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76 <그 가수에 꽂힌 합리적 이유>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소통잡화점 876

<그 가수에 꽂힌 합리적 이유>


1.

“그 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 사람을 몰라요.”

전주만 나와도 심쿵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의 원픽은 이문세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문세 4집이다.


처음에는 이문세 자체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다른 앨범은 그다지 마음이 가지 않는다. 그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2.

뉴욕타임즈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역대 최고의 음악을 꼽을 때면 희한하게도 사람마다 다른 노래를 말한다. 왜 그럴까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일정한 패턴이 발견되었다. 바로 그의 사춘기에 좋아했던 음악을 평생토록 사랑한다는 사실이었다.


남자는 13~16세, 여자는 11~14세에 음악적 취향이 완성되고, 그 패턴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유명한 팝송 ‘Creep'이라는 곡이 있다. 제목은 잘 모르더라도 강렬한 전자기타 사운드를 들으면 누구나 ’아, 이 노래’하는 곡이다. 미국에서 38세 남성에게 최고 인기곡으로 조사되었는데, 발매시기를 따져보니 딱 그들이 14세 때 발표되었다. 신기하다.


3.

이문세 4집은 87년에 나왔는데, 71년생인 내가 그해 딱 16세였다. 중학생부터 대학까지 통기타를 치며 김광석을 신처럼 떠받들었지만, 광석이형은 항상 ‘이문세 4집’을 넘지 못했다. 그러니 사람들 취향에 대한 여론조사는 큰 의미가 없다. 누구든 자신의 사춘기시절 명곡이 최고라고 말하니 말이다.


이 연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춘기가 절정일 때 감성적인 충격은 평생을 갈만큼 강력하다는 의미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사람은, 주로 사춘기시절의 사랑이다. 음악취향 외에도 친한 친구나 좋아하는 음식에 이르기까지, 그 시절의 강렬함은 뇌리에 각인된다. 같은 이유로 그 시절 내 가슴에 못 박은 철수는, 죽을 때까지 철천지 웬수다.


4.

사회초년생 대명사로 쓰이게 된 ‘MZ’라는 용어에 대해 늘 궁금했다. 언제나 신입사원은 존재했는데, 왜 유독 지금의 신입에 대해서만 다르다고 말하는 걸까. 이유가 있었다. 대한민국은 크게 98년 IMF 이전과 이후로 나눠진다고 생각한다.


IMF 힘든시절 사춘기 나이였던 세대는, 머릿속에 ‘돈 없다, 아껴라, 힘들다.’ 그런 말들이 강하게 박혀있다. 그 이전세대는 비교적 희망적인 시절에 사춘기를 보냈으니, 기본적으로 훨씬 낙관적이다. 그 이후 계속 한국은 저성장시대이니, 그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1등학과에 가서 살아 남아야만 한다는 생존에 대한 욕구가 훨씬 강하다. 98년 11~16세면 지금 36~41세인데, MZ세대를 대략 40세이하로 본다. 딱 맞다.


5.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무조건 사춘기만은 평화롭게 지내야 평생의 관계가 순조롭다. 딸은 사춘기가 좀 빠른 편이니 초경시작부터 중1~2까지, 아들은 중고생 시절이다. 대체로 딸이 부모와 사이가 좋은 이유도 설명이 된다. 딸은 공부로 지지고 볶는 시기가 초절정 감수성시기를 살짝 지난 다음이고, 아들은 그 시기가 딱 그 시기다.


지금 나의 취향을 한번 따져보자. 이상하리만큼 집착하는 색깔, 음식, 날씨, 음악, 그림, 나라... 실은 다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 사춘기시절 나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주었던 그 사람, 그 사건, 그 일들이 지금의 내 호불호를 결정했을 확률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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