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80 <당신은 문제가 없어요, 다만...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소통잡화점 880

<당신은 문제가 없어요, 다만...>


1.

“다들 우리 업계의 특수성을 모르고들 하는 소리예요. 대학에 있는 교수님들도 현장을 모르니 그런 원론적인 말씀만 하시는 거죠.”


자연인으로서 두 눈 크게 뜨고 살펴보면 어느 직업이나 문제가 있지만, 종사자에게 물으면 하나같이 발끈한다. 억울한 표정으로 핏대 세우며 항변한다. 딱 한마디면 그 업계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다 들을 수 있다. 과연?


2.

“선생님은 제가 잘 압니다. 당연히 원리원칙대로 일처리 잘 하시는 분이니 저도 인정하죠. 그런데 선생님 보시기에 주위 동료 분들은 어떠신가요? 선생님 휴가가고 안 계실 때 가족들 소개할 정도는 되시나요?”


그 업종의 문제점에 대해 일반화해서 질문하면, 상대방 본인도 그 속에 포함되어 버린다. 이 바닥에 대해 할 말은 산더미같지만, 누워 침 뱉을 수는 없다. 내가 나를 욕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울며 겨자 먹기로 변호사 모드가 되어야 한다. 멘트 한마디로 업계와 상대방을 분리시켜 주기만 하면,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주기 시작한다.


3.

부족주의가 그래서 무섭다. 내가 부족의 일원이라고 느끼는 순간, 나의 이성은 마비된다. 어떻게든 우리 부족의 이익을 위해 갑옷입고 투구쓰고 매서운 눈빛까지 장착한다. 어느 집단이든 일단 뭉치기 시작하면 일사분란하게 한 목소리를 낸다. 합리적인 사고 따위는 진작 내다 버렸다. 우리 팀 이익을 위해서라면 웬만한 잘못도 눈감아 주어야 한다.


집단과 집단이 대립하면 소통과 타협이 무척 어렵다. 강대강으로 끝까지 맞선다. 이럴 때 누군가 개인자격으로 나선다. 누구든지 일대일로 만나면 사돈의 팔촌 옆집 사는 사람일 뿐이니 적대감도 훨씬 덜하다. 그 사람의 목소리 하나가 전체 판도를 뒤바꾼다. 메이지유신을 완성한 사카모토 료마같은 인물의 위력이다.


4.

나는 어떤 트러블의 진짜 문제를 알고 싶을 때, 그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보다 옹호하는 입장에게 묻는 편이다. 죽자 살자 비난하는 맞은 편 사람의 말에는, 감정이 너무 많이 실려 있다. 어디까지가 팩트이고 어디부터가 분노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당연히 저런 말 들으면 억울하지만, 이쪽에도 사실 문제가 많아요. 이런 내용은 이러이러하게 좀 바꾸면 좋을 텐데, 다들 얼마나 고집을 부리는지...”

말하는 사람 한명만 열외시키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남들이 몰랐던 내부 속사정까지 전부 말하기 시작한다.


5.

내가 속한 집단에서 한발 물러난 후, 뒤돌아서서 그들을 한번 쳐다보자. 지금까지 내가 저 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때도 있다. 내 준거집단에서 3Cm만 비켜나도, 전혀 딴 세상이다.


똘똘 뭉쳐있는 내 주위 사람들 분위기에 한번 휩쓸리면 정신 차리기가 어렵다. 급류에 휘말려 결국 폭포수 아래로 떨어지고야 만다. 내 주위 전부 아이폰인데 요즘 누가 갤럭시 쓰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사용자비율 갤럭시 63%, 아이폰 19%다. 정신 차리고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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