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줌을 지렸다. 첫 공황장애

by 티보치나


주 7일, 하루 13시간 근무.

쉬는 날이 생겨도 그것은 휴식이 아니라

또 다른 노동의 형태였다.

J의 아버지 농사일을 돕거나,

어머님의 자잘한 심부름을 하거나,

병원을 함께 가는 날이었다.

오롯이 나만의 시간은 단 한 번도 주어지지 않았다.

J와 H는 손으로 나를 때리지는 않았다.

(H가 딱 한번 머리를 책상으로 내리쳐서

앞이빨이 부러진 것 빼고는)

대신, 말로 나를 무너뜨렸다.

그 말들은 심장이, 뇌가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날은 처음으로 정신과를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처음으로 공황을 겪었다.

그때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지만,

의사는 그것을

'공황장애'라고 불렀고, 어서 집에서 나와라 고했다.

혼자 있을 때의 나는 별 문제없는 사람이었다.

손님을 편하게 응대했고,

물건을 팔았으며, 일을 잘 해냈다.

포토샵도, 일러스트도 혼자 배워서 매장 pop들을 내가 다 만들었다.

하지만 H와 함께 있는 순간은,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모든 말이 틀린 것 같았고,

모든 행동이 감시당하는 기분이다.

숨을 쉬는 것조차 검열받는 느낌.

그날, 가게 목표 매출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에게 그 책임이 떨어졌다.

H는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176,500원에 177,500원 더하면 얼마야?"

"107,700원에 107,700원은?"

"5초 안에 대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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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원래도 H앞에 서면

나는 말을 잃었다. 손이 떨려 운동화 끈조차 묶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고,

그날도 마찬가징졌다.

왼쪽눈만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깜빡였다.

질문은 멈추지 않았다.

상품에 대한 질문,

상황에 대한 질문들 같은 거.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떨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넌 왜 이렇게 대화가 안 되냐? 내가 널 잡아먹기라도 해?"

"날 보면 왜 그렇게 멍해?

야망도 없고, 욕심도 없고... 네가 최선을 다한 게 이거야?"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니?

한 달이 넘었어."

"우울한 표정 좀 짓지 마."

"다른 애들은 안 그래. 오빠는 왜 너 같은 애를 데리고 와선."

나는 비교되는 사람이었고,

동시에 삭제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저기 가서 멘트연습이나 해."

나는 진열장 앞에 섰다.

그리고 혼잣말로 문장을 반복했다.

'이 제품은.. 한 달에 한 번씩 매일 여섯 시간씩 쓰시면..'

그때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뭐라고? 안 들려 더 크게!"

몸이 굳었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의 나는 공포그자체에 휩싸여있었다.

"꾀병 좀 그만 부려. 왜 이렇게 불쌍한 척을 하는 거야?

결국 하기 싫은 일 다 피하고 네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여기서 살고 싶은 거지?

쇼좀 그만해."

가게가 떠나갈 듯 소리를 질렀다.

나는 순간 너무 무서워서 오줌을 지려버렸다.

나는 그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 공포와 수치심이 나를 덮쳤고

숨이 막혔다. 온몸이 들켜버린 것처럼 굳었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몸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제멋대로 떨고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도망칠 수도, 울음을 터뜨릴 수도,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도 없었다.

그저 그대로 서서 울기만 했다.

"설마 너 오줌 싼 거야? 미친."

그 말이 공기를 가르며 박혔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고개를 들 수도 없었고, 부정할 수도 없었고,

그저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만 몸으로 알고 있었다

바닥으로 시선이 떨어졌다.

젖어있는 바지,

번져있는 자국,

그 위에 서있는 내발

너무 또렷하여서 차라리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았다

H의 시선이 꽂히고 있었다.

여기서 기회라는 건 H가게를 내가

전적으로 맡아서 해라는 말이다.

사장은 아니지만 거의 사장이 하는 일을

모두 하라는 뜻. 그렇다고 월급이 오를까?

오르겠지, 하지만 그 월급은 그대로 J에게 갈 것이고

나는 지금처럼 50만 원을 받겠지

아니, 조금 더 오르긴 했으려나

그들 앞에 서면 어느 선가 위축되어 있는 내 모습을 본다.

포스럽고 무슨 말을 또 나에게 할지 겁이 난다.

그래서 눈도 못 마주치겠고 같이 밥도 못 먹을 지경까지 오게 되었다.

수저도 제대로 들 수 없었다. 손이 덜덜 떨려서.

H앞에서는 평소 하지 않는 바보 같은 실수를 계속하게 된다.

계속 나를 관찰하고 주시한다.

나는 언젠가부터 언어력이 딸려있었다

앞뒤문장을 만들지 못해서 이제는 남들과 대화하는 것도 힘들었다.

자연스레 업무력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적당히 일하고 쉬는 시간에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추억 만들고 취미활동도 하면서 행복하게 살자라는

내 생각은 그녀에게 통하지 않았다.

전 세계 1위 부자 일론머스크도 그렇게 안 산다면서

워라밸 인생은 전 세계에서 1%만 누린다면서.

본인 가치관을 집에서나, 가게에서나 계속 주입식 교육을 했다

하지만 매일 그런 모습을 보였던 것도 아니다


J나 어머님 앞에서는 한없이 베풀고, 선한 H였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이 봤을 땐 돈욕심 하나도 없고

남편 될 사람의 여동생은 고생해 가면서 가게운영하는데

제대로 도와주지 않고, J뒷바라지도 안 한다며

나약해빠진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에

H는 가족에게 집안 일으켜 세운 고생 많은 착한 막내딸이었다.


나는 그 가게만 들어가도 가슴이 콱 막힌다.

하지만 참고 일하고 손님을 보고 물건을 판다.

내가 우울증 약을 먹게 된 건 유감이라며

이렇게 된 건 인생이 편해 서라고 했다.

남들도 다 겪을 수 있는 건데 나만 유난 떤다고.

나도 깊게 생각했었다. 정말 그런 건가..?

J는는 잘못된 상황이 발생하면

혹은 공부에 집중이 잘 되지 않으면 모두

내 탓을 하곤 했다. 본인이 게으른 건 생각하지 않고

내가 표정이 일그러지면 그 모습을 보고 한 시간이 넘도록 다그치고,

다른 사람들은 어쩌니 인생은 어쩌니 하면서 나를 가르친다.

이제는 스스로 삶에 대한 확신이 무너지고 내가 가지고 있던 신념도 무너지고

혼란이 가득해졌다.

J도 처음엔 내가 멀쩡하다가 엄마가 죽고 나서

내가 왜 이러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답답해했다.

그럴 수밖에. 이해하려는 마음이 없었기에.

오랜 시간 혼자 싸워야 했다. 싸운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아프기만 했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몸으로 신호가 온 거 같다.



몸이 아픈 건 그럴 수 있지 하면서 왜 다들 마음이 아픈 건 이상하게 볼까

럼에도 나는 계속 노력한다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침구정리를 하고,

음식을 먹고, 매일 씻고

명상이나 요가 영상을 틀고

몸을 움직이면서 가게 매출에 온 힘을 다해서

신경 쓰고 집안일도 완벽하게 하려고 했으며

J의 뒷바라지도 최선을 다했다.

틈나는 시간에는 네이버 스토어팜을 운영하면서

부수입을 만들어내고, 나쁜 생각이 들어오지 않도록 나는 무던히도 노력하는 중이다.


2020년 7월 일기 중.













나는 너무 무서워서 그 자리에서 소변을 쌌다.

바지가 다 젖었고, 바닥에도 내 소변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내 머리를 뜯었다.

계속 뜯었다.

나는 내 머리를 때리고, 또 때리고, 뜯고

얼굴을 때렸다. 내 얼굴을 계속 때렸다.


순간 몇 초 정적이 흐른 후 H가 다가와서 나를 보자

"너 지금 오줌 싼 거야? 대단하다 누가 보면 내가 널 잡아먹는 줄 알겠어 어떻게든 나를 나쁜 년으로 만드는구나. 나는 너한테 큰 기회를 주는 거뿐인데 어떻게 이런 기회를 놓칠 수가 있니."

욕심이 그렇게도 없냐고리석고,

내 앞에서 이런 모습 보이는 거 J앞에서 절대 보이지 말라면서 연기하지 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