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5 <평온한 일상 뒤에 숨은 엄청난 위험>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495

<평온한 일상 뒤에 숨은 엄청난 위험>


1.

“이제껏 아무 말도 없으시다가 갑자기 이렇게 화를 내시니 정말 당황스럽네요.”


늘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는 팀장이 오늘따라 하대리에게 버럭한다.


평소 특별한 잔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으니 하대리도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이런 일 생기기 전에 미리 잘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2.

소모품을 자주 거래하는 업체가 있다. 얼마 전에도 택배로 몇 가지 품목을 주문했다. 상자를 열어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커다란 박스에 내용물 몇 가지만 그냥 툭툭 담아 놓았다.


심지어 그중 한 가지는 겉포장이 찢어지면서 내용물이 산산이 흩어져 있었다. 하나하나 새 상자에 주워 담았다. 그 흔한 뽁뽁이 포장이라도 대충 한번 둘러놓았더라면 이렇게 화나지는 않았을 텐데.


사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그때마다 전화를 걸어 따지고 싶을 만큼 열을 받았다. 3초 진정하고 생각하니 전화해서 따지면 뭐 하나 싶다.


그리 비싼 물건도 아닌 데다가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포장을 잘해줄 리도 없을 듯했다. 게다가 오랫동안 거래해 오다 보니 다른 곳으로 갈아타기도 귀찮았다. 옐로카드 한 장 마음속으로 내밀고는 그냥 넘어간다.


3.

그 업체는 내가 이런 마음인지 꿈에도 모르고 있겠지 싶다. 이제 경고 횟수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할까. 회사를 찾아가 고래고래 소리라도 지를까.


아니다, 불만이 쌓일 때 대다수 사람들의 선택은 ‘조용한 외면’이다. 그날부터 거래를 끊어버린다. 지금까지 오래 참아 왔으니 기회도 줄 만큼 주었다고 생각한다.


“요즘 경기가 정말 안 좋아졌나 보네. 우리 회사 매출이 왜 이리 줄었지?”


그 업체가 유독 나에게만 불량스럽게 대했을 리가 있겠는가. 고객들이 하나둘 소리 소문 없이 손절에 들어가니 가랑비에 옷 젖듯 망해간다.


4.

당신의 일상은 어떠한가. 사무실의 동료나 거래처, 가족이나 친구들과 매일 같이 툭탁거리고 싸우는가. 아마 대부분 평화롭고 잔잔한 하루를 보내지 않을까 싶다.


그 평온함이야말로 폭풍전야처럼 가장 위험한 신호일 수 있다. 고요 속의 외침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그 조용한 침묵 속에 실은 엄청난 불만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다들 정말 괜찮아서 가만히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 말하고 싶지만 귀찮고 번거로워서 그냥 넘어갈 뿐이다. 침묵은 절대 용서가 아니다.


“정말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지금 당장 문제삼지 않겠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 사람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옐로카드가 쌓여있는지 알 길이 없다.


5.

가뜩이나 남과 말 섞거나 부딪치기 싫어하는 세상이다. 불평불만 늘어놓아도 상대가 적반하장 배째라 하고 나오면 더 열불이 난다.


회사에서 당신 실수에 대해 너무 잔소리를 안 하고 있다면? 머지않아 헤어질 사람으로 분류했다고 보면 된다. 다들 오히려 남보다 더 친절하게 대하고 칭찬만 늘어놓는다.


당신의 일상이 잔잔한 호수 같다면 둘 중 하나다. 일처리나 대인관계가 너무도 훌륭하여 다들 입을 떡 벌리고 할 말이 없거나, 아니면 모두 다 포기했거나. 당신은 어느 쪽인가.


*3줄 요약

◯상대가 불만스러울 만한 상황에도 표현하지 않고 침묵한다면 오히려 위험하다.

◯평온한 일상 뒤에 드러나지 않은 경고가 쌓여가고 있을 수도 있다.

◯잔소리 없이 친절과 칭찬이 과하다면 이미 포기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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