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2 <아무 때나 웃기만 하면 실없는 사람 취급~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512

<아무 때나 웃기만 하면 실없는 사람 취급받는다>


1.

“아뇨, 괜찮습니다. 전혀 신경 쓰지 마셔요. 하하하.”


회식자리에서 이대리가 실수로 찌개를 엎었다. 셔츠와 바지에 김치찌개가 튀어 엉망이지만 성격 좋은 김대리는 가볍게 웃어넘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대리는 김대리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2.

김대리는 습관적으로 웃음이 많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반갑게 미소를 지으니 다들 그를 좋아한다.


심지어 상대가 잘못했거나 피해를 끼친 상황인데도 김대리는 그냥 웃으며 지나친다. 기분이 살짝 나쁘기도 하지만 이런 식으로 안 부딪치고 넘어가는 편이 낫다고 여긴다.


이렇게 순간의 불편을 못 견디고 유머와 개그로 대충 넘어가는 행동은 일종의 방어기제에 속한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하는 마음으로 썰렁하지 않게 그 상황을 모면하려는 자구책이다.


이런 행동은 생각보다 부작용이 크다. 당장은 그 자리를 화기애애하게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자신의 값어치를 그만큼 깎아먹는다.


3.

“이대리, 왜 사과를 안 해요?”

“괜찮아요, 김대리는 사과 안 해도 다 이해해 주거든요.”


이대리를 원망하지 말라. 김대리 스스로 매를 벌었다. 남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모두 내 처신에 대한 메아리다.


웃음으로 넘길 부분이 따로 있고 정중하게 할 말을 해야 할 영역이 따로 있다. 매번 빙그레 웃는 얼굴로 적당히 퉁치고 넘어가려고 들면 어느새 다들 당신을 만만히 보기 시작한다.


김대리는 좋은 게 좋다는 순수한 마음이었을지 몰라도 남들은 그의 신호를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점점 김대리의 생각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게 된다. 이런 태도를 전문용어로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한다.


4.

“그럼 매번 따박따박 따지고 들어야 할까요? 웃으면서 참아야 어른스럽지 않나요?”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다만 어른스러운 태도와 굴욕적으로 자기를 낮추는 모습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은 잘 구별하자.


해야 할 말이 있는데도 명확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고 미소로 얼버무리는 행동은 미성숙한 대응방식이다. 이 모습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웃음을 흘린 본인도 마음속으로는 불만 한 개가 쌓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시점에 폭발할 수도 있다. 남들 역시 그에 대해 예의를 안 지켜도 된다는 착각에 빠진다. 점점 파국이 다가오고 있다.


5.

“찌개가 튀었네요. 할 수 없죠, 일부러 하신 행동도 아닌데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나중에 옷을 벗어 드릴 테니 세탁만 잘해주셔요.”


예의 바른 사람과 호구는 다르다. 타인을 배려하되 자신의 경계만큼은 분명히 지킬 줄 알아야 진정 성숙한 어른이다. 시도 때도 없이 계속 웃기만 하면 그저 실없는 사람 취급을 받을 뿐이다.


매 순간 으르렁거리며 상대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사람처럼 굴 필요도 없다. 그저 당신의 의사를 정확히 표현하기만 하면 된다. 필요할 때는 웃음기 싹 빼고.


*3줄 요약

◯상대방이 잘못한 상황에서도 웃음으로 넘기려는 습관은 일종의 방어기제에서 나온 행동이다.

◯매번 웃으며 넘어가기만 하면 남들은 당신을 만만히 보고 배려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필요할 때는 웃음기 빼고 분명하게 의사표현을 해야 호구 취급을 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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