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터지는 오늘 하루, 내일은 소통 한방006
"내게 그런 핑계대지마, 입장바꿔 생각을 해봐.
네가 지금 나라면 넌 그럴 수 있니"
조금만 더 지나면 국어책에 나올 것 같은 명언이 아닐까 합니다. 소통이나 인간관계를 이야기할 때 이보다 더 간단명료한 문장은 아직 못봤습니다. 머리속에 저절로 들리는 김건모의 멋진 가창력은 덤입니다.
연애관계 뿐만 아니라 직장, 친구, 가족간에도 이 원칙은 예외없이 적용됩니다. 모든 인간관계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은 인류의 영원한 숙제니까요.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는 말이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입니다. 이 구절은 <맹자>에 나오는 것으로, 맹자가 공자의 가르침을 계승하여 밝힌 내용입니다. 저는 논어를 관통하는 최고의 구절로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을 꼽는데요, 공자가 중요하게 주장하는 '서(恕)'의 뜻이 가장 잘 드러나면서 맹자의 '역지사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듯 합니다.
'서(恕)'는 '용서(容恕)'라는 단어에 쓰이는 한자로서, 구성 한자를 따로따로 떼어서 따져보면 그 의미가 좀 더 명확해 집니다. '서(恕)'는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 2글자로 나누어 볼 수 있고, 내 마음이나 남의 마음이나 서로 같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기소불욕 물시어인)'는 말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나와 남의 마음이 같으니, 입장바꿔 생각하면(역지사지)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도 마찬가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나는 하기 싫지만 남에게 강제로 시키려고 한다면 전문용어로 '갑질'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이기적인 존재이므로, 나를 뛰어 넘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엄청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입장을 바꾸다'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의미를 한번 더 넓힐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나와 상대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제 3자들, 다양한 가치관, 법률, 규칙들도 있으니까요. 일단 나의 한계를 넘어 '상대' 입장까지 넘나들 수 있게 된다면 단순히 상대방 한명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좁은 의미를 넘어, 고정관념없이 무한대로 생각이 유연해집니다.
즉 오랜세월 익숙해져있는 자신의 시점을 깨뜨릴 수만 있다면, 상대의 입장 뿐 아니라 '전지적 작가시점'의 입체적 시각으로 상황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딸내미가 7살때 부루마블 게임을 같이 한 적이 있습니다. 그날 하기로 약속했던 일이라 밤 10시 늦은시간이지만 마루에서 게임판을 펼쳤습니다. 와이프는 그날따라 힘든 하루를 보내고 이미 쿨쿨 꿈나라로 떠났습니다.
"야호, 걸~렸~다!!"
제가 그만 가장 비싼 딸내미의 '서울올림픽'에 걸리고 말았네요. 딸내미가 환호성을 지릅니다.
"돈 많이 받으니까 기분 좋겠네. 축하해... 그런데 걸린 아빠 기분은 어떨까? 상대방 입장도 생각해주면 더 좋겠지? 그렇게 큰소리로 너무 좋아하면 아빠 기분은 좀 별로인데..."
너무 기쁜 자신의 입장외에 상대입장까지 생각해보길 바랬던 교육용 멘트였는데, 딸내미는 예상치 못한 한마디까지 연이어 던집니다.
"응, 그렇겠네, 아빠 미안.
참, 엄마는 방에서 자고 있는데 엄마도 좀 시끄러웠겠다. 가서 방문닫고 올게"
감사합니다.
권영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