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6 <사과도 실력이다. 미안하다는 말의 놀라운~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396

<사과도 실력이다. 미안하다는 말의 놀라운 힘>


1.

“아까 지시하신 내용을 제가 깜박했네요, 죄송합니다.”


팀장도 김대리가 장염에 걸려 하루 종일 화장실 들락거린 일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지시사항을 놓친 사실이 저절로 무마되지는 않는다.


팀장이 그 내용을 언급하자 김대리는 1초 만에 잘못을 깨닫고 금방 사과부터 한다. 이렇게 나오니 팀장도 길게 말하기 어렵다.


2.

실수하거나 잘못을 저지르면 미안한 마음부터 전해야 한다. 사과는 특별한 사회생활의 팁이 아닌 인간관계 가장 기본적인 에티켓에 속한다.


아무리 유능해도 실수는 하기 마련이니 사과 멘트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지나친 오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사과를 너무 안 한다.


일상 속에 이런 일은 아주 흔하다. 무리하게 차선변경하다가 상대차 옆구리를 긁고도 왜 그리 당당한가. 사과 한마디 한다고 순식간에 사고비율이 달라지는가. 블랙박스와 보험회사가 알아서 다 처리해 주는 세상이다.

지하철에서 남의 발을 밟고도 너무 태연하다. 마치 ‘밀려드는 승객에 떠밀린 상황이니 내 잘못은 아니야, 구태여 사과할 필요는 없어.’ 딱 그런 표정이다.


3.

“실수 한 번 했다고 그렇게 구차한 꼴을 보이라고요?”


사과에 대해 매우 이상한 편견이 있다.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싹싹 빌면서 남에게 용서를 구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다.


잘못을 시인하면 상대가 더 얕보고 함부로 대할지도 모른다는 혼자만의 착각에 빠진 결과다. 당당하게 가슴 쭉 펴고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사과를 더 잘한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금방 납득할 수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알바생이 당신의 커피를 쏟았다. 90도로 숙이며 죄송하다고 말한 뒤 즉각 새 커피를 갖다 주면 어떤 기분일까. 그래도 큰 소리 지르고 싶을까. 분노조절장애 환자만 아니라면 대부분 상황이 종료된다.


사과는 자신이 일으킨 문제를 가장 쉽고 빠르게 해결하는 마법의 열쇠다. 물론 말 몇 마디 만으로 모든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적어도 상대방의 불편한 마음을 얼른 진화하며 불필요한 감정다툼으로 번질 위험을 차단하는 효과만은 확실하다.


4.

사과는 의료소송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미시간대에서 사과프로그램을 도입하자 의료소송이 36%나 감소했다. 다른 연구에서는 과오를 인정하는 한마디 만으로 소송이 50%까지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와있다.


또한 소송을 제기한 환자의 40%가 “제대로 된 설명과 잘못에 대한 인정만 있었어도 소송까지 가지는 않았을 거예요.”라고 응답했다.


특히 나이가 들고 직위가 높을수록 잘못을 인정하기 힘들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버틴다. 자신은 당당한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만 남들은 뻔뻔하다고 느낀다.


잘못했을 때 미안한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 잘 모를 수도 있다. 수학공식처럼 누가 가르쳐주고 배워야 알게 되는 삶의 기술 중 하나이니 몰라도 큰 흠이 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배우면 된다. 모르고도 배우려 하지 않으니 60세, 70세가 되어도 고집불통 소리를 듣는다.


5.

“이제부터 잘해볼게요. 방법을 좀 가르쳐 주세요.”


아주 쉽다. 본인 잘못을 말할 때는 딱 한 가지 원칙만 지키자. 무조건 짧게 말해라.


조건을 달고 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하면 누가 봐도 변명처럼 보인다. 하고 싶은 말은 상대가 사과를 받은 뒤 자초지종을 물을 때 그 기회를 활용하면 된다.


*3줄 요약

◯사과는 인간관계의 기본 에티켓이자 문제 해결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당당한 사람일수록 자존심 신경 쓰지 않고 사과를 잘한다.

◯사과할 때는 조건이나 변명을 달지 말고 짧고 명확하게 잘못을 인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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