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부모님께

by 티보치나


엄마, 아빠,

그곳은 아프지 않나요

이곳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떠난 뒤에도 아침은 옵니다

그게 가장 잔인했습니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밝아지고,

사람들은 어제와 다르지 않은 얼굴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날에 머문 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사람처럼

그 자리에 서있습니다.

당신들이 마지막으로 숨을 고르던 순간,

그 발 안의 공기와 냄새와 온도까지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아직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나는 그 장면을 잊지 못하는 게 아니라,

끝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그날에서 나오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간은 분명 앞으로 흘렀고,

계절은 몇 번이나 바뀌었지만,

내 안의 시간은 그 집안에 그대로 멈춰 있습니다.

나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끝을 아직도 통과하지 못한 채

멈춰 있는 사람처럼 살고 있습니다.

화장실에서 엄마의 시신현장을 청소했던 내 모습,

21층 아파트 꼭대기에서 몸을 던진

아빠의 죽은 얼굴을 확인했을 때의 내 모습,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나는 아직도, 그날의 나를 구하지 못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날의 공기, 그날의 냄새,

그날의 온도와 소리까지

모두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조금도 희미해지지 않습니다.

나는 그 장면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날 이후로 무너진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저 버티는 방식으로만

하루하루를 이어왔습니다

아침이 와도,

밤이 지나도,

나는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지나갑니다.

숨을 쉬고, 눈을 뜨고, 하루를 버텨내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어딘가에서는

아직 그날과 이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나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날 이후를 견디고 있는 사람에 가까워요.

그래서 가끔은,

지금의 내가 정말로 현재를 살고 있는 건지

아니면 여전히 그날의 끝자락에 매달린 채

시간에 끌려가고 있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아요.

그래도 저는 아주 조금씩이라도 그 자리에서 벗어나보려고 합니다.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하더라도,

한 발짝이라도 다른 방향을 향해 움직여 보려고 합니다.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채,

끝내 사라지지도 않은 채.

아직은 그날이 나를 붙잡고 있지만,

언젠가는 내가 그날을 놓아줄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라면서요.


시간은 앞으로 흐른다고들 하지만, 내 안의 시간은 그날 이후로 좀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나는 아직도

당신들을 보내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남겨진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물어봅니다


당신들은 정말

그곳에서 괜찮은지

적어도, 이곳보다는 덜 아픈 곳에 있는지.

나는 아직 이 질문을 끝내지 못한 채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아버지,

저는 요즘 브런치라는 앱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저는 처음으로

나를 바깥으로 꺼낼 수 있는 길을 찾은 거 같습니다.

사람들의 위로댓글을 보며 눈시울을 붉힙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비로소

무너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무너진 마음에도 언어가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느낀 고통들이 처음으로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남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말하지 못했던 것들이 문장이 되어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나는 조금 덜 무너집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던 내 안의 시간들이,

비로소 세상과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살기 위해

한 문장을 더 써 내려갑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기억을 꺼내는 일이 아니라,

그 기억 속에 남겨진 나를

다시 데리고 나오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아프다는 이유로 멈추지 않고,

무너졌다는 이유로 포기하지 않고,

한 문장씩 조심스럽게 나를 이어 붙여봅니다.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고,

여전히 흔들려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면서요.

이 문장들이 언젠가는 나를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사람으로 데려가 줄 거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살기 위해

한 문장을 더 써 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