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9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아 억울한 당신에게>
1.
“저한테는 아무 이득도 없어요. 다만 그런 행동이 옳지 못하니까 그러죠.”
엉뚱한 사람이 임산부석에 앉아 있는 모습만 봐도 하루 종일 기분 잡치는 편인가.
자신의 이익과 상관없는데도 부조리한 상황을 목격하면 분개하고 흥분하는 사람이 있다.
2.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일도 아닌데 왜 그렇게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까. 그 분노도 뿌리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일단 사회정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유형이 있다. 그들은 사리사욕과 관계없이 항상 약자들의 편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진심으로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는 사람들이다.
나머지는 조금 다른 동기를 가지고 있다. 바로 ‘나만 손해 보니 억울하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이들이다.
이를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부른다. 내게 절대적인 손실이 없더라도 무임승차 장면을 목격하면서 남과의 비교에서 느끼는 상실감을 말한다.
3.
“여기 사람들 안 보이시나요? 저 뒤로 가서 줄 서세요.”
새치기 한 명이 끼어도 고작 1분 늦어질 뿐이지만 절대 허락할 수 없다.
30분 동안 서서 기다리느라 이렇게도 다리가 아픈데 저런 얌체짓을 봐준다면 규칙을 지킨 고고한 내가 너무 바보처럼 느껴진다. 배신당한 기분이다.
또 한 가지 심리적인 자부심도 작용한다. ‘나는 알아서 규칙도 잘 지키는 사람.’이라는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 나처럼 올바른 사람이 불이익을 겪으면 안 된다.
세상이 반드시 공정하게 굴러가야 한다고 믿을수록 타인의 일탈에 민감해진다.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은 바른생활을 하는 나를 보며 비웃고 있는 듯하다.
4.
귀에 못이 박힐 만큼 들어온 권선징악의 내용이 진짜라면 새치기한 저 사람은 범칙금을 받거나 길 가다 미끄러지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아쉽게도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카뮈의 말처럼 세상은 원래 부조리로 가득하다.
“나만 손해 볼 수는 없죠, 다음부터는 저도 줄 안 서고 대충 끼어들래요.”
혹시 이런 생각이 든다면 지금껏 타인의 시선 때문에 규칙을 지켜왔다는 양심고백이 되어 버린다.
스스로 당당하고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떳떳하려는 사람은 남의 행동에 신경 쓰지도 않는다. 한 밤중에 운전하다가 건널목 앞에서 빨간 불이 켜지면 건너는 사람이 없어도 정지선에 맞춰 멈춘다.
5.
어린 시절 읽었던 전래동화의 결말은 한결같다.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해. 규칙을 잘 지키며 올바르게 행동해야 하고.”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안 지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알아서 지킨다면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인간 세상에서 부조리는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다. 매번 발끈하면 당신만 손해다. 그가 어떻게 살든 신경 쓰지 말고 당신 자신의 고고함만 잘 지키길 바란다.
*3줄 요약
◯부조리에 분개하는 이유는 사회정의감 또는 상대적 박탈감, 둘 중 하나다.
◯세상은 원래 부조리가 일상이라는 사실부터 받아들이자.
◯남 신경 끄고 자신만의 기준을 조용히 지키는 사람이 진짜 멋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