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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랑이베이글 May 16. 2023

백패킹 가면 볼 수 있는 풍경

'산을 오르면 미처 마주한 적이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캠핑을 하면서 생각한 것들 #4] 한 해의 끝자락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침 출근길 빌딩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매섭다. 고개를 들어 하늘이라도 보려면 도심 마천루는 좀처럼 하늘을 허락하지 않는다. 백패킹은 다르다. 가는 길마다 나무 숲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 소리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나뭇잎끼리 부딪히는 소리는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시선이 멈추는 곳마다 광활하게 하늘이 펼쳐진다. 산을 오르면 그동안 잊고 살았거나 미처 마주한 적이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백패킹을 가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Day1] 2:30pm_능선 위로 걸려 있는 조각구름

이른 오후 들머리를 들어선 지 40분쯤 지났을까 나뭇잎 사이로 청명한 하늘이 드러난다. 파란 하늘을 캔버스 삼아 산 능선 위로 흰색 물감으로 칠해 놓은 듯한 조각구름이 걸려있다. 지금과 같은 맑은 하늘에서 바라볼 수 있는 광경이다.



산 중턱에 올라 바라본 조각구름



[Day1] 5:00pm_하루 산행의 마무리를 알리는 붉은 노을

뉘엿뉘엿 해가 지기 전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짧은 시간 허락되는 붉은 세상을 놓칠 새라 서두른다. 텐트를 치고 하루 머무를 채비를 마치면 먼발치 서쪽 하늘을 바라본다. 산 넘어 석양이 만들어 내는 붉은 노을을 보는 순간 고된 하루의 산행을 보상받는 느낌이다. 석양이 비춘 갈대는 분홍 빛을 띤다.



해질녘 붉게 물든 하늘과 갈대숲



[Day1] 8:00pm_하늘에서 내려 다 보는 도심 속 불빛

산 정상에 올라 발아래로 내려 다 보는 도시의 모습은 장관이다. 도심에 있어야 할 것만 같아 숲 속에 있는 것이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모여 만들어 내는 선명한 라인. 아파트, 상가, 빌딩에서 뿜어내는 불빛을 먼발치서 바라보고 있으니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한없이 평온하다.



산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야경은 마치 장난감 세상 같다



[Day1] 10:00pm_숲속 텐트 풍경

텐트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건 빼놓을 수 없는 백패커만의 의식이다. 텐트 안에 조명을 켜 두고 밖으로 나가 촬영하면 이른바 ‘텐트풍경’이 완성된다. 야심한 밤 텐트가 있는 곳에서 걸어 나오면 또 다른 텐트풍경이 펼쳐진다. 바위 능선과 대비되어 보이는 텐트의 모습이 얼마나 보 잘 것 없이 보이는 지 다시 한번 자연의 위대함을 실감한다.



정상 바위 능선과 어우러진 텐트풍경



[Day2] 6:00am_이른 아침 구름이 바다를 이루면

새벽녘 새소리에 눈을 비비며 텐트 밖으로 나선다. 해가 뜨기 전이라 한기가 몸을 감싼다. 산 능선이 구름 속 떠 있는 듯하다. 구름이 모여 바다를 이뤘다. 소위 말하는 ‘운해(雲海)’다. 아무리 맑아도 운해를 못 보는 경우가 태반인데 운이 좋았다. 지평선까지 펼쳐진 운해의 모습을 눈에 담고 내려갈 채비를 한다.





[Day2] 7:00am_파란하늘, 능선을 따라 걷는 길

하산 준비를 마치고 배낭을 메고 산 능선 길에 섰다. 이튿날도 청명한 하늘이 맞이한다. ‘우리나라 국토의 70%가 산이 아니던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아래로 굽이치며 이어져 있는 능선의 모습은 잘 만들어 놓은 병풍을 보는 것 같다.



길게 뻗는 능선 길을 걷는다



각 계절 별로 마주할 수 있는 산 정상 속 풍경도 다양하지만 하루에 다양한 자연의 풍경을 즐기기에는 가을만 한 계절도 없다. 비가 내리는 날은 운치가 있다. 산 정상에 올라 우중 캠핑을 하는 날이면 텐트에 앉아 떨어지는 빗소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가을이 가기 전에 백패킹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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