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44 <힘빼는 법>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소통잡화점 844

<힘빼는 법>


1.

“어깨에 힘을 좀 빼시라니까요.”

세상천지에 일부러 힘주고 버티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빼려고 해도 안 빠지는데 어쩌란 말인가.

그 방법 가르쳐 달라고 비싼 돈 주고 레슨 받는 중이다. 잘 가르쳐 주지는 않고 동작 제대로 못한다고 타박만 한다면, AI 녹음기 틀어놓는 편이 낫다. “에.이.. 제.대.로 하.시.라.니.까.요. 또 틀.렸.어.요. 나.원.참.”


2.

힘을 빼기 어려운 이유는, 힘빼는 느낌을 몰라서가 아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온몸을 흐느적거리면 완벽하게 힘이 빠진다. 다만 그런 상태로는 아무 동작도 할 수 없으니 문제다. 힘은 빼고 동작은 정확히 하라고 하니, 또다시 슬금슬금 근육이 뻣뻣해진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쉬엄쉬엄 일하세요.”

업무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힘빼라고 말하면 누군가는 꼭 하루 종일 퍼진 채 아무 일도 안한다. 이제 그만 쉬고 일 좀 하라며 눈치를 주면, 한입으로 두말 한다며 투덜거린다. 힘빼라는 말과 무기력해지라는 말은 다르다.

3.

힘을 빼고 무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운동이나 업무를 잘 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힘주어야 할 곳에만 확실히 힘을 주면 된다. 힘줄 곳을 제대로 모르니 엉뚱한 곳에 힘이 들어간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힘줄 때와 힘빼야 할 때를 잘 구별해야 한다.


코끼리를 떠올리지 말라고 하면, 머릿속에서 절대 코끼리를 지울 수 없다. ‘힘’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힘빼라고 백날 말해봐야, 절대 힘을 뺄 수 없다. ‘힘’을 기준으로 설명하려면, 순리에 맞게 힘주는 법을 말해야 알아듣기 쉽다.


4.

“코어근육쪽에 단단히 힘을 주세요. 손목도 너무 흐느적거리면 안되고 견고하게 버티셔야 해요.”

모든 운동종목의 기본 룰이다. 축이 되는 부분을 잘 고정하고 도구잡는 손동작을 제대로 하면, 나머지 부분에 힘이 들어갈 틈이 없다. 엉뚱한 곳에 힘이 들어가면, 정작 힘주어야 할 곳은 엉망이 된다.


김대리가 거래처 서류 제대로 도착했는지 확인전화는 안하고, 하루 종일 바닥청소만 하고 있다. 새로온 박팀장이 매일 청소청소하며 타박하니, 쓸고 닦는 데만 온 신경을 쏟는다. 중요한 일이 있으면 덜 중요한 일은 적당히 넘길 줄도 알아야 한다. 자칫 주객이 전도되면 망한다.


5.

모든 일에는 강약이 있다. 내내 강하거나 계속 약한 일은 없다. 파도가 밀려와 바위를 처얼썩 때리고는, 다시 얌전히 물러선다. 그 리듬을 알아야 파도타기 서핑을 잘할 수 있다. 막무가내로 바다에 뛰어든다고 나에 맞춰 파도가 와주지 않는다.


“지금 저기 파도가 지나가쟎아요, 얼른 뛰어들지 않으면 놓쳐요.”

그렇게 조급하게 굴다가 다음 기회까지 놓친다. 타이밍을 놓쳤다고 서두르기 시작하면, 엉뚱하게 힘이 들어간다. 무리수를 두게 되고 꼭 탈이 난다. 이번 기회를 놓쳤으면 그냥 잠자코 다음 파도를 기다리면 된다. 지금 파도가 지나가도, 내 파도는 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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