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르게, 기획을 배우는 법

그 어떤 여건에서도 '못 하지 않는 게' 프로페셔널

by 불꽃지

기획을 배우고자 하거나,

기획을 가르치고자 하거나,

두 경우 모두, 통하는 흔한 방법이 있다.

그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잘 쓴 기획서를 보고 배우는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대학을 졸업하는 그 해 겨울, MBC미술센터에서 인턴을 하며

내가 맡은 일은, 프로젝트가 종료되어 막 해산한 PF팀이 사용했던,

컴퓨터의 데이터를 정리하는 거였다. 큰 회의실에 혼자 앉아서 컴퓨터만 들여다보며

파일 넘어가는 막대기만 지켜보다가,

그때 기획서를 접했다. 너무 멋있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읽었다. 그리고 표현들 하나하나 외웠다.

내 기획의 시작은 암기였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초임자가

가르쳐주는 사람,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이

기획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잘한 것의 암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암기로 시작한 나는 뺑~~~~돌아서 헤매고 다니다가, 이 자리에 왔기 때문이다.


정말 필요한 건, '어떻게 잘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일단 뭐가 잘한 거고, 뭐가 못한 건지

감이 아니라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어떤 여건에서도 못 하지 않는 방법'을 완전히 아는 것,

그게 역량이다.




설명하자면,


" 미국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외과의사 71명을 대상으로 6,516건의 수술을 분석한 연구가 있다.
수술 성공률을 높이는 요인을 조사한 결과,

1위는 뜻밖에도 ‘타인의 실패 경험’,
2위는 ‘자신의 과거 성공 경험’이었다.

타인의 성공담은 부러움에 머물지만, 실패담은 명확한 피드백과 타산지석이 된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인간의 특성상 자신의 실패는 반복될 위험이 크지만, 타인의 실패는 ‘방어적 학습(defensive learning)’을 가능하게 한다. "



반면교사라는 사자성어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 인상적인 연구는 KT 신수정 부문장이 쓴 『일의 격』에서 소개된 내용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의 성공을 도와주고 싶다면, 당신의 실패를 들려줘라.

그리고 그의 작은 성공을 돕는 것이 진짜 도움이다.”

그렇다. 당신의 실패는 누군가의 시작을 지켜주는 방패가 된다.

어떤 업종, 어떤 직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든,

처음 맞닥뜨리는 것은 언제나 이전 세대가 남긴 결과물이다.



우리는 그 결과물을 보며 배운다. 그러나 나는 말하고 싶다.

잘한 것을 보고 배우려 하지 말자.

봐도 배우지 못한다. 똑같이 따라 해도 이번에도 그 노하우가 통하리란 보장은 없다.


대신 망친 것, 실패한 것, 놓쳐버린 결과물을 보라.

거기에는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생생한 교훈이 있다.


따라서 이 연재 글은 ‘기획의 기술’을 다루려는 것이 아니다.

수없이 망쳐가며 체득한 ‘기획자의 사고방식’을 나누려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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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은 철저히 상대평가다.

정답 없는 경쟁 속에서 ‘성공을 보장하는 비법’을 찾는 것은,

보물지도 없이 보물섬을 찾는 일과 같다.


물론 기획에도 원론과 노하우는 있다.

그것을 많이 알수록 성공 확률은 높아진다.


실제로 성공한 프로젝트 중 기획이 나빴던 경우는 없고,

압도적 성과를 낸 제안서가 업계의 바이블로 회자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 전설의 제안서를 펼쳐 문장을 뜯어보고, 구성을 따라 하며, 표현 하나하나를 벤치마킹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 로직을 익혀 제법 그럴듯한 제안서를 만든다 해도,

그것이 곧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프로젝트마다 맥락과 이슈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성공의 방식만 좇다 보면, 항상 누군가의 뒤꽁무니를 따라가게 된다.



기획을 빠르게 배우고 싶은가? ‘망친 기획’을 들여다보자.

그 속에는 망할 수밖에 없는 공통된 패턴, 곧 ‘절대적 오답’이 숨어 있다.

이 오답만 피해 간다면, 최소한 애초부터 망할 제안서는 쓰지 않게 된다.

결국 내가 제안하는 성공 기획의 방법론은 단순하다.

절대적 오답을 알아차리고, 마감 전에 망칠 조짐을 감지하는 것.




“일을 잘하기에 앞서, 못하지는 말자.”

이것이 내가 이 연재를 통해 전하고 싶은, 기획 수업의 핵심이다.



***전시기획 노하우에 대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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