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49
<지시내용을 마음대로 바꾸는 김대리>
1.
“김대리, 왜 지시한 대로 안한거죠? 지금 내 말을 무시하는 건가요?”
/“아뇨, 하신 말씀은 잘 들었어요. 그냥 저는 이 방법이 더 좋을 듯해서...”
그게 바로 무시다. 본인이 팀장님 지시를 무시했다고 스스로 말하면서도 모른다. 팀장님이 ‘무시’ 운운하며 발끈하신다며 오히려 서운해한다. 도대체 무엇을 그리도 잘못했느냐고 화를 내기도 한다.
2.
김대리 마음도 이해는 간다. 팀장님 지시내용 열심히 받아 적으며 집중하기는 했다. 돌아서서 생각하니 아무리 따져봐도 팀장님이 어딘가 착각하신 듯싶다. A업체 먼저 들렀다 B업체에 가면, 서울시내를 2번이나 왔다갔다하며 시간낭비가 너무 심하다. B업체부터 가는 편이 효율적이다. 내 생각이 옳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아랫사람이라고 무념무상 시키는 대로 무작정 움직이면 안 된다. 윗사람 말이 헛나올 수도 있고 헷갈리며 실수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잡아야 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 그만큼 적극적 경청을 했다는 뜻이니 업무태도는 칭찬받아야 한다. A업체 마감이 촉박하다는 내용을 미리 알지 못해서 탈이 났을 뿐이다.
3.
김대리가 저지른 결정적 실수는 팀장님 말을 판단하려 든 과정이 아니라, 본인 생각을 팀장님에게 다시 확인하지 않은 행동이다. 팀장님이 실수를 하셨고 김대리가 찾아낸 문제점이 정말 맞는지, 확인 작업을 거쳤어야 한다. 팀장님은 결정권자이면서 김대리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 김대리가 모르는 그 어떤 이유 때문에 저런 지시를 하셨을 수도 있다.
내 판단이 맞다고 우기는 그 자체가 월권이다. 지시를 받는 입장에는 결정권이 없다. 부당하거나 이상한 지시라고 생각될 때, 다시 물으며 확인만 할 수 있다. 확인 후 사실관계가 분명한데도 계속 부당함을 강요한다면, 업무를 거부한 채 후폭풍을 맞으면 된다. 그 어떤 경우라도 내 마음대로 지시를 바꾸면 안 된다.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은 내가 아닌 팀장님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4.
팀장님 입장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늘 신경 써야 한다. 팀장이 아는 정보를 팀원 전부에게 낱낱이 공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 어떤 지시를 내릴 때, 그 업무에 대한 기본 배경지식만은 대강이라도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업무를 배울 수도 있고, 돌발사태에 대처할 수도 있다.
거래처 최과장님 접대를 위해, 김대리에게 아이스티를 사다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치자. 최과장님이 카페인 민감체질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기만 하면, 아이스티 품절이라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오지는 않는다. 똘똘한 김대리는 팀장님이 만든다.
5.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결정을 본인 마음대로 판단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지금은 사소한 실수에 그쳤지만, 나중에 얼마나 큰 사고로 이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지시를 씹고 태만하게 행동하는 이대리도 문제지만, 김대리처럼 임의로 결정하는 행동이 더 문제다.
본인이 옳다는 판단에 따라 행동을 바꾸었으므로, 나중에 질책을 하더라도 수긍자체를 안한다. 심지어 자신이 더 좋은 판단을 하도록, 왜 정보를 다 알려주시지 않았느냐며 역정을 낼 수도 있다. 사표를 던진 뒤 상사가 갑질해서 그만두었다고 떠벌리지만, 그 버릇은 절대 못 고친다. 1인 창업만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