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75
<마음 상했다면 미안해>
1.
“마음 상했다면 미안해.
기분 나쁘게 하려고 한 말은 아닌데, 그렇게 되어 버렸네. 사과할게.”
분명 사과를 받기는 했는데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다.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한테 뭐라고 할 수는 없고, 애매모호한 마음으로 돌아선다. 진정 미안해 하는 마음 없이 사과라는 단어만 오갔기 때문이다.
2.
‘마음 상했다면’ 이라는 표현을 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본인이 잘못했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지만, 상대방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니 마지못해 사과하는 척 한다는 뜻이다. 하나도 안 미안하다는 속내를 드러내며, 고개 빳빳이 들고 당당하게 사과하려 한다.
‘내가 한 말중에 틀린 말은 하나도 없어, 다 팩트일 뿐이야. 이런 말 듣고 화난다면 전적으로 너의 문제지. 네가 이상한 사람이야. 어휴, 그래도 어쩔 수 없네. 그렇게 욱해서 흥분하니 잘난 내가 참아야지. 가볍게 미안한 척은 해줄 테니 적당히 마무리해. 이런 대화를 함께 나눌 수준이 안 되는 구나.’
3.
도도한 눈빛만 봐도 상대 속마음이 다 읽히니 더 화가 난다. 남들 보기에는 적반하장이지만, 본인은 배려심 충만이라고 여긴다. 게다가 반쪽 사과라도 했으니 얼른 표정 풀고 쿨해지라고 강요한다. 계속 뽀루퉁 삐져있으면 찌질한 사람 취급까지 할 기세다. 사과를 받을 수도 없고 안 받을 수도 없다. 고혈압 환자들 심정을 이해하겠다.
과연 이런 일은 나와는 무관할까. 공감불능이라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그렇다 치고, 평범한 우리도 언제든지 예기치 않게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남의 일로만 여기면 안된다. 남에게 ‘기분 나빴다면’ 이라고 들으면 그리도 분개했는데, 막상 나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내 입에서도 그 말부터 튀어나온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평소 한번쯤 생각해 두면 좋다.
4.
“정말 미안해. 내가 괜한 소리해서 마음 쓰게 했구나.”
언뜻 별 차이 없어 보인다. 중요한 차이는 가정법이다. ‘만약 그랬다면’이라는 말이 핵심이다. 사과를 제대로 하려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이자. ‘만약’이라는 말로 회피하려 들거나, ‘너도 문제있다’는 식의 어설픈 반격은 하지 말자.
상대가 마음이 조금 풀리면, 내 진정성을 한 번 더 보여줄 수 있다. 사과의 고수는 꼭 재발방지를 약속한다. 어디가 문제인지 알아내어 확실히 고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좋다. 형식적인 사과가 아니라 진심이라는 이미지를 준다. “내 말중에 어디를 고치면 좋을지 좀 알려줄래? 또 이런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싶어서 그래.”
5.
좋은 사과의 기본 3원칙이 있다. 인정하고 사과한 뒤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과정이다. 이중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인정’이다. 아프게 한 사실을 인정하라는 말이 아니다. 사악한 마음을 먹지 않아도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면, 얼마든지 남을 괴롭힐 수 있다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김대리, 정말 미안해요. 학교 선배에 나이도 많아서 무심코 말 놓기 시작했는데,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줄 몰랐어요.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
남을 아무리 잘 이해하고 공감한다 해도, 근본적으로는 서로 남이다. 한마음일 수는 없다. 누구나 자신이 빠진 우물 안에서 위로 보이는 만큼만 하늘을 본다. 우물밖 풍경을 알고 겸허하게 인정한 뒤, 한 뼘 더 성장했으면 그것으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