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여기는 개미지옥입니다.

by 티보치나


맘 같아선 J의 여동생 가게가 어디인지

상호명까지 다 까발리고 싶지만

그러기엔 내가 용기가 부족한 탓에 말은 아끼겠다.

한 번은 네oo에 가게후기가 올라왔었다.


'이 가게를 들어가는 순간 개미지옥입니다

절대 빈손으로 나올 수 없어요

정신 차리고 가게 나와보니 30만 원 순삭입니다

한번 구경하러 들어가 볼까? 하는 순간

텅장됩니다 정신 똑바로 챙기고 가세요

안 그럼 제대로 호갱 잡힙니다.'


그랬다. 우리의 판매방식이 그랬다.

이 가게는 H가 22살에 창업해서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고, 2014년엔 MBC에 출연한 적이 있다.

구글에 H이름을 치면 얼굴과 상호명이 다 나온다. 신기하게도 여전히 단골이 많고, 신규고객이 많다.


우리는 가게에 손님이 들어온 순간 스캔한다.

'이 사람은 얼마짜리 손님이네.'

"어서 오세요 천천히 둘러보신 후 궁금한 거 있으시면 편하게 여쭤보세요."


처음부터 바짝 붙지 않고, 주위를 살피며 손님이 어디에 시선이 가는지,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살핀다.

"선물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직접 쓰시는 거세요?"

은근슬쩍 툭 내뱉고, 손님의 니즈파악을 한다

그렇게 판매멘트가 들어간다.

단돈 2,900짜리 제품을 사가더라도

무조건 가게에서 물건을 사가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이 매장의 국룰이었다.

"나중에 다시 올게요."하고 빈손으로 나가게 되면 재앙이다.

손님 한 명을 놓치면, 내가 해야 할 일은

수십 개가 된다.

먼저 액셀을 켜고, 손님 놓친 시간을 적고

그 손님의 인상착의, 나이대, 처음부터 내가 했던 멘트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손님과 했던 대화 내용을

싹 다 적고, 판매멘트가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되었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하지 말았어야 할 멘트와, 개선해야 할 멘트를 생각해서 적고, 진열장에 가서 달달 연습해야 한다.

그냥 구경하러 온 손님일 수도 있고,

나중에 사러 올 건데 오늘 보러 왔을 수도 있는

손님일 수도 있는 건데 H는 용납하지 않는다.

그냥 구경하러 와서도 맘에 들게 만들면

무조건 살 수 있는데, 구매까지 못 이룬 거면

그건 판매자의 잘못이라고 화를 낸다.

편하게 구경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자유롭게 제품을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을 했지만, 1:1 판매방식을 꺾지 못한다.

그렇게 손님을 놓치고 나면 다음 손님이 올 때까지 하루 종일 진열대에서 멘트연습을 시키거나,

소리 지르며 화를 낸다. 간혹 H의 친언니가 한 번씩 가게를 봐주기도 했는데, 그 언니가 일을 이상하게

할 때는 아무 말 안 하면서 나한테만 유독 집착적으로 화를 냈다. 크리스마스나, 5월 가정의 날 같은

행사 있는 날엔 대량주문이 많은데

그럴 땐 새벽 2시 넘게 가게나, 집에서 포장을 한다.

영업시간에 포장하면 가게손님 올 때 집중 못한다고 가게영업시간 외에 포장일을 시켰다.

그렇다고 돈을 더 주냐고? 아니, 가족사업이란 핑계로 일을 그렇게 시켰다.

본인도 가게영업시간 외에 포장일을 했냐고? 아니, 그럴싸하게 처음엔 했지만 본인은 다른 사업아이템

공부해야 한다며 눈치 보고 쓱 빠지고 나만 시켰다. 그래서 대량주문 있는 날엔 잠을 2-3시간

밖에 못 잤다.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아침식사, 청소를 해야 했기 때문에 자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정말 큰 건수가 있는 날이면 본인도 찔렸는지 10만 원씩 챙겨주긴 했다.

그것도 아주 생색내면서.

하루는 나를 명품샵에 데려간 적이 있었다.

H는 이미 백화점에서 VVIP였다.

나는 백화점에 이런 공간이 따로 있는지도 몰랐다. 벽에 VIP카드를 누르면 라운지가 나왔다.

VIP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들이 있었다.

거기서 H가 말했다.

"자, 잘 봐. 이제부터 명품관을 다닐 거야

내가 그곳에서 물건을 살 거야 물건을 살 때까지

거기 직원들이 어떻게 나를 대하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건을 대하는 손가락모양까지 자세히 봐. 너는 이걸 배워야 해 이걸 우리 가게에서 써먹어."


H는 대단했다. 바로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강약조절을 하면서 직원을 애태우고

나보고 보란 듯이 어느 정도의 허세, 진상을 보이면서 결국은 물건을 샀다. 대단했다.

H는 내가 봐도 미친 여자였다

x 년 중의 x 년 쓰레기 같은 년 인간 같지도 않은

파렴치한 x 년이었지만 장사하나만큼은 진심이었다

그러니 저 나이에 10년 동안 하나의 아이템으로

크게 성공했구나 하면서 참.. 독한 x이 구나 싶었다.


"내가 그냥 네 오빠 공부 시킨 줄 알아? 네가 하는 노력 아무것도 아냐. 나는 갓 스무 살 돼서 대출받아서

이 가게에 내 모든 걸 쏟았어 그래서 3년 만에 대출 다 갚고 바퀴벌레 기어 나오는 우리 집 이 지역에서 제일 좋은 아파트로 이사하고. 우리 집 일으켜 세운 거 바로 나야. 바로 나라고."


어떤 날은 장사가 굉장히 안 되는 계절들이 있었다.

H는 부산에 다녀오겠다고 하고 나를 가게에

며칠간 아예 맡기고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가족들 모두 거실에 있는데

H가 들어왔다. 모두 명품종이백들이 수두룩했다.

갑자기 그 종이백안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집어 들면서 나랑 J한테 말하기를

"오빠, 야, 이거 하나에 5천만 원 하더라? 5천만 원 벌려면 음.. 물건을 몇 개 팔아야 하지? 근데

이거 사는데 10분도 안 걸렸어 되게 웃기지"

마치 정신병자처럼 혼자 깔깔 웃어대며 계속해서 뭔가를 꺼냈다

"야! 이거 하나에 800이야 네가 몇 달을 일해야 이걸 살 수 있지? 이거 너 할래? 자 선물! 좋아? 고맙지?"

"엄마! 지금 집에서 잠옷으로 입고 있는 거 얼만지 알아? 백만 원이 넘어 잠옷으로 입고 있는 게~

자! 이것도 그냥 잠옷으로 입어 씨 x 우리 집 이 정도라고"

무서웠다. 소름 끼쳤다 그러면서 본인이 오늘

쇼핑한 영수증을 막 꺼내는데

"나 오늘 거의 2억 쓴 듯?

아 몰라 내일부터 다시 벌면 되지, 야! 이거 정리 좀 해주라 나 잔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H는 지역에 있는 높은 급의

국회의원, 판사와 만나는 중이었는데 그중 한 명 덕분에 주식으로 돈을 엄청 벌어서

최근에 차를 바꿨었다.

그 경험이 있으니까, 또 그 말을 들은 H는

그 돈 이상으로 투자했다가

돈을 엄청 말아먹었다고 들었다.

그 충격에 몇 달 동안 정신이 좀 왔다 갔다 했다.

출근하는 날이면 매일 미용실 가서 머리세팅까지 하고 출근을 하는 x이었다. 그 여자는 내가 봐도

외적으로 정말 재수 없게 예뻤고 완벽했다.

몸매도, 얼굴도, 피부도. 오죽했으면

하루는 샤워장을 께 간 적이 있었는데

아줌마들이 다 쳐다볼 정도였다. 연예인이냐면서.

가슴도 자연 F컵. 암튼 그 x한테 잘 보이려고

가게 와서 물건을 잔뜩 사는 남자손님들도 많았다.

커피며, 빵이며, 먹을 것도 사들고 왔다.

그 수법을 나한테도 시켜서, 나도 출근준비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화장은 무조건 해야 했고, 머리도 꼭 웨이브로 풀고, 코디도 처음에 H에게

허락 맡고 출근했었다. 무슨 밤일 뛰는

아가씨 된 느낌이었다. 기껏해야 판매매장인데

하는 본새는 명품매장보다 더했다. 주변 매장에서도 소문도 다양하게 나있었다. 나는 목소리톤부터 억양까지 신경 써야 했으며, 물건을 다루는 손가락 모양까지 신경 써야 했고, 손님이 없어도 항상

서있어야 했다. 앉아있으면 밖에서 봤을 때

손님 없는 매장으로 보인다고 안 좋아 보인다면서.

손님 없을 때에도 항상 바빠 보여야 된다며

손님 없을 때는 진열장을 매일 청소했다

그렇게 하루 13시간을 근무했다.



시간이 흐른 뒤, 나는 그곳에서 빠져나와

다른 지역으로 이사 왔다.

그곳이 어떻게 변했는지 너무 궁금했다.

그 지역에 갈 일이 있어서 그 동네를

들렸다.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차마 내가

들어가 볼 생각은 안 나고, 같이 간 지인에게

들어가 보라고 시켰다 어떻게 영업하는지 궁금해서.

근데 들어가 보기 도전에 기가 찼다.

손님이 없는데 카운터에 누가 앉아있었다

폰을 보면서. 나 일할 때는 절대 그럴 수가 없는데.

H는 아니었다 다른 아르바이트생이었나 보다

당연히 그렇겠지, 나처럼 일을 시키면 누가 일할까

하루도 못 버티고 나가겠지. 더 화가 났다.

나한테만 그렇게 시킨 거 같아서.

밖과 안에 있는 홍보물, pop 모두 예전과 똑같았다

모두 다 내가 만든 것들이었다.

하나도 바뀐 게 없었다.

'포토샵 할 줄 아는 애가 없었나..?'

'사람 시켜서라도 좀 바꾸지 그대로 있냐 이게.'

내가 일했을 때 직접 만들었던 홍보물 그대로 있었다.

기분이 나빴다 아직도 내 걸 그대로 쓰고 있다는 게.

H면상이라도 보려고 했더니,

아르바이트생만 있길래 그대로 지나갔다.

손님도 한 명 없었다.

H는 왜 나한테만 그렇게 극한으로 일을 시켰을까

본인이 여태껏 고생한 대가를 나한테

치르고 싶어서였을까

내가 그 가게에서 나가고 난 뒤에도 그 가게는

매출이 잘 나왔을까, 아니면 오늘내일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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