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사라진 화요일

혹은 시간을 되찾는 법에 대하여

by 방덕붕
화요일이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이번 주에 화요일이 없었다. 월요일 다음에 바로 수요일이 왔다. 달력을 아무리 봐도, 휴대폰을 확인해도 마찬가지였다. 3월 15일 월요일, 3월 17일 수요일. 16일은 어디에도 없었다. 다른 화요일들은 그대로였지만 3월 16일 화요일은 말 그대로 그냥 사라졌다.


나는 동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일했는데, 그날은 화요일인데도 출근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출근할 생각을 못했다. 왜냐하면 내 달력에도, 휴대폰에도 화요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월요일 다음 날, 나는 "오늘은 수요일이야" 라고 스스로에게 각인 시켰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달리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편의점에 전화를 걸었다.


"점장님, 혹시 어제... 제가 근무하는 날 아니었나요?"


"어제? 어제는 월요일이었는데 네가 왜 와? 너는 화요일 근무잖아."


"그런데 화요일이..."


"화요일이 뭐?"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화요일이 사라졌다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회색 고양이를 만났다. 평소에도 자주 보던 길고양이였지만, 그날따라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야옹거렸다. 마치 뭔가 중요한 말을 하려는 것처럼.


"너도 화요일이 사라진 걸 알고 있니?"


고양이는 대답 대신 나를 째려보았다. 그리고는 마치 따라오라는 듯 골목 안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골목 끝에는 작은 서점이 있었다. '시간의 서재'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는데, 분명 어제까지는 없던 가게였다. 고양이는 서점 앞에서 멈춰 서서 다시 나를 째려봤다.


서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렸다. 안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책을 읽고 계셨다.


"화요일을 찾으러 왔나요?"

할아버지가 책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말했다.


"네... 그런데 어떻게..."

"여기 있어요."


할아버지는 책장에서 얇은 책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넸다. 표지에는 '화요일, 3월 16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가끔 이런 일이 생깁니다. 누군가 너무 강하게 특정한 날을 거부하면, 그 날은 잠시 여기로 피해 있어요. 당신이 그 날을 다시 받아들일 준비가 되면 돌려드릴게요."


나는 3월 16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려 애썼다. 그리고 문득 떠올랐다. 1년 전 그날, 연인과 헤어졌다.


우리는 대학 캠퍼스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은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빠, 우리 좀 떨어져 지내는게 좋겠어."

"갑자기 왜?"

"갑자기가 아니야. 계속 생각해왔어. 우리는 서로 너무 다른 것 같아."


나는 반박하려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사실 나도 느끼고 있었다. 최근 몇 달간 우리 사이의 어색함을.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할수록 더 멀어지는 기분을.


나는 복학 후, 이제 3학년이고 은지는 졸업해서 큰 기업에 들어갔다. 은지는 여느 사회 초년생이 그렇 듯 바빴고, 나도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느라 쉴 틈이 많지 않았다.


"그냥... 조금만 시간을 가지자. 서로 생각할 시간."


은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도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것으로 짐작할 뿐 이었다.


"언제까지?"

"모르겠어. 정해두면 그것도 부담스러울 것 같아."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큰 싸움도 없이, 누군가의 잘못도 없이. 그저 시간이 우리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갔을 뿐이었다.


가장 아팠던 건 그녀를 미워할 수도 없다는 거였다. 미워할 수 있다면 차라리 쉬웠을 텐데. 아마 나는... 내가 가장 미웠겠지.


책을 열자 그날의 모든 순간들이 되살아났다. 은지의 떨리는 목소리, 캠퍼스에 피어난 벚꽃, 그리고 내가 말하지 못했던 마지막 말들.


"행복했어... 너와 같이 한 시간들. 고마웠어."


라는 말을.


"이제 괜찮나요?"

할아버지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책을 덮자 연기처럼 사라졌다. 동시에 서점도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회색 고양이가 창문 너머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달력을 보니 화요일이 제자리에 돌아와 있었다. 3월 16일. 편의점에 출근했을 때 점장은 "어제 왜 안 왔냐"며 투덜거렸다.


회색 고양이는 여전히 그 골목에 있었다. 하지만 '시간의 서재'는 온데간데없었다. 그 자리에는 평범한 건물이 서 있을 뿐 있었다.


가끔 고양이는 길에 앉아 심드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곤 한다. 나도 쳐다보고 살짝 웃어 주자 고양이는 기지개 한 번, 야옹 한 번 거리고는 햇살 속으로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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