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50 <티끌은 정말 태산이 될까>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소통잡화점 850

<티끌은 정말 태산이 될까>


1.

“이 푼돈 모아서 언제 집사요. 그냥 현재를 즐기면 그만이죠.”

커피전문점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텀블러에 믹스커피 타서 얼음 넣어 마시면 5천원 굳는다. 한 달이면 10만원 이상이다. 10만원은 10억과 너무 거리가 멀지만, 이 10만원 없이는 10억도 없다.


2.

한의사 생활을 시작한지 26년차다. 경희대 한방병원 인턴레지던트 마치고 처음 개원을 준비할 때, 먼저 오픈한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러 다녔다. 목이 중요하다, 인테리어가 핵심이다, 마케팅 비용 아끼지 마라, 여러가지 말을 들었다. 그 중 한 선배의 말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음, 남들 보면 어느 한 가지 잘되어 대박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사람은 별로 없어. 여러 종류의 환자들을 조금씩 늘려 가면 점점 매출도 좋아져. 프랜차이즈 큰 규모 오픈이 아닌 이상, 작은 아이템 하나씩 차곡차곡 모으며 환자가 쌓이길 기다려야 해. 너는 실력이 있으니까 조급해 하지만 않으면 잘 할 거야.”


3.

마라톤 42.195Km 언제 다 뛰나 답답한 마음이 드는데, 정작 마라톤 선수는 100m, 1Km씩 끊어서 열심히 달린다. 100m는 전체 코스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어느 한 구간 페이스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전체 레이스가 엉망으로 꼬인다고 한다.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면 인생전체가 나아진다는 사실은 너무도 잘 안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또 다른 문제다. 정말 이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되기는 할까, 태산을 이룬 사람들에게 무슨 다른 노하우가 있지는 않을까, 나만 바보같이 시간낭비하고 있으면 계속 뒤쳐져 패배자가 되고 말텐데...


4.

티끌을 태산의 작은 유닛(unit)으로 보면, 앞으로 백만스물한번 더 쌓을 생각에 한숨만 나온다. 모든 유닛을 다 모아야 전체가 완성된다고 생각하면, 중간 과정은 인내하고 견뎌야 하는 지루한 시간이 된다. 아직은 성과가 없지만, 언젠가 짠하고 좋은 일이 생겨 이 모든 시간이 보상받으리라 기대한다.


시각을 바꿔 보자. 매일매일 하나씩 작은 성취를 이룬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어제 집합 열심히 공부했으니, 시험에 집합만 나오면 무조건 맞춘다. 오늘 방정식까지 공부했으니, 그만큼 실력이 더 좋아졌다. 이번시험에 집합도 방정식도 안나와서 내 실력을 뽐낼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나는 매일매일 잘 성장하고 있다.


5.

노을 진 해변가를 산책하다 어느 노인을 만난다. 모래 속에서 무엇인가 꺼내어 바다 속으로 휙 던지는 동작을 무한 반복하고 있다. 밀물에 떠 밀려온 불가사리가 모래에 파묻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뜨거운 태양빛에 타죽게 생겼으니 구출하는 중이다.


“아니, 해변의 저 수많은 불가사리를 당신 혼자 다 구하겠다구요?”

/“다 구하지는 못하죠. 대신 지금 던진 이 한 마리 목숨은 또 구했습니다. 그런 말씀하실 시간에 한 마리라도 좀 구해주고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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