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수있는것

by 티보치나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몇 년간 겪고

죽기 살기를 반복하면서 절실히 느낀 것 중 하나는

어둠 없이는 절대 빛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생이라고 다를 리 없더라.

번개탄을 집에 여유분으로 두지 않으면 불안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던 평범한 어느 날,

아무 생각도 없이 충동적으로

번개탄 3개를 꺼내 들었고, 특히나 내가 좋아했던 방법. 개목줄이나 샤워기헤드로 목조르기로

바닥에 앉아서 버번위스키를 마시고

약을 털어 넣고 기다리고 있었다.

눈은 따갑고 코도 맵고 구멍이란 구멍에선 물이 흘러나왔지만 수면제 덕분인지 몸이 나른했다. 이대로 몇 분만 있으면 진짜 자유를 찾을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나는 여러 번의 자살시도 끝에는

결국 실패였다. 이 날은 환청이 들렸다.

그것이 진짜목소리였는지 내가 약에 취해 착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기괴한 경험이었다.


'너 지금 얼른 여기서 나가! 이렇게 죽는 거

억울하지도 않니? 분하지도 않아?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

너는 지금 죽을 때가 아니야 정신 차려 죽지 마'


순간 정신이 들면서 눈을 떠보려고 해 봤지만

번개탄 때문에 눈이 따가워서 제대로 뜰 수 없었지만

하얀 풍경이 보이는 거 같았다.

그리고 메멘토모리라는 단어가 계속 돌았다.

내가 들은 목소리는 엄마아빠목소리도 아니었고,

처음 듣는 여자목소리였다. 계속해서 날 깨우는 듯했고 '메멘토모리'라는 단어를 외쳐댔다.

정신을 완전히 잃을 찰나에 나는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엉금엉금 화장실에서 기어 나왔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

왜 계속 성공할 때쯤에 실패해 버리는 거야

아니면 내가 아직 살아야 할 운명인 건가 대체 어쩌자는 거냐고. 조금만 참으면 완전한 자유가 되는 건데 바보같이 왜..


그때 그 목소리를 듣고 깨달은 것이 많았다.

내가 왜 죽어야 하지?

억울하고 분통이 터질 거 같은데

숨 막혀 죽을 거 같은데. 숨 쉬는 게 죄처럼

느껴지는데.

내가 정말 죽고 싶어서인가, 너무 힘들고 지쳐서 살기 싫어져서 그러는 것인가

이렇게 죽고 끝나버리면

진짜 내 인생은 너무 억울하고 비참하다.


평범한 어느 날에, 어떤 무엇에

'내가 살아있구나' , '나 지금 꽤 살만하구나'

극복하고 있고 많이 좋아졌다.. 하며 광광 운다.

환기시킨다고 창문을 열었는데 빛이 내 얼굴을

감쌀 때, 새벽산책 가겠다고 밖에 나갔는데

새벽공기가 너무 좋을 때,

깨끗하게 샤워하고 나와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봤을 때,

편의점에 갔는데 마침 먹고 싶은 게 있을 때 등등.

그 울음은 기뻐서도, 다행이어서도 아니다

그냥.. 조금은 내 영혼의 힘이 남아있구나,

내가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구나

하는 울음 같은 거였다. 결국 우리는 살아있는 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종종 짜인 시간의 사이에 생긴

비어있는 시간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거 같다.

삶의 여백을 무엇으로 채우든 그건 나의 자유지만 무언갈 계속해야 하고 불안해하는 건

여전히 스스로 시간에 묶여서 강박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셈이다.

무라카미하루키가 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누구도 그것을 붙잡을 수 없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매사 결과는 내 몫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남탓 하지 말자

어떻게 하면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좋고 싫고를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 하며,

내 감정에 솔직해야 하고,

가장 나다워지기로 결심한 순간 시작된다.)

과거에서 벗어나서 나를 변화시켜 보기로 했다.


내가 하는 일은 누구보다
가장 중요한 일이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직 나를 위해 걷고, 읽고, 일기를 쓰고, 계획을 세우고, 이루었다.

제대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애쓰기 시작하자

점점 내 삶에 변화가 찾아왔다.

처음부터 거창한 걸 하려고 하지 말자 생각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찌뿌둥할 때,

스스로를 토닥이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모든 것을 없던 일로 하고 싶을 때

좋아하는 노래가 멈춰있을 때

기대가 말도 없이 끝나버렸을 때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창이 묵직한 커튼으로

가려졌을 때, 대책 없이 무덤덤할 때

텁텁한 기분에 덮였을 때,

내가 되기 싫을 때.

나는 내 속 안에 내가 너무 많다.

나는 우울한 날이나 속이 갑갑한 날이면

유독 다이어리를 더 많이 쓰고, 꾸민다.

오리고 붙이고 쓰는 행위에 위안을 삼는다.

시들해진 나를 바라보는 건 그 자체로 너무 고역스럽다. 몸에 항우울제를 집어넣고,

충동적인 행위들을 눌러앉힌다. 그러면 조금은 평화가 찾아온다. 그렇게 있다 보면

하루는 조금 밝은 날이 찾아오기도 한다.

멍 때리면서 필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억지로 덧입혔던 우울의 색깔들이

조금은 밝은 색으로 덮혀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주 소소한 거부터 시작하고 실천하고
꾸준히 하면 된다.


그런 마음으로 살다 보면

나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나만의 아름다움과 안정적인 삶의 지점이 발견될 이다.


이 마음은 알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멍이 난 이 기분은, 우울한 내 이야기는

나와 친밀한 사람일수록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쓴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시도하는 건

너무 힘들었다.

화장실이 가기 싫어서 며칠 동안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침대에만 누워있고, 집밖으로 나가면 땅이 울렁거리고, 시야불편, 기분 나쁜 냄새들,

비현실감이 계속되고 햇빛을 보면

심장이 요동치고 근육이 튕기고, 팽만감이 느껴지고 숨쉬기가 힘들었던 지난날.

이제는 일상의 미약한 생각과

행동에 부여한 가치와 의미들이 모여서

살아 움직여 나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타인의 도움도 기꺼이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동사무소 직원분들은 나를 각별히 신경 써주시고, 일주일에 한 번씩 반찬가게에서 내가 먹고 싶은 반찬을 구입하게 해 주셨으며,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도 매일 안부전화,

집으로 면담까지 오시며 진심으로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oo 씨는 절대 혼자가 아니에요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앞으로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씩 해나 가봅시다.'


'나, 참 잘했다 오늘도 걸었어 정말 잘했어.

그동안 침대에서만 지냈지만 이제는 걷기 시작했으니 예전보다 분명히 더 건강해질 거야.'


단순히 자해 중단하고 나타나는 금단증상을 이겨내는 것을 넘어서 건강해지고 싶었다.


평생 나약하고 힘없는 나로 여기저기 치여살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외로움과 공허함은 피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자세,

사는 게 힘들어 눈물이 나도 그 순간 잠시 찾아오는 슬픔이라는 걸 인지하고

눈물로 많은 걸 게워낼 줄 아는 자세.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죽음의 찰나 그 끝까지 가봤고, 시신현장도

내 손으로 치워봤으니까.


삶은 안락한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향하는 것이다.

죽음은 나를 자유롭게 한다.

그러니 죽음을 어떻게 좋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죽음을 이겨냈는데 뭔들 못할까?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게 된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 삶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내가 굳이 죽음을 불러오지 않아도 나는 언젠가 죽는다. 생각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만,

우리를 가장 자유롭게 하는 것은 죽음이다.

나는 '어떻게 죽을까? '언제 죽을까?'

라고만 생각했지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매일 노예짓만

하면서 그렇게 살았다. 누군가를 위해서 살았지,

나를 돌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죽으면 그만이고, 잘 살면 좋은 거지
죽기밖에 더 하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과정들을 딛고 일어서면 내 삶이 분명히 변화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토록 인생을 걸고 싸우고 있으니

분명히 남은 인생은 빛날 것이라고 각했다.

무엇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생활이었지만

계속 이렇게 살 것이 아니라면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걷기와 더불어 미미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오늘의 목표를 세웠다.



쓰레기 버리기, 창문 열어 환기하기, 샤워하기,

세탁기 돌리고 바로 빨래 널고 개기, 베개커버 교체하기, 간단한 스트레칭하기, 장보기,

시간 맞춰서 약 챙겨 먹기 등

매일 하는 것들이지만 일상이 힘드니

하루에 한두 가지만 목표로 삼았고,

작성한 목록을 책상에 두고 체크를 했다.


조금씩 내 모습에서 변화가 보였다

이제 다시는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 지금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소 같은 인생이 좋다. 잔잔한 호숫가에서

반짝이는 빛,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

가끔씩 올라오는 자살충동과 자해행동도

그것마저도 내 감정이니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살충동이 올라오면 곧장 센터로 전화해서

도움을 요청했다.


살아있다는 것은 자주 뭉클해지는 것,

자주 울컥하게 되는 것.

그렇게 하루하루를 낭비도 하고, 재미있게 살면서 다치고 회복하기를 반복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


2025년 나와의 약속

힘들고 아프다고 말하는 것을 무서워하지 말기

부정적으로 떠오른 일은 오래 품지 말고 책, 필사, 일기로 생각 돌리기

우울한 생각에 갇히지 않기

지금 곁에 머무는 행복을 맘껏 누리고 느끼기

난로와 그늘 같은 사람이 되기

빨간색, 파란색, 검은색을 잘 섞어서 만든 보라색 빛을 닮은 노을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항상 긍정적일 수는 없어도 빛을 가까이하는 사람이 되기

늦었다 생각말기

나 자신을 사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