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58
<리더의 시계는 두 개>
1.
“벤투감독이 4년계약을 다 마무리할 줄 누가 알았겠어, 참 대단해.”
국가대표팀이든 클럽팀이든 단 몇 경기 연패하면 파리 목숨처럼 감독자리가 날아간다. 벤투는 독의 성배중 최고봉인 한국대표팀을 4년이나 이끌었으니 그 자체만으로 대단하다. 이 분야 절대강자는 퍼거슨감독으로서, 맨유감독을 무려 27년이나 했다.
2.
27년동안 한 직장에서 근무했다면 거의 신입으로 들어가 정년을 맞이한 셈이다. 그가 처음 부임할 때 맨유는 지금의 맨유가 아니었다. 한때 잘나간 적이 있었지만 이제 상위권의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좋은 선수를 데려올 만한 자금도 없었고, 퍼거슨감독 연봉도 터무니없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가 될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부임하자마자 유소년 육성에 모든 열정을 쏟았다. 지금 팀성적 자체가 엉망이지만 그 와중에 미래도 함께 보았다. 그때 퍼거슨이 키운 선수들이 차례차례 1군으로 올라오면서 맨유의 전성기를 이끈다.
3.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퍼거슨이라는 이름은 한번쯤 들어보았을 정도로, 이미 축구계의 전설이 되었다. 그는 경기마다 항상 껌을 씹었는데, 그가 마지막 경기에서 씹은 껌이, 경매에서 5억8천만 원에 낙찰되었을 정도다.
사람들이 그가 대단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감독으로나 리더로서나 거의 모든 항목에서 최고였기 때문이다. 실력이 좋지만 인성이 엉망인 선수를 잘 다독일 줄도 알았고, 알콜중독인 선수들을 모조리 좇아내기도 했으며, 기약 없는 유소년 팀을 키우며 차근차근 미래도 준비했다. 바로 그 퍼거슨이 발탁한 선수가 우리의 지성팍이다.
4.
리더의 자리에 앉으면 누구든 조급해진다. 어느 조직이든 리더는 비정규직이다. 임시로 정해놓은 기간 동안 사람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언제든 방을 빼야 한다. 리더 자리에 올랐다는 자체로 실력은 이미 검증되었지만, 비전이 없으면 오래 버틸 수 없다. 눈앞의 미션을 해결하면서, 다가올 미래도 대비해야 한다.
퍼거슨이 부임한 이후로도 한동안 맨유는 10위권까지 오르내렸다. 엄청난 야유와 손가락질을 받았다. 대신 그 몇 년의 리빌딩 기간 동안 그가 의도한 대로 유소년 팀이 차근차근 성과를 내자,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도 조금씩 그에게 설득되어 갔다.
5.
리더는 두 개의 시계를 동시에 볼 줄 알아야 한다. 일은 잘하지만 팀워크를 해치는 구성원이 있을 때, 현재와 미래의 관점에서 잘 따져봐야 한다. 원칙만 내세우며 무조건 해고한다고 능사가 아니며, 힘없이 끌려 다니며 무기력해져도 안 된다.
요즘 MZ라는 단어는 사실상 사회초년생의 대명사가 된 느낌이다. MZ가 입바른 소리를 하면 CEO들은 뒷목부터 잡는다. 중간관리자들은 위아래 눈치를 살피며, 자신의 뼈를 갈아 자리보전하기 바쁘다. 리더가 시계를 제대로 보고, 과단성 있게 교통정리를 해야할 시점이다. MZ의 말이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고 다 틀린 것도 아니다. 그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리더의 눈이 틀렸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