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63
<나는 남과 다르다>
1.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일에 감놓아라 배놓아라 하다니!”
물론 남들은 당신 일이나 당신분야에 대해 당신만큼 모른다.
그렇다고 아무 말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면 곤란하다. 전문지식이 필요 없는 상식적이면서 합리적인 판단이 중요한 순간도 많다.
2.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 다를 수 있다. 팀장님은 PT발표 하루 전 자료준비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6시 땡쳤다고 퇴근하겠다는 김대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김대리는 7년 사귄 여친에게 프로포즈하려고, 6개월 전부터 여러 군데 예약을 하며 치밀한 준비를 했다. 누가 틀렸는가.
내 판단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상대도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여긴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서로 상대를 비난하기까지 한다. 자신만의 처지에 갇혀 남의 입장이나 상황판단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해서 그렇다.
3.
단순한 입장차이 수준을 넘어, 내가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내가 내린 이렇게 합리적이고도 정확한 판단을, 왜 상대방이 이해 못하는지 답답하다. 급기야 상대의 사고력과 자질문제를 거론하며, 인신공격까지 퍼붓는다.
선택받은 사람, 특별한 권리를 가진 사람이라는 오만한 생각에 한번 사로잡히면 혼자 힘으로는 빠져나오기 어렵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아서 그렇다. 끼리끼리 모여 맞아 맞아 맞장구 치다보면, 그들 이외 세상사람 모두는 졸지에 바보신세가 된다.
4.
선민사상에 한번 취하면 그 지위를 마음껏 누리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남의 덕이나 운으로 그 자리에 올랐어도, 안 놀고 안자고 노력해서 그 황금티켓을 손에 넣었어도 결국 남다른 신분을 가졌다고 여긴다. 이 자리를 탐내는 사람들이 함부로 범접할 수 없도록 사다리를 걷어차고 다른 사람들을 하찮게 보기 시작한다.
어떤 그룹에 대한 문제가 생기면, 세상사람 모두 관심을 가진다. 여러 일간지에 논설이 실리고, 다양한 의견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물론 인민재판에도 한계가 있지만, 집단지성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본인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주장만 고수하고 남의 의견을 묵살하면, 남 보기에는 그저 집단이기주의로 밖에 안 보인다.
5.
사람은 모두 다르다. 또한 누구나 자기만의 생각을 가진다는 면에서는 모든 사람이 똑같다. 다른 생각과 같은 입장을 동시에 고려해야 설득과 타협이 된다. 팀장님이 본인 생각을 정답으로 정한 뒤, 아직 생각이 짧은 김대리를 얼우고 달래야 한다고 생각하니 계속 평행선만 달린다.
“음, 김대리에게 그런 중요한 일이 있었군요. 우리 팀 중요한 일과 딱 겹쳐버렸네요. 미안하지만 김대리가 담당한 재고관리 파트만 2시간동안 마무리하고 가면 어떨까요. 여자친구분에게 양해 좀 부탁해요. 그 나머지 부분은 제가 최대한 커버하고, 잘 모르는 부분은 중간중간 전화로 좀 물을 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