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7 <책임지는 사람이 결국 주도권을 쥔다>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507

<책임지는 사람이 결국 주도권을 쥔다>


1.

“일 처리를 그렇게 하면 어떡해요? 아무튼 나는 모르는 일이니까 그분한테 가서 싹싹 빌든 무릎을 꿇든 무조건 민원 취하해 달라고 하세요.”


알바생이 손님에게 실수를 해서 문제가 생겼다. 뒤늦게 보고받은 사장은 담당 직원만 몰아붙인다.


손해배상도 알바생의 책임이라며 모두 떠넘긴다.


2.

‘책임’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지만 막상 눈앞에 사건이 벌어지면 심장부터 콩닥거리기 시작한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결국 누군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고 때로는 구차한 변명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누가 그런 행동을 좋아라 하겠는가.


그런데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싶다. 누가 그 문제에 책임을 지는 순간 곧 그 상황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경기에 패하고 비난 여론이 높을 때 감독이 선수 탓을 하며 뒤로 빠지면 어떻게 될까. 희생양을 내세우고 본인은 잠시 마음이 편할지 몰라도 곧 엄청난 후유증이 밀려온다. 이제 그 어떤 선수나 팬도 그를 감독으로 존중하지 않는다.


3.

한마디로 책임은 그 자체로 하나의 권력이 된다. 불편한 순간을 모면하려고 다들 몸을 사리기만 할 때 당당히 한 발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면 갑자기 그의 등뒤로 후광이 비치기 시작한다.


“제가 그 일을 처리한 담당직원입니다. 폐를 끼쳐 너무 죄송합니다. 사장님께 보고 드리고 어떻게 수습하면 좋을지 의논한 뒤 최대한 빨리 연락드릴게요.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알바생이 이렇게까지 나오면 손님이 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더 이상 역정을 내기 어렵다. 상대가 책임질 위치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손님은 더 함부로 대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이면 상대방도 선을 넘지 않을 때가 많다.


“손님, 그 일은 저 알바생이 한 짓이고 저는 몰라요. 두 사람이 알아서 해결하세요.”

이렇게 나오는 순간 상대는 사장에게 폭발하기 시작한다.


4.

사장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든 말든 신경 쓸 필요 없다. 본인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책임을 지기만 하면 된다. 웬만한 사건사고의 수습은 조직 내 또는 사회적으로 표준 매뉴얼이 있기 마련이다. 그 원칙대로 따르면 된다.


자신의 책임을 직면한 뒤 알바생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전까지는 사장이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생각에 무조건 벌벌 떨기만 했다.


이제 눈앞에서 무책임하게 구는 모습을 보면서 사장도 사장 나름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러 사이트와 관련자료들을 찾아보면서 보상에도 상식적인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다른 동료들의 태도를 보면서 사람마다 어떤 캐릭터인지도 분명히 파악했다.


책임져야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더 많은 정보까지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 자잘한 문제만 생겨도 다들 사장님 대신 그 직원부터 찾는다.


5.

단, 조심할 점이 있다. 책임을 진다고 해서 모든 굴욕을 참으며 상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라는 말은 아니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며 마무리까지 주도하는 과정 전체가 책임의 프로세스다. 그는 손가락질받는 비난의 대상이 아닌 지구를 구하러 나타난 어벤저스다.


옆에서 멀찍이 떨어져 팔짱 끼고 그 광경을 지켜보기만 한 사람들은 모두 구경꾼 신세다.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는 후보선수는 태클을 당하지도 넘어지지도 않지만 경기에 나설 기회 역시 절대 주어지지 않는다. 책임을 감당하며 한 뼘씩 성장하는 법이다.


*3줄 요약

◯책임을 회피하는 순간 신뢰와 영향력을 모두 잃는다.

◯책임지겠다고 나서면 상황 전체를 통제하는 권력이 생긴다.

◯책임자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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