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9 <도쿄 2시간 vs 출근 2시간. 왜~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459

<도쿄 2시간 vs 출근 2시간. 왜 다르게 말할까>


1.

“연휴에 일본 갔다 오셨다면서요? 얼마나 걸리던가요?”

“네, 도쿄까지 2시간 밖에 안돼요."


“그런데 이사가시고 나서 출퇴근 많이 힘드시겠어요. 얼마나 걸리세요?”

“어휴, 말도 마세요. 2시간이나 걸린다니까요.”


김대리는 정녕 도쿄로 이사를 갔다는 말인가.


2.

도쿄까지 걸리는 시간을 물으면 보통 비행시간을 말한다. 같은 방식으로 제주도는 50분, 유럽은 14시간 걸린다고들 말한다.


반면 출퇴근이나 등하교 시간을 말할 때는 갑자기 기준이 바뀐다. ‘door to door’, 즉 집 대문에서 책상까지 도착하는데 걸리는 모든 시간을 합쳐서 말하려 든다. 이런 방식으로 따지면 서울에서 제주도 갈때도 6시간이상은 잡아야 한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시간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일까.


3.

이 내용을 설명하는 유명한 이론이 있다. 바로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대니엘 카너먼의 ‘프로스펙트 이론’이다. 그는 이 내용으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이론의 내용을 살펴보자. 같은 크기의 이득과 손실이 있다고 가정하면 사람들은 손실의 고통을 이득의 기쁨보다 2배이상 더 크게 느낀다는 내용이다. 로또에 당첨돼 5만원이 생기면 아주 좋아하지만 지갑속에 있던 5만원을 잃어버리면 나라잃은 슬픔이 몰려온다.


이 이론은 시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여행은 놀러가는 이득에 해당하니 우리의 뇌는 너그럽고 관대해진다. 반면 출퇴근은 마지못해 하는 손실로 여기니 뇌가 팍팍하게 굴며 인색해진다. 1초도 아깝다며 깐깐하게 따진다.


만약 업무상 출장으로 제주도를 매주 가야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다르게 말할 가능성이 높다. “제주도 가기 너무 힘들어요. 한번 가려면 집에서 일어나 옷입는 시간부터 따지면 10시간은 족히 걸려요.”


4.

이러한 사람들의 생각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부딪칠 때 충돌이 생긴다. A에게는 재미인 일이 B에게는 업무인 경우다.


“이번 주말에 전직원 등산이나 갑시다. 가까운 산에 가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2시간이면 충분해요.”

“어휴, 팀장님. 집에서 그 산까지 가서 등산 끝내고 밥먹은 뒤 집에 오면 하루가 다 지나가요.”


산을 좋아하는 팀장에게는 즐거운 일이겠지만 나머지 직원에게는 업무의 연장일 뿐이다. 극단적으로 회사에서 사주는 소고기 먹는 시간마저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연인사이에도 이런 일은 종종 벌어진다. 불타는 연애시절에는 지하철 1시간 거리 여자친구 집까지 꼬박꼬박 데려다 준다. 다툼이 생기면 말이 바뀐다. “데려다주고 오느라 매일 3시간 반씩 썼는데 그 정성도 몰라줘?”

5.

시간이든 비용이든 우리가 실제 느끼는 크기는 감정적 판단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시각을 무시하고 철저히 ‘객관적인' 수치에만 입각하여 상대를 설득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상대가 손실이라고 생각하는 시각을 이득으로 바꾸는 노력이 훨씬 중요하다.


이제 누군가 “얼마 밖에 안들어.”, “얼마 밖에 안 걸려.”라고 말한다면 그는 그 일에 진심이라는 사실을 즉시 알아차리자.


*3줄 요약

◯같은 2시간이라도 여행갈 때와 출근할 때 우리는 전혀 다르게 말한다.

◯이득으로 여기는 시간은 짧게, 손실로 여기는 시간은 길게 말하기 마련이다.

◯상대를 설득하려면 객관적 수치가 아니라 그들의 감정적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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