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878
<그냥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1.
“왜 이렇게 살이 안 빠지죠?”
“돈 벌기가 너무 힘들어요.”
1주일에 10Kg 빼는 비법 신문기사 열심히 스크랩하고, 월매출 30만원에서 1억 찍은 비결이라는 포스팅 제목을 광클릭한다.
이미 저장한 데이터만 한 트럭이다. 정말 살 빼고 돈 벌고 싶은 게 아니다. 그냥 살이 빠져있고, 돈이 있었으면 좋겠다.
2.
안 먹고 운동한다고 누구나 살이 빠지지는 않는다. 갑상선기능저하증처럼 건강에 문제가 있으면, 전문가 도움이 필수다. 안 쓰고 아끼기만 한다고 내 집이 생기지는 않는다. 적당한 재테크 기술도 알아야 한다.
나는 환자분에게 약 처방 할때 이것 드시면 안 된다, 저것도 피하시라 그런 내용은 말하지 않는다. 나의 치료 실력으로 커버하면 그만이다. 대신 꼭 지켜야 할 최소한의 몇가지 규칙만 당부한다. 주 7회 2시간씩 개인PT 하시라며 나 도망갈 구멍을 미리 파지는 않는다. 주 3회 15분 계단만 오르시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책임진다고 한다. 그것도 못 지키는 분이 태반이다.
3.
어느 방송에 순대트럭 대박나신 분 인터뷰가 나왔다. 트럭 뒤로 30미터 줄을 서 있고, 하루매출 100만원을 넘어간다고 밝힌다. “제가 힘들게 알아낸 노하우 전부 다 알려드리고 싶어요. 문자나 메일 보내시지 말고 직접 와서 배우시라고 대놓고 말해요. 말만 많고 진짜 오시는 분은 한 사람도 없어요.”
새벽 3시에 일어나 무슨 무슨 작업을 시작하고, 이러저러한 책 300권을 읽으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리 대단한 내용도 아닌데, 배우고 익히는 그 노력자체를 아예 하기 싫어한다고들 한다. 순대 삶을 때 무슨 약초 몇 그램을 넣는지 그 특급비결만 알려달라고 조르지만, 그렇게 알려줄 내용이 없어서 답답하다고 했다.
4.
주식이나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남들 모르는 희한한 정보만 알면, 지금까지 고생한 눈물의 시간을 하루아침에 청산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그린벨트 해제뉴스만 쫓아다니다 몇 번이나 사기를 당하고는 아직 정신 못 차린 사람도 많다.
재무제표의 당기순이익이나, 토지거래 허가구역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가. 손 안대고 코풀고 싶은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최소한 내 힘으로 코에 힘주어 흥 콧바람은 내야하지 않겠는가.
5.
비결이나 노하우는 효율을 좀 더 높여줄 뿐이다. 기말고사 앞두고 하루 딱 1시간 공부하는 학생이, 허구한 날 1등짜리 어느 학원 다니고, 무슨 문제집 푸는지 조사하면 무엇하는가. 시험만 끝나면 하나같이 그 학원 탓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어디 더 좋은 학원 없나 검색하며 학원 찾아 삼만리 민족대이동을 한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서야할 때다. 스노우필터나 포토샵도 없는 적나라한 내 모습을 직면해야 한다. 거울 속 존재가 당신에게 그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 보았다며 이제 정말 잘 해보고 싶다고 말하면 당신은 어떻게 충고하겠는가. “무슨 노력을 해봤다고 그래. 넌 아무것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잖아. 내가 뻔히 다 아는데, 뭘. 기본 할 일부터 제대로 하고 우리 다시 이야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