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67
<당연한 일은 정말 당연할까?>
1.
“당연히 자장면이 맞지 않나요?”
/“무슨 말씀을, 짜장면이 표준어로 바뀐 지가 언제인데요.”
둘 다 맞다. 한동안 사람들은 짜장면이 당연하다고 말했고, 맞춤법교정기는 자장면으로 고쳐 주었다. 지금은 짜장면 자장면 둘 다 맞다. 2011년 8월 국립국어원이 둘 다 표준어로 인정했다. 세상에 영원한 당연은 없다.
2.
‘당연하다.’는 말은 의외로 대단히 주관적인 표현이다. 사전에서는 ‘일의 앞뒤 사정을 놓고 볼 때 마땅히 그러하다.’고 설명한다. 문장 중에 ‘마땅히’라는 단어가 걸린다. ‘당연’이라는 말이 모호해서 해석을 찾아보았더니, 설명하는 문장조차 주관적이다. 객관적 기준이 없이 다수결 원칙에 대충 맞겨둔 모양새다.
비슷한 표현으로 ‘상식’이라는 말도 한번 살펴보자.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분별 따위가 포함된다.’라고 사전에 나온다. ‘보통’과 ‘일반적’이라는 단어가 또다시 발목을 잡는다. ‘당연’이나 ‘상식’이나 그리도 확신에 가득 차 던진 단어들인데, 이렇게도 의미가 부정확했다니.
3.
결론이 나왔다. 모든 사람이 인정할 만한 만고불변의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사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내용을 규칙으로 정해 놓아도, 세세한 구체적인 일들은 어느 정도 임기응변에 따라 유도리가 있다. 같은 법을 어긴 사람이라도, 재판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내가 어떤 사실을 당연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동안 너무 익숙하게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왜 그래야 하는지, 질문조차 해본 적 없다. 주위 사람들이 군소리 없이 가만있으니, 나도 그냥 조용히 따랐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신입사원이나 자녀가 왜 그래야 하는지 물으면, 이유를 설명할 자신이 없다. 민망하여 큰소리로 윽박지르기만 한다.
4.
“뭐 그런 일을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요,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당연’을 논리로 쓰는 쪽은 대부분 기성세대와 기득권 계층이다. 자신이 그 규칙을 지켰으니, 남도 나처럼 묵묵히 따라주길 바란다. 복종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 사전에는 ‘왜’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힘이 없으면 시키는 대로 따라야만 하는 불행한 시대였다.
반면 합리적인 궁금증과 상관없이, 반항과 거부의 목적으로 이유를 따지고 들어도 곤란하다. 상대를 궁지로 몰아 자신의 의무를 회피하려고만 들면 비겁한 행동일 뿐이다. 남자가, 여자가, 젊은 사람이, 노인이 당연히 이렇게 처신해야 한다며 책임을 전가하기 시작하면 패싸움만 남는다.
5.
“그동안 출근시간, 퇴근시간, 점심시간 규정자체가 없었네요. 별 생각 없이 그전부터 하던 대로 따르기만 했는데, 이제 그러면 안 되겠습니다. 의견을 모아 규칙을 정해봅시다. 규칙에 이의가 있으면 언제든 다시 토론해보기로 하구요. 단, 일단 정한 규칙은 예외 없이 모두 지키기로 할게요. 팀장인 저부터 신입사원까지 모두 다.”
‘당연’의 불합리를 극복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서로 의견차이가 생길 때 ‘당연히’라는 말을 안 꺼내면 된다. 출근시간을 안 지켜서 사무실 업무에 지장을 주었으면, 책임을 지라고 말하면 된다. 당연한 일을 안지켰다며 인격모독으로 흐르면 안 된다. 아차, 정말 당연한 일이 딱 하나 있긴 있더라.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는다, 당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