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51 <취하지 말고 깨어있으려면?>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소통잡화점 851

<취하지 말고 깨어있으려면?>


1.

“아, 정말. 딱 한잔 밖에 안마셨다니까요.”

술은 마셨고 운전대도 잡았지만, 음주운전만은 죽어도 안했다며 우긴다. 다 이유가 있다. 법에서 뭐라고 하니 안할 뿐이지, 사실 맥주 2병 마셔도 안전운전 문제없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바로 그 오만한 마인드가 취했다는 증거다.


2.

어느 모임이든 이 구역의 가수 한명씩은 있다. 회식자리 노래방에 가기만 하면, 다들 환호성을 치며 왕가수를 외친다. ‘어? 내가 정말 노래 쫌 하나?’ 어느 날 문득 진짜 가수가 되어 볼까 헛바람이 들기 시작한다. 노래학원을 끊고 레슨을 받으며 회사도 그만둔다. 오디션마다 모두 탈락이지만 절대 포기 못한다.

우리 아이 2살인데 벌써 한글을 깨쳤다. 천재가 분명하다. 영재학교에 넣어야 하나, 대치동으로 이사부터 가야하나 밤에 잠이 안 온다. 어느덧 고등학교 담임선생님 면담시간이다. 우리아이는 천재인데 아직 노력이 부족할 뿐이니, 재수하면 의대는 거뜬하다고 외친다. 재수 끝에 인서울 일반학과 겨우 턱걸이한다.


3.

취한다는 말을 오해하면 안 된다. 인사불성이 되어 길에 너부러진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취한 상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의식이 있으면 정상, 의식을 잃어야 취했다고 본다. 제 아무리 혀가 꼬부라지고 주책맞은 멘트들이 튀어나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침 알람소리가 울리면, 분명 눈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의식 기준으로 따지면 분명 정상상태다. ‘가만있자,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꼭 컴퓨터 부팅이 덜된 듯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아직 잠이 덜깨 잠에 취해 있다고 말하는 순간이다. 이 상태로는 운전도 못하고 일도 못한다.


4.

취하지 말고 깨어 있으라는 말은, 정신줄 놓고 자기를 통제하지 못할 만큼 흐트러지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분명 맨 정신 지극히 정상상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멘붕이 와버린 바로 그 상황을 경계하라는 의미다. 술 한 잔 들어가 순간 판단이 늦으면 대형사고가 나고, 잠에서 덜깨 비몽사몽이면 일요일 아침인데도 후다닥 일어나 출근준비를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이 정도이니, 살면서 마주치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라면 어떨까. 자신의 위치를 잃고 본 실력을 망각하며, 우연한 성공에 취해 엉뚱한 결정을 내리기 쉽다. 본인은 분명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며 우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삽질로 판명된다.


5.

“여보, 얼른 일어나. 출근해야지.”

혹시라도 지각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고 푹 자는 사람은, 항상 옆에서 깨워주는 든든한 배우자가 있기 마련이다. 회사에는 나를 늘 지켜보는 박대리와 최팀장님이 계시고, 친구중에는 만석이와 영철이가 있다. 그들은 내가 헛다리짚을 때마다 늘 쓴 소리 던지며 나를 깨워주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가까운 사람의 잔소리가 지겨운가. 그 잔소리들이 없었다면 당신은 진작 우물에 빠졌다. 아무리 자기관리 잘하는 사람이라도, 1년 365일 한결같이 맨 정신 유지하기는 힘들다. 어쩌다 한번 휘청하고 비틀거릴 때, 나를 툭 치며 괜찮은지 확인해주는 그들에게 늘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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