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69 <일단 몰입부터 시작>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소통잡화점 869

<일단 몰입부터 시작>


1.

“이제 무슨 말인지 잘 알겠지?”

/“어..어? 뭐라고 했었지?”


친구와 이야기하든 동료와 업무회의를 하든 꼭 되묻는 사람이 있다. 말이 빠르지 않았고 내용도 어렵지 않았지만, 상대방 말을 못 알아듣는다. 대화에 집중하지 않고 딴 생각에 빠져있는 사람이다.


2.

몰입하지 못하는 사람한테 흔히 ‘산만하다’고 말한다. 해야 하는 일이나 소통하는 상대에게 신경을 쓰는 대신,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거나 창밖의 풍경에 눈길이 가 있다. 주위에 널린 여러 자극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형이다.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는 내칠 줄 알아야 하는데, 모든 자극을 다 받아들이니 힘겹다.

반대의 상황도 있다. 늘 어떤 생각에 골똘히 빠진 사람이다. 항상 진지하게 사색중이다. 삶을 무겁게 대하는 방식 자체를 틀렸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무거움에만 계속 짓눌려 있으면 곤란하다. 남과 소통할 때는 나만의 성에서 잠시 빠져나와 상대의 말과 표정 눈빛에 집중하면 좋겠다.


3.

“저는 항상 상대에게 집중 잘해요.”

맞은 편 사람과 눈을 딱 마주치며 다른 곳은 쳐다보지 않지만, 의외로 몰입하지 못한다. 계속 잔머리를 굴려서 그렇다. 상대방 말 한마디한마디를 집중해서 듣는 대신, 첫마디의 단어하나를 끄집어내어 나름의 분석을 시작한다.


상대방 숨은 의도를 따져보고 인성을 평가하는데 온 에너지를 쓰고 있으니, 상대방 말이 제대로 들릴 턱이 없다. 결국 상대의 말이 아닌 내 생각에만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실컷 이야기하고 한 달 뒤 만나 그때 상황을 꺼내면, 딱 본인의 머릿속 분석결과만 기억한다. “너, 그때 새로 산 자동차 자랑만 실컷 했잖아.”


4.

부모는 아이와 노는 시간이 즐거울까. 보통 ‘아이와 놀아준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업무의 하나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나는 하나도 재미없지만 부모라서 해야만 하니, 마지못해 시간 쓰고 체력 써가며 생기부 놀이 봉사시간을 채우는 중이다.


업무로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놀이자체를 기획하기 시작한다. 이 놀이하면서 영어 단어 5개를 외우게 하면 되겠고, 이왕이면 협동에 대한 책을 골라 읽어주면 더 좋겠고… 아장아장 아이도 다 느낀다. 지금은 교육시간이구나, 에이 재미없어. 아이가 지루해하니 냉큼 스마트폰을 던져준다. 사람들은 아이들 스마트폰 중독의 원인 자체도 잘 모른다.


5.

아이와 같이 놀고, 팀원과 같이 일해야 한다. 아이를 가르치려 들면서 머리 복잡할 이유가 없다. 팀원을 째려보며 판단하고 평가하느라 두통에 시달릴 필요도 없다. 그저 눈앞에 주어진 상황 속으로 나를 던지면 그만이다. 풍덩.


“몰입은 시간을 잊을 정도로 무아지경에 빠진 상태입니다. 그래야 정신적인 역량을 몰입대상에게 100% 쏟아 부을 수 있어요.”

칙센트미하이의 말처럼 매순간 몰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몰입만 잘 되면 일의 효율이 올라가고, 멀게만 느껴졌던 사람들과 소통도 훨씬 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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