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결제 시장 진출전략에서 배우는 AI 도입 전략
단말기 써보셨나요? 요즘 카페나 식당에 가면 예전과 다른 결제 단말기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큰 디스플레이에 가게만의 이미지가 나오고, 결제할 때도 뭔가 더 세련된 느낌을 주는 그 단말기 말이에요. 바로 토스 플레이스에서 만든 결제 단말기입니다.
최근 한 블로그에서 흥미로운 분석을 봤습니다. 강릉 여행에서 여러 가게를 다니며 발견한 공통점이 바로 이 토스 결제 단말기였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조사해보니 출시 2년 만에 10만 대가 보급되고 누적 결제액이 1조 500억원을 넘었다고 합니다. 경쟁사들이 가맹점 5만 곳을 만들기까지 4-9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정말 빠른 성장입니다.
https://ppss.kr/archives/269758
토스가 이렇게 오프라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토스는 본래 온라인에서 시작한 회사입니다. 간편송금, 온라인 결제, 디지털 뱅킹 등 처음부터 모바일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죠. 온라인 시장은 토스에게는 일종의 Greenfield였습니다. 기존 제약이 적고, 새로운 규칙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영역이었거든요.
하지만 이제 토스는 오프라인이라는 완전히 다른 시장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결제 시장은 전형적인 Brownfield입니다. 수십 년간 구축된 복잡한 생태계, 기존 플레이어들 간의 얽힌 이해관계, 그리고 변화를 꺼리는 보수적인 문화까지. 온라인에서 통했던 방식으로는 절대 뚫을 수 없는 시장이었죠.
왜 이렇게 많은 사장님들이 토스 결제 단말기를 선택하게 됐을까요? 그 답에서 우리는 Brownfield 방식 AI 도입의 완벽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존 비즈니스 영역을 디지털화할 때 가장 큰 실수는 무작정 모든 것을 바꾸려 한다는 점입니다. 온라인에서 성공한 기업들이 오프라인 진출에서 자주 실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온라인의 Greenfield 사고방식을 오프라인 Brownfield에 그대로 적용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레거시 시스템의 복잡성에는 나름의 합리성과 효율성이 있습니다. 토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했죠. 오프라인 결제 생태계에는 VAN사, 대리점, 포스기 업체, 단말기 제조사, 카드사 등 수많은 기존 플레이어들이 얽혀있습니다. 언뜻 보면 비효율적이고 구식으로 보일 수 있지만, 각자 존재하는 이유와 역할이 있는 거죠.
토스 플레이스가 주목한 것은 결제라는 행위 자체였습니다. 모든 오프라인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모든 고객이 반드시 거쳐가는 접점인 결제에 집중한 것입니다. 블로그 글에 따르면, 토스는 카드 결제 단말기를 단순한 결제 도구에서 '고객 경험 접점'으로 재정의했습니다. 결제할 때는 결제 내역을 고객에게 보여주고, 평상시에는 가게 홍보 이미지를 노출하며, 바쁠 때는 키오스크로 변신해 주문을 받고, 포인트나 스탬프 적립까지 가능하게 만든 것이죠.
더 흥미로운 것은 토스의 확산 전략입니다. 온라인에서처럼 기존 시스템을 무시하거나 파괴하려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기존 생태계를 활용했습니다. 포스기가 필요 없는 사장님들을 위해서는 무료 포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기존 VAN사 대리점들에게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토스 단말기를 적극 영업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정가는 20만원 후반이지만 3만원 수준에 공급해서 기존 9-10만원 단말기보다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Brownfield 접근법의 핵심입니다. 기존 시스템을 무시하거나 파괴하려 하지 않고, 그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을 찾아 장악하는 것이죠. 토스는 온라인 Greenfield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Brownfield에서는 완전히 다른 전략을 구사한 것입니다.
토스 플레이스의 진짜 목표는 결제 단말기 판매가 아닙니다. 오프라인 결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죠. 2023년 기준 오프라인 거래액이 509조원으로 온라인 229조원의 2배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데이터는 엄청난 가치를 가집니다. 결제 단말기와 포스 프로그램에는 매출 현황, 인기 메뉴, 시간대별 주문 현황 등 가게의 모든 판매 데이터가 기록되거든요.
이렇게 확보한 오프라인 데이터로 토스는 데이터 사업에 뛰어들 수 있고, 창업 솔루션이나 기업 대상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소상공인 신용 평가 모델도 고도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미 토스 페이먼츠를 통해 확보한 온라인 결제 데이터와 결합하면 '온오프라인 결제 데이터 완전체'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온라인 Greenfield에서 시작한 토스가 오프라인 Brownfield까지 정복하며 완전한 결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야심찬 계획이죠.
AI 도입을 고민하는 조직들이 토스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명확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Greenfield와 Brownfield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를 만드는 것과 기존 비즈니스를 디지털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게임이거든요.
무작정 모든 프로세스에 AI를 도입하려 하지 말고, 가장 중요한 접점부터 찾으라는 것입니다. 토스에게 결제가 그런 지점이었듯이, 여러분의 비즈니스에서도 가장 빈번하고 중요한 순간이 어디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기존 구성원들을 대체 대상으로 보지 말고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토스가 VAN사 대리점들과 협력한 것처럼, 기존 직원들의 경험과 노하우는 AI와 결합했을 때 더 큰 시너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점진적 확장도 핵심입니다. 토스는 처음부터 완벽한 시스템을 강요하지 않았어요. 기존 결제 기능을 유지하면서 고객 경험 개선 기능을 하나씩 추가했고, 포스기가 필요한 사장님과 간단한 시스템을 원하는 사장님 모두에게 선택권을 제공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통찰이 하나 더 있습니다. AI 기술 전문가도 물론 중요하지만, Brownfield 접근법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당 field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토스 플레이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오프라인 결제 생태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VAN사가 왜 존재하는지, 대리점들이 어떤 방식으로 영업하는지, 사장님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 말이에요.
AI 도입 프로젝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을 잘 아는 것만큼이나, 해당 업무 영역을 깊이 이해하는 현업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들이야말로 어떤 지점이 정말 중요한 접점인지, 어떤 변화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기존 생태계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가장 잘 알고 있거든요.
결국 토스 플레이스의 성공은 파괴가 아닌 진화를 통한 혁신이었습니다. 온라인 Greenfield에서 배운 혁신 DNA를 오프라인 Brownfield에 맞게 완전히 다르게 적용한 것이죠. 기존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길목을 파고들어 그곳부터 변화를 시작한 것입니다.
AI 도입도 마찬가지입니다. 무턱대고 모든 것을 바꾸려 하면 끝이 없습니다. 대신 가장 핵심적인 지점부터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확장해나가는 Brownfield 접근법이 더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조직에서 '결제'와 같은 핵심 접점은 어디인가요? 그곳부터 시작해보세요. 작지만 확실한 변화가 결국 전체 조직을 AI 네이티브로 이끌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