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대만 음료

by 티아

대만 음료의 세계는 넓고도 촘촘하다. 종류가 아주 많아서 쩐주나이차 외에도 동과차(冬瓜茶), 또또뤼(多多綠), 뤼또우삥샤(綠豆冰沙), 삥치린홍차(冰淇淋紅茶) 등 금방 여러 가지를 떠올릴 수 있다.


이름도 어려운 이 음료들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동과차는 동과라는 열을 내려주는 호박과 식물에 단 맛을 가미한 음료이고, 또또뤼는 야쿠르트와 녹차를 섞어 만든 것이다. 여기서 ‘또또’는 어린아이들이 야쿠르트를 부르는 말이고 ‘뤼’는 녹차의 ‘녹’을 뜻한다. 뤼또우삥샤는 녹두 쉐이크이고, 삥치린홍차는 컵 바닥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두껍게 깔고 그 위에 차가운 홍차를 부어 마시는 음료다.


그 밖에도 정말 많다. 동과차에 물 대신 우유를 넣은 동과나이차(冬瓜奶茶), 나이차(밀크티)에 홍차 대신 녹차를 넣은 나이뤼(奶綠)도 있고, 나이차 안에 쩐주를 넣으면 쩐주나이차, 푸딩을 넣으면 부띵나이차(布丁奶茶), 타로를 넣으면 위또우나이차(芋頭奶茶)가 된다. 과일과 차 또는 커피와 차를 섞어 만든 음료도 종류가 대단히 많으니, 정말이지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이렇게 대만 음료의 세계는 끝없이 확장된다. 야쿠르트와 녹차,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홍차, 패션후르츠와 홍차 같은 의외의 조합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음료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거의 김치에 버금가는 실험정신이라고 볼 수 있다.〈6시 내고향〉이나〈한국인의 밥상〉을 보면 그 지역에서 많이 나는 과일이나 야채로 김치를 담그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감이 많이 나면 감으로 깍두기를 담고 귤이 많이 나면 귤로 김치를 담그는 식으로 거의 모든 식재료가 김치가 된다. 김치는 매일 먹으니까 뭐든 많이 재배되면 “김치로 만들어볼까?”부터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만까지 가서 쩐주나이차나 흑당버블티만 먹고 오는 건 정말 아쉬운 일이다. 가장 대중적인 밀크티 가게인 우슬란(50嵐)에만 해도 메뉴가 50가지나 되니까 말이다. 유명한 가게가 아니어도 대충 손님이 많아 보이는 아무 가게에 들어가서 메뉴판 제일 위에 있는 음료나 추천 표시가 된 음료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 한 잔 사서 손잡이가 긴 음료수 가방에 넣어 다니면 정말로 대만에 왔다는 기분을 낼 수 있다.


대만 생활 막바지, 아쉬운 마음에 음료 가게에 더 자주 갔다. 특히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집 앞 음료 가게에서 또또뤼를 자주 테이크아웃해서 왔다. 샤워를 한 뒤에 쌉쌀 달큼 시큼한 또또뤼를 꿀꺽꿀꺽 넘기면 무더웠던 하루를 정리하고 시원한 여름밤의 세계로 넘어가는 듯했다. 그래서 또또뤼에는 ‘하루의 끝’이라는 기억이 라벨처럼 붙어 있다. 비싸서 가끔만 마시던 마쿠(麻古茶坊)의 과일 치즈 스무디에는 ‘오늘은 스페셜한 게 필요해’라는 라벨이, 야경 보러 공원에 갈 때 마시던 소차제(小茶齋)의 흑당버블티에는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싼다’ 같은 라벨이 붙어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마셔보지 못한 게 한 트럭이니, 대만에 다시 갈 수 있을 날이 오길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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