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와 멘토사이 (인간관계소통)

속 터지는 오늘 하루, 내일은 소통 한방005

"요즘 젊은이들은 패기가 너무 없어. 열심히 해보지도 않고 남탓만 해."

"그건 예전에 내가 해봐서 잘 아는데, 그렇게 하면 안되고..."


벌써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물론 끔찍히 아끼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시는 말씀인 줄은 너무도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듣는 사람 표정이 울그락불그락 화병걸린 사람 같거나, 술자리가 '갑분싸'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면 분명 무언가 잘못된 것입니다. 그 자리 모든 사람이 불편한데, 말씀하시는 어르신 딱 1명만 신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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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자네 잘 되라고 하는 말이니까 기분 나빠하지 말고 잘 들어."

그 말씀 듣는 순간 벌써 기분 나빠집니다. 정말 신기한 마력이 있는 멘트입니다. 이런 말로 상대의 속을 긁는 꼰대가 되느냐, 상대가 귀를 쫑긋 세우고 테이블 앞으로 몸을 기울이게 만드는 멘토가 되느냐 하는 것은 다음 몇가지 차이점에서 판가름 납니다.



1. 먼저 도움을 청하였는가?

세상사람들 100명에게 객관적으로 정말 좋~은 말씀을 들려 주었을때, 마음에 감화를 받고 생각이나 행동이 바뀌는 비율은 약 2%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이 바뀌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는 명언을 못 들어서가 아니라, 본인이 상황을 해결하고 나아지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지가 없다고 모두 의지박약은 아닙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의지가 증발해버린 사람도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본인이 마음을 추스리고 의지가 생긴 뒤에 도움을 청하면, 바로 그때 도움말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귀에 쏙쏙 들어갑니다.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세상 그 어떤 명언도 시끄러운 소음에 불과합니다.



2. 컨텐츠가 확실한가?

아이 2명 키운 할머님들 중에 스스로 육아천재라고 생각하시며, 딸이나 며느리에게 하나하나 잔소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례 1번, 사례 2번 정도는 그저 우연한 경험일 뿐입니다. 요즘은 그 분야 하나만 놓고 평생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흘러 넘치고 있으니, 함부로 명함 내밀면 안됩니다.


본인이 직접 겪은 성공이나 실패담이 자신에게는 너무도 생생한 다큐멘터리 같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그 해결책이 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런 생각의 패턴을 '어설픈 일반화의 오류'라고 하는데, 특별하게 경험한 사례를 만고불변의 진리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입니다. 특수한 상황에서만 통하는 규칙은 진리가 아닙니다.



3. 상대의 처지를 고려하였는가?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상황에 따라 도움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침형인간으로 새벽공부가 효율적이지만, 다른 사람은 늦은 밤시간의 올빼미형 인간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 사람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몰아붙이면 안됩니다.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여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솔루션을 찾아줄 수 있어야 진정한 멘토입니다. 도움이 되건 말건 좋은 말을 던졌다며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면, 그것은 상대를 위해서가 아닌 자기만족을 위해 던진 언어폭력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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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온 환자분 남편이 허리가 아프다고 하시길래 도움말 해드렸더니 짜증을 내시더라구요."

술자리에서 한의사 후배가 한탄을 합니다. 분명 훈훈해야 할 상황인데 왜 엇박자가 낫을지 궁금해서 진상을 파악해보니 진실은 이러했습니다.


1. 도움을 청하지 않았음

환자분 남편이 허리가 아프기는 하시지만 회사근처 다른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며 불편한 점이 있거나 질문을 하신 것도 아닌데, 후배님이 오버해서 참견한 상황. "혹시 안 좋거나 궁금한 점은 없으세요?" 질문이라도 했어야 함


2. 컨텐츠가 부실

허리가 안좋으니 바른 자세를 하고 많이 걸으시라고 말씀드렸다는데, 그런 교과서적인 멘트는 세상사람 다 아는 내용. "들어보니 주무시는 침대가 너무 푹신해서 허리에 안좋으신듯 하니, 조금 딱딱한 매트릭스로 바꾸시거나 바닥에 요를 깔고 주무세요." 정도가 더 필요한 상황이었음


3. 상대처지를 고려하지 않음

하루 30분씩 1주일에 3번이상 운동하시라고 했다는데, 새벽부터 밤 11시까지 근무하는 운전기사분에게 할 말이 아니었음. 누가 들어도 화가 날만한 멘트. "매끼 식사후 그냥 눕지 말고, 허리 근육에 도움되는 스쿼트동작을 20번씩만 하세요." 정도가 더 합리적이었음


세상 모든 꼰대님들이 멘토로 거듭나시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호르몬닥터 권영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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