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정으로 살다 망했고, 움직이기로 했다

by 티보치나
살아남고 싶다면,
나를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는 나를 구원하지 못하는 감정 대신,

나를 움직이기로 했다.

이건 치유의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남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오늘도 노력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나는 한때 괜찮아지면 살 수 있다고 믿었다.

기분이 나아지는 날만 버티면 언젠가는 괜찮아질 거라고. 하지만 아니었다.

기분은 나를 구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자주 나를 무너뜨렸다.

그래서 나는 알게 됐다.

살아남는다는 건 느끼는 문제가 아니라,

움직이는 문제라는 것을.

조울증 약을 10년 가까이 복용하면서

내가 감당해야 했던 가장 잔인한 부작용은

기억력 감퇴와 난독, 쓰는 능력의 저하였다.

나는 점점 나를 읽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나는 원래 책을 읽는 사람이었고,

문장을 붙잡고 사는 사람이었다.

기록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기록으로 나를 유지해 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것이 무너진다는 건 단순한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나로 존재하는 방식이

하나씩 사라지는 일이었다.

나는 책을 펼치면 같은 페이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읽고, 또 읽고, 이해하지 못한 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문장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의미는 머릿속에 남지 않았다.

그때마다 나는 좌절했다.


'아, 예전의 내가 아니구나.'

그 사실이 나를 가장 깊이 무너뜨렸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노트를 샀다. 필사를 하기 위함이었다.

손이 떨려 글씨는 자꾸 무너졌고, 획은 삐뚤어졌지만

나는 그 흔들리는 글씨를 끝까지 써 내려갔다.

그건 글씨를 쓰는 일이 아니라,

무너진 나를 다시 붙잡는 일이었다.

사실 지금도 예전처럼 책을 읽지 못한다.

한 문장을 이해하는 데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글을 쓸 때도 손이 먼저 흔들리고,

생각은 뒤늦게 따라온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일반 사람과 비교하고,똑같이 사는 방법을

택한다면, 나는 반드시 패배하는 쪽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방향을 바꿨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붙잡고 있는 대신,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하기로 했다.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나를 되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건 돌아갈 수 없는 장소였고,

이미 끝난 시간이었으니까.

대신 나는 인정했다.


나의 시작점은 지금, 여기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다시 시작한다.

낮은 자리에서, 느린 속도로,

비교하지 않는 방식으로.

나는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다.

비교는 나를 무너뜨리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걸

이미 충분히 겪었다

대신 나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한다.

어제보다 한 줄 더 읽었다면,

어제보다 한번 더 움직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해준다.

나는 나를 이겨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끝까지 데리고 가야 하는 사람이다.


이 병은 기다린다고 낫지 않는다.

시간이 해결해주지도 않는다.

멈추는 순간, 나는 다시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안다.

이건 버티는 문제가 아니라,

계속 움직여야만 유지되는 상태라는 걸.

그래서 나는 삶을 다시 설계했다.

규칙을 만들고,

반복을 견디고,

훈련처럼 하루를 살아낸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에도

몸을 먼저 움직인다.

생각은 믿지 않는다.

감정도 믿지 않는다.

오직 행동만 남긴다.

단 한 줄이라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써본다.

그것이 나를 붙잡는 최소한의 방법이기 때문에.

무너지는 날도 많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하루를

통째로 흘려보내는 날도 있다.

'괜찮아, 다시 하면 되지'

그리고 정말로 다시 시작한다.

그게 내가 살아남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건 이겨내는 삶이 아니다.

완치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대신 무너지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나를 운영하는 삶이다.


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병은 여전히 내 곁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말한다.

끝이라고, 여기까지라고.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그 말대로 끝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그 많은 일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극복하고 있고

어느 순간에서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나는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

아마 앞으로도 완전히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안다.

멈추지 않는 한, 나는 끝나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무너지지 않는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 멈추지 않음이

결국 나를 끝이 아닌 내일로 데려간다는 걸.

나는 한때 기분이 나를 구해줄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이었다. 괜찮아지면 살 수 있고,

무너지면 끝나는 삶.

하지만 나는 그 시기를 지나왔다.

이제는 안다

기분은 언제든 변하고,

언제든 나를 배신한다.

기분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기분에 기대는 삶은

결국 나를 무너뜨리는 쪽으로 기울인다.

그래서 나는 다르게 인생을 전환시켰다

느낌이 아니라 구조로.

나는 내 삶에 규칙을 들였다.

반복을 들였고, 훈련을 들였다.

하나의 행동을 하면

다음 행동이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생각할 틈 없이, 멈출 틈 없이.

한 번의 행동이

다음 행동을 끌고 오게 만드는 것.

그게 내가 선택한 생존 방식이다.

나는 나를 움직이기 위해

내 삶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살아남는다는 건, 느끼는 문제가 아니라

움직이는 문제다.

나는 나를 고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운영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

긍정하지 못해도 괜찮다.

지금 필요한 건 단 하나다,

아무 감정이 없어도, 아무 의미가 느껴지지 않아도,

그냥 움직이는 것.

그것만이 나를 이쪽에 붙잡아둔다.

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병은 언제나 내 곁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말한다.

끝이라고, 여기까지라고.

자살도, 자해도, 심지어 타인을 해치는 일조차

어느 순간 이해가능한 선택처럼 보이게 만든다.

논리를 만든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그래서 더 벗어나기 어렵다.

병은 고통보다 먼저, 생각을 바꾼다.

하지만 나는 안다.

우리는 그 사고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망가진 채로 끝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병에도 불구하고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존재다.

병을 안고 사는 것 만이 방법은 아니다.

때로는 병을 두고 나와야 한다.

방안에 그대로 둔 채,

문을 닫고 나오는 것처럼.

잠깐이라도, 단 몇 분이라도.

그 틈이,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자리다.

설명하려 하지 말고,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그건 끝이 없고, 생각은 생각을 낳고,

그 생각은 다시 나를 가둘 뿐이다.

생각은 나를 구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깊이 가둔다.

그래서 나는 하지 않는다

대신 선택했다. 이해하는 대신 움직이는 것을.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면

반드시 치료를 받아라.

절망 속에 방치하지 마라.

그건 버티는 게 아니라 서서히 무너지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적 일 것.

희망은 감정이 아니라, 방향을 선택하는 의지다.


이유가 없어도,

근거가 없어도,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도.

희망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의 방향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지금 할 것.

그게 가장 정확한 선택이다.


한 번에 많은 것을 바꾸려 하지 마라.

그건 반드시 무너진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아주 작게, 아주 느리게.

대신, 끊지 말고

이어갈 것.

그게 전부다.

한 번의 행동이 다음 행동을 끌고 오게 만드는 것,

그게 내가 선택한 생존방식이다.

그러다 어느 때쯤 언어가 무너질 수 있다.

나처럼 문해력과, 기억력,

생각이 모두 흐려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불편하게 할 뿐

나를 끝내지는 못한다.

병과 함께 보낸 시간 속에서 나는 무너져있었고,

나는 나를 잃어버린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를 말할 수 있다.

그건 이미 조금은 벗어났다고.

이 과정은 반복된다.


무너지고,

다시 세우고,

또 무너지고.

그 사이클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

그 반복 속에서

나는 조금씩 방향을 배운다.



실패는 쌓인다.

그 쌓인 실패는

어느 순간 형태를 만든다.

그게 바로 내가 살아온 방식이 된다.


나는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완전히 나아지리란 보장도 없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상태에서

여기까지 왔다.

완벽해지려고 했던 나는 무너졌고,

이어가려 했던 나는 살아남았다.


그래서 나는 기적을 조금은 믿는다.

계속 움직이고, 계속 쓰고, 읽는다.

아마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

아마 앞으로도 완전히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안다.

멈추지 않는 한, 나는 끝나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무너지지 않는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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