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자살했다

by 티보치나



아빠도 나처럼 자살유가족이었다는 사실을,

왜 인지하지 못했을까

아빠도 나만큼 무너지고 있었을 텐데,

왜 나는 끝내 그 마음을 알아보지 못했을까.

어쩌면 알고도, 모른 척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집 이야기는 이미 아파트 전체에 퍼져있었다.

"OO 동 OO호에서 자살했대."


그 말은 소문이 아니라 낙인처럼 따라붙었다

아빠는 그 안에서 살고 있었다.

엄마가 죽은 집,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 계속 반복되는 그 공간에서.

나는 아빠에게 말했다.

집이 팔리기 전에 원룸을 구해줄 테니 거기서 지내라고.

그때의 아빠는 이미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을 것이다.

전화가 오면 이상한 말을 했다.

부엌에 엄마가 보인다고,

안방에서 소리가 난다고,

베란다에 할머니가 서 있다고.

나는 그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고, 그냥 아빠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아빠는 집에 머무르지 못했다.

생전에 좋아하던 오토바이를 다시 구매해서 전국을 떠돌아다녔다.

어딘가로 계속 이동하며, 멈추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일도 하지 않았다.

시장에 나가면 이미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엄마의 죽음과, 그 뒤에 붙은 이야기들까지.

사람들의 시선은 말보다 더 선명하게 아빠를 향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아빠는 장사를 접었다.

그 이후로 아빠는 점점 더 세상과 멀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닿지 않았고, 전화도 오지 않았다.

나는 일방적으로 메시지만 보냈다. 답이 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그때는 몰랐다. 엄마가 죽기 전 보였던

그 불안한 징후들이

아빠에게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었다는 것을,

지금 와서야 알았다

나는 그때, 두 번의 붕괴를

같은 방식으로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평소와 다름없이 근무 중이었다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oo경찰서입니다. ooo 씨 따님 맞으신가요?"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나는 이상하게도 이미 알고 있었다.

"아빠.. 죽었나요?"

잠깐의 정적.

그리고 돌아온 말.

"힘드시겠지만, oo로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엄마가 죽은 지 아직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그 시간을 제대로 지나오지 못한 채

혼자 마음속을 헤매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힘든 티를 내지 못한 채,

밖에서 울고

집에 들어가면 아무 일 없는 척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빠가 죽었다고 한다.



심장이 갑자기 안쪽에서 세게 조여왔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고,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어떤 일들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는 거짓말을 했다.

"아빠가 갑자기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했대

상태가 안 좋다고 연락이 왔어 나 빨리 가봐야 할 거 같아."

H에게도, J에게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진실을 말할 힘이 없었다.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생각들이 밀려왔다.

'안 좋은 일은 한 번에 몰려온다더니, 내가 지금 그런 일들 안에 있는 건가.'

그렇다 해도,

이건 너무했다.

신이 있다면 물어보고 싶었다.

왜 나에게, 이렇게 연달아 같은 고통을 주는지.

눈물이 쏟아졌다.

멈출 수가 없었다.

그 눈물은 아빠 때문도, 엄마 때문도 아니었다.


그저,

이 모든 일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몰라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너무 막막하고

너무 억울하고

너무 외로워서.

그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그렇다면 이렇게 끝없이 생각하는 일은 나를 더 깊이 무너뜨리는 일일 뿐이라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다 지나갈 거야, 버텨, 할 수 있어.' 그 말을 수없이 되뇌어도

너무 억울했고, 서러웠고,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너무 서러웠다.


얼마나 더 버텨야 할까?

얼마나 더 견뎌야 나에게도 평범한 하루가 주어질까

그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흐르고, 버스는 고향에 도착했다.

나는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주민들,119 구급대원들, 경찰.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이번에도 이미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제가 OOO 씨 딸입니다."

"아버님이 투신하셨습니다."


우리 집은 21층, 아파트의 가장 꼭대기층에 살았다.

아빠는 대낮에 그곳에서 몸을 던졌다.

수군거리는 주민들의 목소리,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들.

초중고를 이 동네에서 다녔으니 아마도 내 동창 들이었을 것이다.

나는 아빠의 시신을 확인하고, 나는 경찰서로, 아빠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다시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경찰은 질문을 이어갔다.

생전에 아버지는 어땠는지,

휴대폰에 남긴 문자들, 관계는 어땠는지,

혹시 짐작되는 이유는 없는지.

하지만 자살이 확신해서 조사는 일찍 끝이 났다.

나는 대답을 하면서도 그 질문들이 나를 더 깊이 밀어 넣고 있다는 걸 느꼈다.

아빠의 장례식은 엄마때와 똑같이 치러졌다.

다만 이번에는 사람이 많았다.

조문객이 끊이지 않아서 아르바이트생을 써야 할 정도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한 발짝 도움직이지 못했다.

인사를 하는 것조차 겨우 해냈다.

몸은 이미 버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그때의 나는 10킬로 이상 빠진 채,

거의 살이 남아있는 것이 없는 몸이 되어있었다.

나는 약에 의지하고 있었다.

작고 하얀 알약을 손에 쥐고 삼켰다.

눈은 반쯤 감겨 있었고, 몸은 중심을 잃은 채 비틀거렸다.

나는 이미 많이 무너져있었다.

J에게 아빠의 죽음을 알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이유도 묻지 않았다.

그날밤, 나는 잠깐 잠이 들었는데 나는 꿈에서 칼을 쥐고 있었다.

손목을 긋고, 배를 긋고, 목과 가슴을 향해 끝까지 밀어 쑤셨다.

깨어났을 때 손은 비어있었지만, 그 감각은 남아 있는 듯했다.

아빠가 살아있을 때, 나는 자주 문자를 보냈다.



'왜 나한테 그런 걸 시켰어?

엄마가 죽은 자리, 왜 나보고 치우라고 한 거야

제정신이야?'

'아빠랑 엄마는 나를 한 번이라도 사랑한 적 있어?'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아빠 때문이야.'


그때마다 아빠는 답하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놓아버렸다

지금 와서야 생각한다. 내가 보낸 그 문자 내용들이

아빠에게 닿았을 때, 어떤 무게였을지.

혹시 내 말이 아빠를 마지막으로 밀어낸 건 아닌지.

나는 계속해서 나를 의심하게 된다.

남들은 자식을 위해서 어떻게든 산다고들 하던데,

왜 내 부모는 아무 말도, 아무 유언도 없이 나를 두고 떠났을까

유서 한 장 없이,

설명한 줄 없이.

정말 내가 문제였던 걸까.

어릴 적, 엄마는 내게 자주 말했다.

'네가 없었더라면 엄마는 더 잘살았을 텐데.'

나는 그 말을 똑똑히 기억한다

아주 어렸지만, 나는 다 기억한다. 그래서 가끔은 생각한다

정말 내가 없었더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까, 내가 문제이구나.



장례가 끝나고, 아빠는 한 줌의 재가 되었다.

나는 그 앞에 서 있었다.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나는 이미 다 말라버린 식물 같았다.

몸도,

마음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때, 내 안에서 올라온 생각은 너무 선명해서 지울 수가 없었다.

나는 나를 완전히 부수고 싶었다.

몸을 찢고,

피가 흐르고,

그 고통으로 모든 걸 덮어버리고 싶었다.

약을 입에 털어놓고 그대로 무너져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싶었다.

밖에는 비가 온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조용하게

계속해서.

나는 어디쯤 서있을까

앞으로 갈 수도 없고

뒤로 돌아갈 수도 없는 채로 그냥 중간에 멈춰있었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흘러가고 있었다.

그 안에서 나만 제자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조용히 남겨져 있다.

슬픔은 울고 끝나는 감정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상태로 만들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