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81
<예의 없는 사람>
1.
“안사요 안사. 요즘 왜 이렇게 호객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나 원 참. 그 시간에 다른 일이나 좀 하지.”
정말 예의 없다. 다른 사람의 감정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툭툭 내 뱉는다. 이런 말 듣고 상처 입으면 상대방 잘못으로 여긴다.
2.
“예의 없다구요? 그럼 필요 없어도 사야 되나요?”
2번째 대사에서 그 사람 의식의 흐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남들이 자신을 비난하는 이유가, 그 물건을 사주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규칙에 어긋나고 부적절한 요구라서 정당하게 거부하면, 그 자체는 예의 없다고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예의는 물건을 사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가 어떤 부탁을 하거나 질문을 했더라도 마찬가지다. 이치에 맞지 않거나 상황이 허락하지 않아 들어주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자체에 대해 예의 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바로 그 다음이다.
3.
예의는 ‘존경의 뜻을 표하기 위하여 예로써 나타내는 말투나 몸가짐’이다. 살다보면 상대가 잘 모르는 사실을 내가 알려주거나, 상대방 잘못을 내가 지적하게 될 수도 있다. 관건은 내가 하는 언행의 콘텐츠가 아니라,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태도’다.
즉,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예의 있게 말할 수 있고, 예의 없이 무례하게 굴 수도 있다. 남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은 상대방 존재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다. 어떤 결정이 합리적인가, 어떤 선택이 나에게 유리한가, 자신의 입장에만 매몰되어 있다. 어떻게 결정할 지에 대한 내용과, 어떻게 소통할 지에 대한 관점은 완전히 별개다.
4.
예의 없이 행동하는 사람은 주로 갑의 위치에 있다. 남에게 어떤 요청을 받거나, 질문을 받는 지위이니 최소 리더나 사장 급이다.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무례한 행동을 하면, 그 조합이 바로 갑질이다. 보통 권력을 가진 사람이 부당한 요구를 할 때 분개하며 갑질한다고 말하는데,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누구든 자신의 입장에 유리하게 결정하기 마련이다. 상대가 아무리 애원하더라도 편의를 봐주지 않을 수 있다. 남도 그렇게 하고 나도 그렇게 한다. 대신 상대를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상대방 처지를 고려한다면, 내 뜻을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3초 정도는 고민해 봐야 한다.
5.
“아, 새로 나온 화장품인가 보네요. 어쩌죠, 저는 피부트러블이 심해서 쓰던 제품만 쓰거든요. 친구들이 물어보면 꼭 추천할게요. 많이 파세요.”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았고, 상대방 요구를 전부 수용하지도 않았다. 상대방이 물건 안 사주었다고 버럭 화를 냈을까. 남들 다 예의 없게 구는데 예의를 지켜주어 감사하다며, 샘플 한 무더기 챙겨주신다.
드라마에서 전세 역전되어 약자가 쏘아붙일 때 통쾌함을 느낀다면, 가슴속 한이 쌓여 있다는 증거다. 나도 정의구현 장면에 유독 열광한다. 학교때 힘센 부류에는 찍소리 못하고, 반장이라는 이유로 선생님들께 대신 맞으며 지낸 후유증인 듯싶다. 부모 시댁 처가의 강압적인 분위기속에 화병생긴 분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강약약강 마인드 예의 없는 행동만은 안 된다. 내가 당하며 살았다고 해서, 저 사람한테 피해 줄 권리는 내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