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45
<애매함을 참는 능력>
1.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고 바로바로 사전을 찾지 말고, 문맥 속에서 의미를 따져보며 끝까지 읽으세요.”
영어선생님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은, 그 불확실성을 도저히 못 견디고 단어 뜻을 먼저 찾고 만다. 그러다 시험볼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대로 멈춘다.
2.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라는 말이 있다. 정보가 부족하고 낯선데다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도 안 되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능력이다. 불확실성을 못 견디는 사람은, 불확실함 그 자체를 문제로 본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마음이 불편하여 어쩔 줄을 모른다.
그 불안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즉흥적인 판단을 내려 버린다. 심사숙고하며 기다릴 여유가 없다. 아무 행동이나 우선 취한 뒤, 마음의 안식을 얻으려 한다. 감정에 휩싸여 심리가 흔들린 상태이니, 좋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적다. 분명 그 순간에는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아서면 땅을 치고 후회한다.
3.
최근의 업무환경을 말할 때, 특히 불확실성을 많이 강조한다. 그 엄청난 정보를 모두 알기도 어렵고, 이미 알고 있던 정보마저 금방 새로운 내용에 밀려난다. 도대체 내가 아는 내용이 있기는 한가 싶을 정도다. 그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결정하고 판단을 내려야 하니 하루 종일 머리가 지끈거린다.
지금 시대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가 필수 덕목이다. 의대 말고는 갈만한 학과가 하나도 없어 보일 정도다. 그 자욱한 안개 속을 헤치고 앞으로 나가려면, 일단 눈앞의 안개부터 인정해야 한다. 왜 한치 앞이 안 보이느냐고 짜증내고 소리쳐봐야 아무 도움 안 된다. 남들도 모두 똑같은 조건일 뿐이다.
4.
불확실성을 견딘다는 말은 잘 모르는 문제를 그냥 그 자리에 내버려 둔다는 뜻이다. 방 한가운데 정체불명의 검정상자가 놓여있다고 해서, 망치와 드릴로 끝까지 열겠다며 얼굴 시뻘겋게 힘쓰지 말라. 내용물을 잘 모르면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 주위로 안전망을 치는 등 나의 삶을 잘 이어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불확실함이 확실히 풀려야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 대신 내가 잘 알고 확실히 통제할 수 있는, 다른 단서들에 집중하면 된다. 수학시험에서 풀리지도 않는 킬러문제 30번과 43분째 싸우고 있으면, 뻔히 아는 나머지 문제들도 다 틀린다. 바로 재수 각이다.
5.
조사결과 한국은 애매모호함에 대한 태도가 훌륭한 편에 속한다. 싱가포르나 독일처럼 법이나 제도로 하나하나 규정하는 국가들과는 달리, 인간관계를 먼저 생각하며 좋게 좋게 넘어가는 경향이 많다.
불확실성이나 애매함을 잘 견디는 마인드는 좋지만, 흐리멍덩하게 흘러가면 안 된다. 적당주의와 학습된 무기력으로 빠지면, 그냥 사람 좋다는 말만 듣는다. 리더라면 모름지기 모호함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전체의 관점에서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