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사라질 직책 CAIO
최근 CIO Korea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AI 확산 속 주목받는 CDO·CAIO···전문가들 '곧 사라질 직책'"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는데요. 현재 각광받고 있는 최고데이터책임자(CDO)와 최고AI책임자(CAIO)의 미래에 대한 충격적인 전망을 담고 있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한때 필수로 여겨졌던 전자상거래 최고책임자가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에서 자취를 감춘 것처럼, CDO와 CAIO 역시 유사한 길을 걷게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단순한 추측이 아닙니다. 여러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분석을 통해 도출된, 기술의 진화와 조직의 성숙도가 특정 직책의 생존을 좌우한다는 역사적 패턴에 기반한 예측이죠. AI가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에 깊숙이 스며들수록, CAIO라는 독립된 직책의 존재 이유는 역설적으로 약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금융 데이터 모델링 기업 ION 애널리틱스의 글렌 맥크래큰이라는 전문가가 정말 흥미로운 비유를 했습니다. "과거에는 전자상거래 최고책임자가 필요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 전반이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게 됐고, 결국 해당 직책은 불필요해졌다"며 "지금 CAIO를 따로 두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죠.
생각해보세요. 20년 전에는 '인터넷 담당 임원'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임원이 인터넷을 사용하잖아요. 맥크래큰의 통찰은 바로 이 지점을 꿰뚫고 있습니다.
그는 이어서 "현재 CDO와 CAIO는 전략 수립과 데이터 체계 구축을 위해 임명되고 있지만, AI가 채용, 수요 예측, 마케팅, 고객 서비스, 운영 전반에 스며들게 되면 해당 직책들도 결국 리더십의 일부로 흡수될 것"이라며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광범위해지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이게 CAIO 소멸론의 핵심입니다. AI가 성공할수록, 그것을 전담하는 임원의 필요성은 줄어든다는 역설적 상황 말이에요. 세계적인 데이터분석 기업 스노우플레이크는 데이터분석팀 폐지를 자신들의 목표라고 말합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60328461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하나 있습니다. CAIO의 소멸을 예측하는 전문가들의 분석과는 달리, 국내 기업들은 오히려 CAIO 도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AWS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무려 63%가 생성형 AI 도입을 가속화하기 위해 CAIO와 같은 전담 AI 임원을 새롭게 임명했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 기업이 올해 전체 IT 예산 중 가장 높은 비중인 54%를 생성형 AI에 배정할 계획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전통적 IT 지출 항목인 보안(20%)과 컴퓨팅(17%)을 크게 앞지르는 수치죠.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513_0003173671
이런 현실을 보면 "CAIO가 곧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성급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기업의 96%가 올해 생성형 AI 역량을 요구하는 직무에 대한 채용을 준비 중이고, 78%의 기업이 올해 말까지 AI 변화 관리 이니셔티브를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AWS의 샤운 난디 디렉터는 "AI 시대에 있어 CAIO의 역할은 필수불가결할 것"이라며 "조직이 생성형 AI 투자를 본격적으로 확대함에 따라, AI 리더들은 혁신과 실험 문화를 이끄는 조직 내 혁신의 설계자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현재 CAIO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고, 그들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현실을 보면 CAIO 소멸론이 너무 성급한 예측은 아닌지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CAIO 확산과 미래의 CAIO 소멸은 모순되는 현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기술 도입 과정의 일부라고 볼 수 있죠.
CAIO의 소멸은 세 가지 단계를 거쳐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먼저 조직 내 AI 리터러시가 확산되는 단계입니다. 현재 CAIO가 담당하고 있는 'AI 교육자' 역할이 성공하면서 조직 구성원들이 AI를 이해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AI가 뭔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는 직원들이 줄어들기 시작하죠.
다음은 AI 기술의 표준화 단계입니다. AI 도구와 플랫폼이 표준화되면서 전문적 지식 없이도 활용 가능한 수준에 도달합니다. 마치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사용하듯이, AI 도구들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마지막은 모든 임원의 AI 역량 확보 단계입니다. CPO, CMO, CFO 등 모든 C레벨 임원이 자신의 영역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CAIO의 독점적 역할이 소멸합니다. 이때가 되면 "AI 전담 임원"이라는 개념 자체가 낡은 것이 되어버리는 거죠.
그렇다면 CAIO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요?
바로 현업 근무자 여러분이 AI 리터러시를 충분히 갖추는 시대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생각해보세요. 마케팅 전문가인 여러분이 AI를 활용해 고객 세분화와 타겟팅을 직접 수행하고, 법무팀이 AI로 계약서 검토와 리스크 분석을 진행하며, 인사담당자가 AI 기반 채용과 성과 평가 시스템을 운영하는 시대 말입니다.
이때가 되면 각 분야의 도메인 전문성과 AI 기술이 완전히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전문가가 탄생합니다. 경영학 전공자는 AI를 활용한 전략 수립과 의사결정을, 심리학 전공자는 AI 기반 고객 행동 분석과 UX 최적화를, 문학 전공자는 AI를 활용한 콘텐츠 생성과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자연스럽게 구사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CAIO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 목표입니다. 기술 전문가만이 AI를 다룰 수 있는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AI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CAIO의 성공을 이렇게 측정할 수도 있습니다.
인문사회 전공 직원들의 AI 도구 활용률
비기술직 부서의 자체적 AI 프로젝트 수행 건수
AI 관련 의사결정에서 도메인 전문가들의 참여도
기술팀에 의존하지 않는 AI 활용 사례의 증가
현재 CAIO가 'AI가 무엇인지' 교육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다면, 미래의 CAIO는 '각자의 분야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촉진하는 역할로 진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분, CAIO의 미래는 정말 아이러니로 가득합니다. CAIO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수록 - AI를 조직에 확산시키고, AI 역량을 구축하고, AI 문화를 정착시킬수록 - 자신의 존재 이유는 약해집니다.
특히 인문사회 전공 기반의 현업 근무자들인 여러분이 AI 리터러시를 충분히 갖추는 시대가 오면, CAIO의 중재자 역할은 완전히 불필요해집니다. 마케터는 직접 AI 기반 캠페인을 기획하고, 법무팀은 스스로 AI 계약 검토 시스템을 운영하며, 인사팀은 독립적으로 AI 채용 도구를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CAIO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요? 바로 이러한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CAIO의 진정한 사명은 자신이 불필요해지는 그 순간을 앞당기는 것입니다.
맥크래큰이 지적한 대로 "너무 광범위해지기 때문"에 CAIO는 사라질 것입니다. AI가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 스며들면서 AI 전담 임원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기 때문이죠.
전자상거래 최고책임자가 그랬듯이, CAIO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의 증거입니다. 모든 직원이 자신의 분야에서 AI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소멸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CAIO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 목표입니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없애는 것, 자신이 불필요해지는 조직을 만드는 것. 이것이 진정한 CAIO의 리더십입니다. AI 혁명의 완성은 AI 전문가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세상, 여러분 모두가 AI 전문가인 세상에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