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셋, 아직 한참이다는 말을 했다간
다 큰 어른이라는 것이 질책이 되어 돌아오고
여자 서른셋이면 다 끝났다고 하면
코웃음 짓는 애매한 나이. 그 나이를 2개월 지난 지금,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나.
나이가 든다는 건 어떤 의미 일까
어릴 땐 누구나 자기 미래가 반짝반짝 빛날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한심하기 짝이 없고,
늘 불안하다.
'죽어도 괜찮아'라고 나를 갉아먹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나는 사랑받을 수 있는 여자이고,
사랑을 줄 수 있고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생이 끝난 것 같다고 해도 삶은 이어진다.
내 인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되짚어보면서 살고 있다.
자유로워지기 위해
나는 그 사람들을
용서하려는 마음을 가진다
책에서 배웠다.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마음을 잘 살펴서 내가 누구를 용서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라고. 첫 번째로 부모님이었다.
요즘 엄마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
내가 살아있어서 만날 수 없는 당신들이
저 세상에 살고 있다.
만나면 몇 번이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말할 수 있다.
세상 사람들 다 손가락질해도 나는 이제
엄마를 이해할 수 있다고. 엄마도 엄마이기전에
한 여자였고, 여린 딸이었다. 우리 엄마도
녹록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들었다.
그래서 사랑받지 못했고,
그래서 사랑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몰랐던 거뿐이다.
엄마가 처음이라서. 살아생전에 엄마가 했던 행동들을 진심으로 용서했거나,
이해가 간다는 게 아니다
그게 첫걸음이었다.
부모가 밉다 원망스럽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마음을 먼저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해하려고 마음먹기
그래서 지금은 엄마를 생각하면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무겁게 느껴지던
엄마아빠의 죽음도 퍼즐 맞추는 것처럼 맞춰지고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눈물은 아직 무겁다 그건 어쩔 수 없다.
그것도 인정해야 한다.
나를 옥죄어오던 J와 J가족들은
좀처럼 용서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쉽지 않지만
용서하려는 의지가 생기려고 노력하는 순간
내 마음가짐은 달라진다.
그 사람의 행동을 용납하라는 게 아니다.
그냥 모든 걸 놓아버리는 것이다.
용서하는 법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냥 용서를 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당연히 쉽지 않았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그곳에서 배운 것들을 생각해 봤다.
첫 번째, 나는 음식을 혹독히 배웠다
웬만한 반찬과 국거리는 레시피 없이도 만들 수 있다.
두 번째, 나는 어디에 가도 팔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어느 영업 매장에 들어가도 판매 하나는 자신 있다.
면봉 하나를 쥐여줘도 장점 백가지는 말할 수 있다.
이건 H의 혹독한 영업방식 때문에 배운 것이다.
세 번째, 나는 사람을 쉽게 믿지 않게 되었다
사람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하는 말 또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그랬다.
그래서 나는 배웠다. 믿어야 할 사람은 결국 나 자신뿐이라는 것을.,
부모도, 관계도, 상황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지금의 나는
무언가를 잘하게 된 사람이기보다는,
쉽게 기대지 않게 된 사람이다.
'난 반드시 이겨낼 것이고, 약도 끊고
혼자가 아니야. 난 내 자체만으로 소중한 사람이야'
되뇌고 또 되뇌었다. 힘들고 어색했지만
거울 보고 웃는 연습도 했다.
속으로만 말하는 게 아니라 입으로 내뱉었다.
"난 반드시 이겨낼 것이고, 약도 끊고
나 자신을 사랑해."
원래는 내 몸을 자해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버릇처럼 했다.
진짜 죽을 고비가 왔을 땐
무서워서 도망가는 주제에.
진짜 죽을 용기도 없으면서.
그냥 그만하고 싶단 소리였다.
죽고 싶단 게 아니라
어떻게 살지 몰라서였다. 사라지고 싶었다
그래서 절도 들어가고, 신앙의 힘도 빌리고
약에도 의존해 보고 미친 듯이 관련 서적을 읽고
필사하며 지난 시간들을 보낸 게 아닐까.
약물 오남용으로 뇌기능이 저하되어
책 읽는 속도도 느려지고 이해도가 낮아져서 문장을 몇 번이나 읽어야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좌절하지 않고 나에게 도움 되는 책이 있으면
이해가 될 때까지 내 것이 될 때까지 계속 읽었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있으면 무조건 필사를 했다.
내 가슴깊이 새겨놓을 수 있도록.
그 문장이 내 인생에 실현될 수 있도록.
그 노력들이 모여 내 삶은 아주 조금씩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내가 나를 제대로 알려면
나에게서 한발 떨어져서 봐야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지금 어떤 마음을
느끼고 있는지 관찰하고 느끼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미우면 미워하는 감정대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그 분노까지 그대로
가져가도 좋지만
슬픔으로, 우울로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을 때,
실제로 나와, 슬퍼하는 나를 분리해 본다.
'슬픔은 감정뿐이야.'
숨이 차고 공황장애가 오면
나는 가슴에 한 손을 얹고 속으로 세 번을 외친다.
'내가 불안하구나 내가 화를 내는 내가 있구나.'
명상수행에 배웠던 호흡을 한다.
들숨.. 날숨..
감정이라는 건 내 안에서 밖으로 꺼내어지면
맥을 못 추고 사라져 버린다 나를 잘 관찰해야 한다.
내 원점을 이해하고 성장과정을 뒤돌아봄
이후에 그 기준에 맞춰서 내가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내 마음이 편안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불안하거나,
있는 그대로의 내 상태를 받아들이고, 내려놓으며
그런 모습마저도 안아주고 수용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나에게 어울리는 인생을,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용기를 내지 않으면 기회는 오지 않는다
기회는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일상의 아주 작은 것부터
연습하고 바꾸려 했다.
밤낮 바뀌지 말 것 무조건 12시 전에 약 먹고 눕기
하루 두 끼는 꼭 챙겨 먹을 것 인스턴트 금지
반찬, 국 위주로 건강하게 먹기
하루 한번 꼭 샤워하고, 환기시키기
일어나자마자 이불정리하기
하루 30분 독서 필사 한 줄이라도 하기
일상 일기, 감사일기 쓰기
세탁 밀리지 않고 하기
이 모든 과정 들은 당연히 쉽지 않았고 무너지고 또 무너졌다. 하지만 다시 실천하고,
무너지고, 실천하고 반복했다.
스스로 몰아세우다 스스로 용서하고,
스스로 미워하다 또 스스로 사랑하려 애쓰고
스스로 몸에 상처를 냈다가
스스로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반복, 또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나도 -
아직 길게 살아온 건 아니지만
이런저런 사건을 겪고, 느낀 것은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되고, 이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고독과 외로움을 떠안고
사는 것이고 슬픈 일 투성이지만
사소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이상 인생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