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79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은 나>
1.
“아니, 어떻게 오늘 같은 날 비가올 수 있죠? 야외결혼식 하려고 몇 달이나 준비했는데...”
비가 오든 말든 입 꼬리가 하루 종일 올라간 신부가 있는가 하면, 아침부터 오만상 찌푸리며 나라 잃은 표정을 짓는 신부도 있다. 내 문제는 다 내가 규정하기 나름이다.
2.
아침 댓바람부터 팀장님 불호령 시작이다.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에 팀장님 승진이 걸려있으니 그러실 만도 하다. 팀원들 일거수일투족 일일이 지적하며 잔소리 작렬이다. 안 그래도 회사생활 오래하면서 너무 지쳤는데, 이 참에 사표 던지고 제주도 한달살기 떠날까 싶다.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아주 좋은 찬스다. 팀장님 탄탄한 실력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팀원들에게 그리 애정은 없는 분이었다. 여쭤봐도 잘 가르쳐주지 않고 늘 불친절했다. 실력만 놓고 보면 진작 임원이 되었어야 할 능력자다. 이 참에 팀장님한테 업무 좀 제대로 배워보자. 미국물 먹고오신 그 내공을 전부 흡수하고 말겠다.
3.
모든 문제는 내가 정의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사소한 일들도, 내가 문제로 명명하는 순간 빌런이 된다. 제 아무리 미스코리아라도 시어머니 눈 밖에 나면, 머리에서 발뒤꿈치까지 전부 미워 보인다. 사람 마음이 이리도 무섭다.
반대로 다들 힘들다며 헉헉대는 일도, 내가 재미를 느끼면 즐거운 오락이 된다. 일자체가 고되든 말든 상관없다. 나만 좋으면 그만이다. 남들이 여러 가지 내용을 지적하지만, 나에게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성장 마인드셋을 장착한 사람에게 웬만한 일은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그저 해결해야 할 미션 하나 추가일 뿐이다.
4.
일단 학교가기 싫다, 회사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면 만사가 귀찮다. 숙제가 많아서도 아니고, 업무가 힘들어서도 아니다. 그냥 싫다. 그럴 때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싫다. 억지로 움직여봐야 손대는 족족 사고만 친다. 상사의 질책까지 듣고 나면 더더더 하기 싫어진다.
지금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 바로 나라고 생각한다면, 그 리스트를 한번 주욱 적어보자. A4용지 앞뒤로 빽빽이 적고 나면, 한 손에 빨간펜들고 향긋한 커피한잔 마시며 1번부터 다시 들여다 본다. 진짜 문제가 맞기는 한가? 이유 없이 툴툴거린 내 심술은 아닌가? 다시 보니 그리 대단한 문제도 아니네? 찬찬히 들여다보니 내 인생도 그리 나쁘지 않은데?
5.
업무처리도 마찬가지다. 고난도 트러블 상황이 벌어지면, 어디가 문제인지부터 정확히 규정해야 한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엉뚱한 부분을 붙들고 하루 종일 뚝딱거려봐야, 오히려 상황만 복잡해진다.
문제의 핵심은 내 고정관념이나 선입견과 아무 상관없다. 그 날의 기분따라 문제의 포인트가 오락가락 바뀌고 있다면, 내가 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본다는 뜻이다. 손에 망치를 들고 있으면, 사방천지 못만 보인다. 여기저기 튀어나온 못만 두드려 박으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듯한 착각에 빠진다. 문제를 정확히 규정하고 중요한 일부터 하나씩 해결하면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