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3 <조언을 하면 꼬아서 듣고 화내는 사람>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423

<조언을 하면 꼬아서 듣고 화내는 사람>


1.

“머리 모양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훨씬 세련되어 보일 거야.”

“그럼 지금은 되게 촌스럽다는 말이구나.”


친구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좋은 마음으로 조언 한마디 건넸다가 졸지에 악당취급을 받았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두고 보기로 한다.


2.

자기 비하의 효과가 이렇게도 무섭다. 자신을 위하는 선의의 말조차 기가 막힌 번역을 거쳐 자신에 대한 공격의 언어로 받아들인다.


더 나아지도록 도와준다는 말은 지금이 나쁘다는 말, 더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말은 지금이 허술하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대놓고 싫은 소리 하는 대신 빙빙 돌려 비난하고 있다고 여긴다.


장밋빛 미래에 대해 말하는 순간 모두 어두운 현재에 대한 질책이라고 해석한다. 상대방 의도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고 혼자 기분 나빠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발 더 나아갈 때도 많다. “그러는 너는 얼마나 잘하길래?” 상대방의 흠을 찾아 역공을 펼치기까지 한다. “운동을 좀 해보면 어떻겠어?” “그러는 너나 운동해서 살이나 좀 빼시지?”

3.

“어휴, 도무지 말이 안 통하네. 그냥 네가 알아서 해라.”

상대가 두 손 두 발 다 들고 퇴장하는 순간 갑자기 씩 웃는다.


‘그럼 그렇지, 결국 내 생각대로였어. 숨은 의도를 정확히 간파하니까 찍소리 못하고 도망치네.’

결국 스스로를 또다시 외톨이로 만들고 만다.


남이 더 밝은 미래를 꿈꾸며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지만 정작 본인은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부족함에 발목 잡혀 허우적대기만 한다.


남들이 자기를 초라하게 만들었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펼치지만 진짜 범인은 항상 자신이었다. ‘나는 더 나아질 자격도, 그럴 기회도 없는 존재야. 아무 희망도 없어.’


4.

이렇게 자존감 낮은 상태로 타인을 밀어내는 사람은 항상 귀에 환청이 들리고 있다. ‘나는 부족해, 항상 내가 문제야.’


그런 사람일수록 남의 말 한마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토록 가혹하게 자신을 학대하면서도 남이 그렇게 취급한다는 시선을 느끼면 발끈하고 나선다. 본인은 자기를 함부로 여기지만 남의 개입은 공격으로 여기고 즉각 방어에 나서는 이상한 심리다.


조언을 거부하는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다. 비록 지금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오랜 시간 적응해서 나름 익숙해져 있다.


새로운 방법이란 안정적인 부족함 대신 불확실한 미래의 변화에 발을 내디뎌야 하는 도박으로 느껴진다. 나아질 희망보다 실패할 위험을 회피하는 쪽을 택한다. ‘지금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왜 굳이 바꾸라고 하는 거야.’


5.

남에게 함부로 조언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당신의 조언은 대체로 합리적이고 옳은 내용일 확률이 높지만 항상 관건은 듣는 사람의 귀다.


결국 조언을 건네다 괜히 폭탄 스위치 누를 위험을 자초하지 말라는 뜻이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더 가까이 다가서지 말라는 폭탄처리반의 충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당신의 선함을 도저히 주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때는 문을 벌컥 열지 말고 ‘똑똑’ 당신의 본심부터 충분히 설명하라. “나도 너 같은 머리를 해본 적이 있어. 혹시, 혹시라도 말이야. 내가 겪었던 일을 쬐끔만 말해주어도 괜찮을까?”


*3줄 요약

◯자존감이 낮으면 선의의 조언도 현재에 대한 비난으로 해석한다.

◯변화보다 익숙한 부족함을 선택하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회피한다.

◯조언할 때는 상대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본심부터 충분히 설명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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