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필수품은 모기 스프레이

by 티아

더운 나라에 사는 고충 중 하나는 벌레이다. 대만에는 바퀴벌레도 많고 모기도 많고 샤오헤이원이라는 무시무시한 녀석도 있다. (샤워헤이원은 검은 깨처럼 생긴 작은 모기인데 한번 물리면 습격이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피부가 두드러기처럼 일어나고 엄청나게 가렵다.) 많다 보니 살다 보면 한 번쯤은 그들과 지독하게 얽히게 된다.


한국 친구들 모두에게 그런 일이 있었는데, 예컨대 A는 침대에서 바퀴벌레와 눈을 마주치고 진지하게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지 생각했고 B는 방금 세탁을 마친 세탁기 안에서 도마뱀을 발견하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C는 대만에 온 첫날 집에서 날아다니는 바퀴벌레를 보고 집 안의 모든 틈을 막느라 여독도 풀지 못했고 D는 공원 산책을 하다가 종아리에 샤오헤이원의 습격을 받고 병원에 갔다.


나는 모기에 아주 치를 떨게 되었다. 원래도 모기에 잘 물리는 타입이라서 피해가 더 컸다. 대만 모기는 우리나라 산 모기보다 더 독했다. 한번 물리면 물린 부위가 엄지손톱 크기로 부어서(내 엄지손톱은 큰 편이다) 진물이 나오거나 딱딱해졌고 그 자리에 거무튀튀한 상처가 남았다. 상처가 지워지는 속도보다 모기에 물리는 속도가 훨씬 빠르니 다리에는 곧 진하고 옅은 흉이 얼룩덜룩 남았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피부병에 걸린 줄 알았을 것이다.


모기는 한여름이나 겨울보다는 여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더위가 한풀 꺾인 가을에 극성을 부렸다. 그때는 나 말고도 다른 외국인들도 모기 피해를 호소했는데, 어학당 선생님은 오랫동안 외국인들을 지켜본 결과 외국인이 모기에 더 잘 물린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맞는 듯도 했던 게 한자리에 있어도 대만 사람들은 모기에 잘 안 물렸다.


집에 모기가 들어온 날은 괴로웠다. 집 앞에 나무가 많아서 방충망 없는 창문을 열어놓고 환기하는 날이면 낮에도 모기가 들어왔다. 온 방을 뒤져도 못 잡는 밤에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얼굴만 내놓고 잤는데, 다음날 아침에 보면 볼이 모기에 물려서 딱딱하게 부어 있었다.


대만 모기는 청바지도 뚫고 엄청 시커멓고 날쌔기도 엄청 날쌔고 무는 부위도 딱히 가리지 않았다. 나중에는 모기가 아니라 괴물이랑 있는 것 같은 공포심마저 들었다. 만화〈원펀맨〉에 ‘모스키토 소녀’라는 괴인이 등장하는 것도 이제는 이해가 되었다.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편의점에서 휴대용 모기 스프레이를 사서 언제 어디에서나 챙겨 다녔다. 카페에서든 어학당 자습실에서든 한 곳에 오래 앉아 있을 때는 무조건 다리에 집중적으로 뿌렸고 산이나 공원에 갈 때는 목덜미까지 꼼꼼하게 뿌렸다. 집에도 모기가 있으면 이불이고 벽이고 뿌려댔다.


스프레이는 효과가 상당히 좋았다. 날아가는 모기에 분사하면 모기가 비실대며 그대로 땅에 떨어질 정도였다. 그리고 생강 냄새가 났다.


보통 대만 워킹홀리데이를 오기 전에 사람들은 바퀴벌레를 가장 걱정한다. 내 경우엔, 다행히 집 안에서 바퀴벌레가 나온 적은 없어서인지 바퀴벌레보다 모기가 더 괴로웠다. 소독차가 휩쓸고 간 길에서 바퀴벌레들이 여기저기 배를 뒤집고 쓰러져 있는 건 몇 번 보긴 했지만, 죽은 바퀴벌레는 무섭지 않았다. 무서운 건 피에 혈안이 된 살아 있는 모기였다.


하루는 친구와 장화시에 팔괴산 불상을 보러 갔다. 산 속이라 불상 앞에서도 수시로 모기 스프레이를 뿌렸는데, 날씨도 무척 더워서 몸이 땀과 스프레이로 뒤섞여 끈적거렸다. 지금도 장화시를 떠올리면 위엄했던 팔괴산 불상보다 스프레이의 생강 냄새가 먼저 생각난다.


대만에는 모기와 벌레를 퇴치하는 여러 가지 효과적인 제품이 많다. 그러니 대만에 가게 된다면 편의점에 들려서 모기 스프레이나 샤워헤이원 스프레이를 사서 쓰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공원이나 산에서는 필수이다. 나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미리 준비해서 피해를 줄이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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