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6 <사람의 문제인가 상황의 문제인가>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496

<사람의 문제인가 상황의 문제인가>


1.

“김대리 또 늦었어요?”

“이대리 무슨 일 있었어요? 안 하던 지각을 다하고.”


둘 다 지각했지만 사람들 평가는 극과 극이다. 김대리는 그럴만한 사람으로, 이대리는 그럴 리 없는 사람으로 이미 라벨이 붙어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2.

이런 현상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과 판단하는 입장 모두 관련이 있다. 어느 한쪽만의 문제로 볼 수는 없다.

우선 당사자의 평소 처신이 일관성을 보였다면 나름의 고정관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러 번 반복된 행동으로 보여준 모습은 그 어떤 설명보다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평가자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자기 마음은 언제나 공명정대하다고 자신하지만 실제로는 바람에 나부끼는 낙엽처럼 쉽게 흔들린다.


남에 대해서는 이랬다 저랬다 한다고 생각하면서 자기 자신만은 남산 위의 저 소나무처럼 늘 한결같다고 자신하기 쉽다.


3.

“점수 매길 때는 화장실에도 가면 안 됩니다.”

수련의 시절 학생들 시험지 채점하는 날이면 담당교수님이 늘 당부하신 말씀이다.


화장실 가기 전 급한 마음일 때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점수를 박하게 주기 쉽다. 볼일을 보고 온 뒤 여유로운 마음일 때는 웬만하면 부분점수를 주며 너그럽게 변한다.


어느 연구팀이 판사들의 판결을 분석한 자료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점심 식사 후에는 가석방 승인이 65%까지 올라갔지만, 식전 배고픈 시간대에는 거의 0%에 가까웠다. 똑같은 범죄, 똑같은 판사인데도 이렇게 차이가 났다.


상대의 잘못이든 상황 탓이든 모두 내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피곤하고 졸리고 배가 고플 때는 뇌가 지쳐있으니 “저 사람이 잘못했겠지 뭐.” 대충 재빨리 결론을 내려 버린다.


4.

“오는 길에 무슨 일이 있었나 봐요?”


객관적으로 생각하겠다며 상대가 쌓아온 이미지를 무조건 무시할 필요는 없다. 다만 김대리든 이대리든 늘 새로운 상황에 처한다는 사실만 기억하자.


일단 상황에 대한 질문부터 먼저 해보면 좋겠다. 밑져야 본전 아닌가.


예상했던 구차한 변명이 나온다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상대도 변론의 기회를 얻었으니 질책을 들어도 덜 억울하다.


5.

“안 봐도 뻔해요, 김대리 또 늦잠 잤을 거예요.”


가장 경계해야 할 포인트가 있다. 바로 ‘내로남불’이다. 내 실수는 철저히 불가피한 상황 탓으로 돌리고, 타인의 실수는 무조건 인성 탓으로 몰아가는 자세다.


이제 반대로 해보자. 남에 대해서는 상황을 고려하는 사려 깊은 모습을 보이고, 자신에 대해서는 나쁜 습관을 고치는 좋은 기회로 삼자. 남에게 너그럽고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 진짜 멋있다.


*3줄 요약

◯같은 실수도 그 사람의 평소 이미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인다.

◯평가하는 사람도 컨디션에 따라 기준이 흔들린다는 점을 명심하자.

◯남의 실수는 상황을 먼저 묻고 내 실수는 개선의 기회로 삼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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