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은 검은 양복을 입고 관 앞에 서 있었다. 어머니의 얼굴은 평생 본 것 중 가장 평온해 보였다. 고통스러워하던 마지막 몇 달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제 아프지 않겠구나.'
그것이 민준의 첫 번째 생각이었다. 두 번째는 장례 절차에 대한 것이었다. 조문객들에게 인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화환은 누가 정리하는지, 발인은 언제인지.
"민준아..." 숙모가 다가와 어깨를 감쌌다. "울어도 돼. 참지 마."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나와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어머니는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았고, 그것은 좋은 일이었다. 슬퍼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조문객들이 하나둘 다가왔다.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그래도 울음을 참으시다니, 의젓하네요."
"어머님이 하늘에서 보고 계실 거예요.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민준은 적절한 때에 고개를 숙이고 감사 인사를 했다.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자신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이해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저녁이 되었다. 친척들이 모여 앉아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민준이 참 차분하네." 삼촌이 말했다. "충격이 클 텐데."
"아직 실감이 안 나는 것 같아요." 고모가 대답했다. "나중에 크게 울겠지요."
민준은 그들의 기대를 알 수 있었다. 무너져 내리고, 오열하고, 절망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어머니의 죽음은 하나의 사실이었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에게는 자연스러웠다.
이틀째 되는 날, 아버지의 오랜 친구인 박 사장이 찾아왔다.
"민준이 이놈..." 박 사장이 민준의 어깨를 툭 쳤다. "어머니 돌아가셨는데 눈물 한 방울 없나? 피도 눈물도 없는 게 사이코패스 같네."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민준은 박 사장을 바라봤다. 사이코패스. 그 단어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자신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인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울어야 하는 것인가?
그날 밤, 민준은 혼자 어머니의 영정 앞에 앉아 있었다. 어머니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내가 이상한 걸까?'
그는 자신의 감정을 점검해봤다. 슬픔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어머니와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함께 웃던 순간들, 아플 때 돌봐주던 모습들.
하지만 여전히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고마움이 있었다.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해줬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이제 그녀가 평안하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이것도 사랑의 한 형태 아닐까?'
민준은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차가웠지만 여전히 익숙했다.
"엄마, 나는 엄마를 사랑해요. 다만 다른 방식으로요."
그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였다.
"민준아."
"아버지."
"괜찮다." 아버지가 말했다. "사람마다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법이야. 네가 어머니를 사랑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어."
민준은 아버지를 바라봤다. 처음으로 이해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민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남들은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럴 수도 있지." 아버지가 민준 옆에 앉았다. "하지만 네가 누구인지는 네가 정하는 거야. 남들의 기대에 맞춰 살 필요는 없어."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적어도 자신이 완전히 잘못된 존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인 날, 민준은 어머니의 관을 따라 걸었다. 여전히 눈물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감사가 차분히 자리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눈물 한 방울 없네..."
"저런 애가 어떻게..."
민준은 그 말들을 들으며 생각했다. 자신이 사이코패스일까? 아니면 단지 다른 방식으로 느끼는 사람일까?
답은 아직 몰랐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자신의 감정이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진정한 사랑은 반드시 눈물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민준은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봤다. 어머니가 떠난 세상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야 했다.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세상은 때로 그 차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