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56 <삶을 준비하느냐, 죽음을 준비하느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소통잡화점 856

<삶을 준비하느냐, 죽음을 준비하느냐>


1.

“우리는 한번 살 수 있을 뿐이야.”

드넓은 호숫가를 바라보며 찰리브라운이 스누피에게 한마디 한다.


“틀렸어, 우리에게는 죽음이 한번일 뿐이야. 우리는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어.”

지혜로운 현자 스누피선생은 오늘도 명언을 남긴다. 스누피와 점심한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

톨스토이 작품속 이반 일리치는 지극히 모범적인 판사였다. 주어진 공부를 열심히 하고, 해야 할 결혼생활도 열심히 유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크게 다친 뒤 회복하지 못하고 점점 병세가 악화된다. 죽음이 임박해서야 지난 시절을 돌아본다.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그가 죽음직전 어떤 생각을 하며 서서히 죽어갔는 지에 대한 묘사다.


평생 툭탁거렸던 아내와 무뚝뚝하게 대한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처음으로 가족들에게 용서해 달라는 말을 건넨다. 그러자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화가 나 있던 그의 마음이 이상하리만큼 편안해진다. 이기적으로 살아온 삶을 인정하고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동정하며 안식을 얻는다.


3.

이반 일리치에게는 수많은 기회가 있었다. 능력 있는 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였고, 아이가 태어나고 또 태어난 뒤 무수한 나날을 흘려보냈다. 이대로 괜찮은지 한번만 돌아보았다면, 한두 번 잘못된 선택을 했더라도 바로 그날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었다. 진지하게 마음만 먹었다면 말이다.


“산을 올라간다고 생각하며 걸었지만, 실은 산을 내려가고 있었던 거야. 그만큼 내 발밑에서는

삶이 멀어져 갔던 거야.”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그 동안 살아온 인생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4.

어느 순간 반환점 근처를 지난다고 느낄 때, 사람은 누구나 종착점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시작은 두려움이다. 두 번 겪은 사람이 없으니 아무 정보도 없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이름아래 묘지를 계약하고, 미루어왔던 삶의 숙제들을 해결하기 시작한다.


머릿속은 온통 죽음으로만 가득 찬다. 내가 죽으면 아들딸은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죽으면 상속문제는 어떻게 될까. 한때 어머니가 화장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하신 적이 있다. 너무 뜨거우면 싫은데 어쩌면 좋겠느냐고 하소연하셨다. 못 견디겠다 싶을 때 손 드시라고 했다, 바로 멈춰드린다고. 웃으시고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으신다.


5.

우리의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곳은 오늘 하루다. 지금 내가 하는 일,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내 인생의 전부다. 가까운 사람이라고 가족이라고 늘 함부로 대하고 있으면서, 내 몸 아플 때 맨발로 달려와 진심으로 걱정해주길 바라는가. 언제가 될지 모르는 먼 미래에, 명당에 묻히든 바람 속 재로 날리든 무슨 상관인가. 지금 오른발 새끼발가락 아픈 상처부터 제대로 고치려고 애쓰는 편이 낫다.


묻힌 다음 제사 잘 지내주면, 포식하며 배가 부를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는 가족과, 한 끼라도 더 맛있는 음식 나누어 먹고 하하 호호 즐겁게 보내는 편이 낫다. 다음에 밥 한번 먹기로 한사람 리스트만 벌써 한트럭이다. 다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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