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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연 Aug 21. 2022

옵션쇼크!키클롭스 꼬리를 밟은 사람들(1)-연재소설

1.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다 -01

표지(일러스트- 조수연)
1장  커버(일러스트- 조수연)

                           

   

키클롭스 일러스트- 조수연

 

(포식자 1)  







권력과 돈이 2.9 ㎢ 면적의 작은 섬 안에서 만나, 일 년 내내 핵융합 반응이 멈추지 않는 곳 여의도(汝矣島). 1970년대 여의도에는 순도 100% 아스팔트로 만든 큰 광장이 있었다. 그 가운데 서 있으면, 검은 지평선이 사람들을 둘러싸고 위협하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때 그곳에서는 어떤 날은 바둑무늬 교련복 입은 학생들이, 또 다른 날은 대포와 탱크를 앞세운 군인들이 끝도 없이 무리 지어 광장을 가득 메우고는 했었다. 개발 독재의 입 냄새가 진동하던 그곳에 1990년대 후반 IMF 경제 위기가 닥치기 직전, 사람들의 억압받은 기억을 걷어내고 때깔 어설픈 공원이 들어섰다. 그때부터 공원은 여의도를 서쪽과 동쪽, 정치와 자본의 세계로 가르고 있다. 서편은 정치인들이 사시사철 권력을 좇고 명예를 사고파는 정치 권력의 거래소인 국회가 있고, 반대편 동쪽에는 증권회사들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이 자리하는 증권가가 자리 잡고 있다. 금융 교과서에 등장하는 자본시장을 현실에서 찾아가야 한다면 목적지가 바로 이곳 동쪽 여의도다. 한마디로 여의도는 ‘권력’과 ‘자본’이 지정학적 현실로 공존하는 섬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비로소 세계 경제의 주인이 금융자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민주주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경계가 뒤죽박죽 모호한 상태가 된 것을 참작하면, 여의도는 세대를 앞선 안목으로 절묘하게 설계되었다고 하겠다. 이곳에서 권력과 탐욕 그리고 눈먼 돈은 오뉴월 햇볕에 사나흘 노출된 막걸리처럼 거품을 쉭쉭 내뿜고 뒤섞인다. 이곳에서는 탐욕이 만드는 자기장에 이끌려 평생 마주칠 인연이 눈곱만큼도 없던 인생들이 서로 조우(遭遇)한다. 그들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운명의 망치로 담금질 당할 순서를 기대하며 핵융합의 순간을 기다린다.


(여의도,권력과 탐욕이 만난는 광장)일러스트-조수연

 특히 여의도 동쪽, 자본시장은 사막의 캐러밴처럼 인생을 걸고 돈의 신기루를 좇는 자들로 늘 북새통을 이룬다. 그들 뒤에는 초여름 송충이 떼처럼 크고 작은 탐욕이 따라다닌다. 일단 자본시장에서 들어서면 대부분 사람은 얼마 못 가서 광기(狂氣)라는 전자에너지를 띤다. 그 원인은 ‘자본’이 부리는 마술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 사람들이 사고파는 ‘자본’의 형태는 주식, 채권 등 화폐로 가치를 표현한 증서, 즉 유가증권이다. 유가증권의 화폐가치 즉 가격은 시시각각으로 변동하는데, 이 가격의 변화가 연출하는 저가 매수-고가 매도의 차익(差益) 시현 기대가 세이렌의 노래처럼 사람들을 유혹한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돌아가는 자본시장의 룰렛에 열광하고 미치기 일쑤다. 한편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그들에게 제공된 룰렛이 정교하고 균등한 기회를 약속하며, 가격의 변화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를 준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은 가격이 누구나 똑같이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가격은 어디로 움직일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불확정성을 갖는다는 믿음이다. 이러한 특성을 확률 통계학 또는 물리학적 개념에서 ‘브라운 운동’이라고 한다. 물체가 불규칙하게 움직인다는 이 특성은 아인슈타인이 원리를 규명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아이러니는 미래 가격을 알 수 없어 무모함의 상징일 것 같은 불확정성을 세이렌의 노래에 취한 사람은 누구나 가격 상승의 차익을 잡을 수 있다고 믿고, 불확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공정(fair)하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한편 추상적 개념의 자본시장을 현실에서 관찰하고 이용 가능한 곳은 거래소 시장인데, 재미있는 것은 거래소 시장의 거래참여자들은 기꺼이 상대방을 모르는 체 익명으로 거래를 하는 것이다. 즉, 거래소가 양쪽 거래의 대리인 되어 블라인드 계약 방식으로 주식이나 채권 또는 파생상품 등 자본을 대표하는 금융상품을 사고팔아 준다. 매수자는 앞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매도자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며 익명으로 거래소에서 금융상품을 매매한다. 한편 금융상품 가격은 부단히 변동하고 불확정성을 갖기 때문에 ‘자본’을 사고파는 행위인 매매(賣買)마다 대부분 가격 차이에 의한 이익이나 손실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는 양자가 ‘부(富)’를 공식적으로 이전하고 그 법적 효력을 완성하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차익은 반드시 상대방의 손실로 만들어진다. 합법적으로 사람들 간에 재산적 손실을 입히는 약탈 행위가 가해지고, 이것을 은폐하기 위해 블라인드 매매방식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의 손실을 확인하는 순간 사람들은 농경문화 시대 이후 수천 년간 억누른 피비린내 나는 사냥 본능의 쾌감을 느낄지 모른다. 아마 서로 빤히 쳐다보며 거래하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거래를 포기할 것임이 틀림없다. 외견상 거래소의 거래는 불공정, 불완전, 부당한 거래자를 엄격히 규제하고, 컴퓨터 연산 프로그램과 합리적 인간의 판단을 바탕으로 하는 과학적 투자를 내세우며 우아한 이성이 가득한 효율적 시장으로 포장되어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엔진 룸에서는 비이성적이고 동물적인 이익 추구 행위가 탐욕이라는 가속페달의 압력에 의해 추진 에너지가 폭발하고 시장을 숨 가쁘게 몰아간다. 자본시장에서 매도인과 매수인, 그리고 중개인이 만드는 이해관계는 얽히고설키며 각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서로의 삶을 규정하도록 설계되어있다. 불확정한 상태(uncertainty)가 기회의 공정성을 제공한다는 착각이 탐욕을 자극하고, 자본시장에 참가한 사람들은 각자의 단말기를 통해서 약탈적 이해관계의 연결고리를 승인한다. 그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생성하는 이해관계의 고리가 치닫는 곳은 금융자본의 유토피아가 틀림없다.

  자본시장이 불확정하므로 공정하다는 약속은 분명히 참여자들에게는 거대한 함정이다.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공정한 탐욕을 숭배하면서 이 믿음에 대한 헌금으로 수수료, 보수를 당연하게 바친다. 이러한 합법적인 약탈의 장을 약속한 대가로 거래소와 중개회사는 거래 수수료를, 국가는 거래 세금을 따간다. 또 금융회사에 집중되는 기금은 사회적 권력을 낳기도 한다. 그들은 자본시장에서 누가 이기든 지든 상관없다. 자본시장에서 이익을 얻는 자들에게 자본시장은 무동력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다. 이 자본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을 영속화하기 위해 정치, 금융자본, 금융회사가 삼위일체로 작동한다. 이곳에서 기업가들은 유한 책임의 원칙에 따라 무한한 도전을 하도록 자본을 끌어모으고, 국가는 성장의 낙숫물을 위해 단 하루도 자본시장을 세울 수 없다. 일 년 365일 자본시장은 변동성이라는 꽃을 피우고 사람들을 부르는 유혹의 향을 날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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