잘 지내는 척 하시지만, 결혼생활은 그리 행복하시지 않군요. 귀걸이 목걸이 모든 장신구가 반짝거릴 정도인데, 손에 낀 결혼반지만은 먼지투성이네요.”

셜록은 겉으로 보이는 사소한 단서 하나에서, 상대의 숨겨진 스토리까지 세심하게 읽어낸다.


진실은 항상 겉으로 보이는 저 너머에 있기 마련이다. 보이는 대로 좇아가며 보지 말고, 내가 보아야 할 진실을 능동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이런 안목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다. 공부와 훈련으로 얼마든지 오를 수 있는 경지다.


4.

홈즈의 눈을 가지고 싶다면, 몇 가지 기본원칙부터 기억하자. 짧은 순간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한 뒤, 그 데이터를 평가하여 소음과 신호를 잘 구별해야 한다.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벗어나는 변칙 정보는, 이 상황을 통째로 뒤엎을 만한 핵심이 될 수도 있으니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


사람에 대한 판단이라면 섣불리 선입견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인간 자체가 예측 불가능한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항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얼핏 비슷한 패턴처럼 보여도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헷갈리면 안 된다. 이 정도만 잘 지켜도 누구나 왓슨 정도는 될 수 있다.


5.

“이 환자는 장염으로 어제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드셨다고 했는데, 갑자기 소화가 안 된다고 말하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이전에 가슴통증으로 응급실 여러 번 다녀오셨다는 기록도 뻔히 있는데 말이야.”


사회학자 크라카우어는 전체와 디테일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위에 대해 정확히 알려면 관찰자는 여러 작업을 해야 한다. 우선 옥상으로 가 시위대 전체규모를 가늠한다. 이어 1층 창문 앞으로 내려와 시위자들의 플랙카드 내용을 읽어본다. 마지막으로 군중속에 섞여 들어가 참가자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발품만 부지런히 팔아도 진실에 훨씬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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