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를 더 무섭게 했다

by 티보치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 스스로 죽기를 바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말 죽을 것 같은 순간이 오면

나는 살고 싶어 졌다.


그래서 나는 그제야 알았다.

나는 죽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 사는 게 견딜 수 없어서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는 걸.


내가 죽고 싶었던 이유는 삶이 싫어서가 아니라,

이 삶을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단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어서였다.

나는 매번 끝을 선택하려 했지만,

몸은 끝까지 나를 붙잡고 있었다.

도망치려는 나와, 살아남으려는 내가

하나의 몸 안에서 서로를 찢어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됐다.

나는 망가진 게 아니라, 무너진 채로

억지로 살아지고 있는 중이라는 걸.

그 사실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조금은 살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완전히 끝난 사람은 이렇게까지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생각한 게 있다.

어쩌면 나는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닐지도 모른다고.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더 무서워졌다.


끝나지 않았다는 건, 계속 살아야 한다는 뜻이었으니까.

나는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몰랐다.

아무도 가르쳐준 적 없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버티는 것만 배웠다.

그래서 나는 아주 이상한 선택을 했다.


'살아보는 연습을 하기'


거창한 건 아니었다

정말 사소한 것들.

눈을 뜨면 바로 다시 감지 않는 것,

물을 한 모금 마시는 것,

하루에 한 번은 내 이름을 속으로 불러보면서

'괜찮아'라고 하는 것.


처음으로 나에게 해봤다.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너무 어색해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나는 단 한 번도 나를 위로해 본 적이 없었다.

항상 나를 미워했고,

책망했고, 망가진 이유를 전부 나에게서 찾았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말했다.

"네 잘못 아니야, 너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니야."

그 말을 믿지는 못했지만,

그 말을 하는 나를 처음으로 마주했다.

그날 이후로 조금씩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슬픔이 올라오면 그 안에 잠기지 않고

조금 떨어져서 바라봤다.

명상수행기간에 배운 것처럼.


'아, 지금 내가 무너지고 있구나

지금 내가 견디기 힘들구나

외롭구나, 괴롭구나.'


이상하게도 그렇게 바라보면 조금 덜 아팠다.

감정은 여전히 거셌지만,

나를 완전히 삼키지는 못했다.

나는 감정이 아니라,

감정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도 여전히 무너지는 날이 더 많았다.

일기도 쓰지 못하고 하루를 버리는 날,

다시 죽고 싶다는 생각에 잠식되는 날,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날.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버려져 외톨이가 된 것만 같은 날.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말했다

"오늘 하루만."

평생은 생각하지 않았다 내일도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만.

그렇게 하루를 버티고 나면

이상하게도 다음 날이 와있다.


나는 그렇게

하루, 하루씩 살아지고 있었다.

살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살아지고 있었다.

그게 더 서러웠고,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날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그게 이유였다.

내가 아직 여기 있는 이유,

글을 쓰는 이유.

귀중하고 소중한 독자분들의 위로의 댓글들.

읽다 보면 내가 아직 여기 있는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사실이 처음으로, 나를 살게 만들었다.

나는 여전히 완전해지지 못했지만

이렇게 조금씩 살아지는 순간들이 모여

결국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걸,

이제는 부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마 나는 혼자 버텨온 것이 아니라,

독자님들의 진심 어린 위로댓글들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히며 조금씩 붙잡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확신하지 못한 채로,

다만 무너지지지 않는 쪽을 선택하며

아주 느리게 나만의 방식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이 작은 이유 하나를 붙잡고 오늘도 끝나지 않는 쪽으로 기울어 본다.

아무 일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 하루 속에서도

정말 아무것도 아닌 순간들이

이상하게 나를 붙잡는 날들이 있다.


그 순간들은 너무 작아서 설명할 수 조차 없는데,

나는 그 사소함 앞에서 조금 덜 무너진다.

아침에 일어나서 환기시킨다고 창문을 열었는데

아침햇살과, 시원한 공기가 내 몸을 감쌀 때,

컵에 물을 따라 마시다가

목을 타고 내려가는 감각을 천천히 느끼는 순간 그런 것들,

악몽을 꾸지 않고 그대로 잠이 들고일어나는 날,

그런 것들이 나를 붙잡는다.

살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저, 지금 당장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조금만 더 미루기 위해서.

'oo월 oo일에 죽어야지'

하며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끝을 떠올리면서도,

이상하게도 동시에

아주 예쁜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하게 되고

아주 사소한 것들에 매달리게 되며,

아주 사소한 것 들에서 눈물 흘리게 된다.

숨이 가빠지면 벽을 짚고라도 서 있고,

현재 왼쪽 발목이 심하게 다쳐서 아픈데

아프기 싫어서 그 상태로 있는 게 아니라

꾸준히 치료를 받으러 다닌다던가,

병원도, 약도 꼬박꼬박 다니고, 꼬박꼬박 먹고.

그리고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

수없이 건네받은 응원의 문장들은

내 안에 고여있던 눈물을 조용히 흔들어 깨웠다.

눈물이 쏟아지면

침대에 기대서 맘껏 쏟아내 버린다. 아주 실컷.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문장들에 조심스럽게 나를 올려둔다.


버티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니다.

그저, 지금 당장 무너지지 않는 쪽을

한번 더 선택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대단한 이유 없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그저 한번 더 넘어지지 않은 쪽을 향해

몸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 미세한 기울어짐이,

결국 나를 끝이 아닌 내일 쪽으로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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