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길 18, 호주와 뉴질랜드의 한 달

1일 차, 싱가포르 심야 3시간의 행복

by 지구 소풍 이정희

25년 1월 7일 서울 출발, 싱가포르 경유, 1월 8일 - 14일 호주 멜버른

1월 14일 - 31 뉴질랜드, 2월 1일 - 6일 호주 시드니. 2월 7일 서울 도착


일 년 전부터 퇴직 기념으로 그동안 적립한 항공사 마일리지를 사용하기로 했다. 1-2월은 호주, 뉴질랜드 등 적도 아래 남반구 국가들은 연말연시를 낀 여름 성수기이다. 호주 뉴질랜드를 오가는 항공사의 마일리지 사용을 하려면 일 년 전에 열리는 항공사 홈페이지가 열리자마자 총알 같은 속도로 예약을 해야 한다.

호주가 먼 곳이라 몇 자리 안 되는 마일리지 사용 비즈니스좌석을 예약하려니 며칠을 놓치고 손이 빠른 딸이 겨우 시드니-인천 예약에 성공했다.

제일 먼저 편도 항공권을 예약하고 다음으로 예약이 힘든 뉴질랜드 4박 5일 밀포드사운드 가이드 트레커예약을 한 후 다른 일정을 계획해야 했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호주와 비싼 밀포드 사운드 트레킹비용(약 2100달러)을 생각하면 한 달 여행의 경비를 절약해야 한다.

제일 큰 부담인 항공료는 갈 때는 국적기나 직항 비행기는 왕복 130만 원 정도이다. 그래서 저가 항공인 스쿠트를 선택하여 싱가포르를 경유하고, 올 때는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사용하기로 했다.

스쿠트 플러스 제일 앞 좌석

서둘러 스쿠트 항공 싱가포르 경유 멜버른행 스쿠프 플러스 좌석 맨 앞자리를 61만 원에 예약했다.


싱가포르에서 그냥 비행기를 환승하는 것보다 몇 시간 시내 관광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판단했다.

몇 년 전 독일 갈 때 타이항공을 타고 방콕에서 12시간 경유하며 그사이 공항을 나와 방콕 시내 투어를 할 수 있어 얼마나 유용했는지 모른다.

물론 미리 앱으로 싱가포르 입국 비자를 신청하여 입출국 수속을 받아야 하지만 전자 시스템이 아주 간편하다고 하니 시도해 볼 만했다.


스쿠트 항공 오후 8시 45분 인천공항 출발이 1시간이나 지연되었다. 싱가포르 도착이 새벽 2시 45분이 아닌 새벽 4시였다. 오전 9시 45분 싱가포르 출발 스쿠프 항공이니 새벽 3시부터 7시 공항 도착까지 4시간 싱가포르 심야 도시 투어 계획이 3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싱가포르 공항에서 머물며 편하게 있다가 멜버른 비행기를 탈까 한참을 망설이다 20년 전 8월의 무더위에 고생하며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싱가포르를 다시 보고 싶어 부지런히 시내투어를 하기로 했다.

새벽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는 환승을 기다리며 의자나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역시 싱가포르 공항은 우리 인천 공항과 분위기가 다르다. 이슬람, 인도 복장과 체구가 작은 중국계 아시아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그리고 공항 안에 대형 분수쇼도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오전 10시부터 운영한다니 그림의 떡이라 아쉽기만 하였다.


다행히 싱가포르 입국 절차가 우리 지하철 타듯 인터넷으로 발급받은 비자를 스캔하니 통과이다. 검색대도 보안요원도 없고 거의 프리 패스 수준이다.


새벽 4시 30분 창이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가든스 바이더 베이 파크에 도착하니 5시가 되었다.

나이가 많은 운전기사는 고개를 흔들며 새벽 공원에 내리는지 목적지를 여러 번 확인했다.

택시비는 싱가포르 36달러이다.

900%EF%BC%BF20250108%EF%BC%BF042257.jpg?type=w773
900%EF%BC%BF20250108%EF%BC%BF042717.jpg?type=w773
가든스 바이더 베이 파크 나무트리

서울에서 미리 알아본 관광안내 정보에 가든스 바이더 베이 파크는 새벽에도 야경이 멋있고 환하여 운동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오늘은 조명도 꺼지고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나는 솔직히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그렇지만 혼자 여행하며 이런 적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씩씩하고 자유롭게 호적한 밤 공원을 즐기기로 했다.


다행히 가로등이 커져 어둡지 않았다. 싱가포르는 치안이 잘 된 도시로 유명한 곳이니 안심하며 가든스 바이더 베이 파크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혼자서 바닷가 공원을 걸었다. 싱가포르 잔돈이 없어 걱정했는데 미리 준비한 하나 트래블로그카드로 결제가 성공하다니 놀랐다.

서울은 몹시 춥다는데 후끈한 바닷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반팔에 여름 청바지를 입었는데 살짝 땀이 났다.


' 아, 정말 달라서 새롭고 흥분된다!'

900%EF%BC%BF20250108%EF%BC%BF051946.jpg?type=w773
900%EF%BC%BF20250108%EF%BC%BF052505.jpg?type=w773
900%EF%BC%BFScreenshot%EF%BC%BF20250108%EF%BC%BF231034%EF%BC%BFNAVER.jpg?type=w386


다음 목적지인 머라이언 파크까지 도보로 30분 정도 걸었다. 오랜만에 화려한 도시의 밤길을 걸으며 주말 저녁이면 걷던 한강이 생각났다.


지구소픙의 여행은 10년 전 퇴근 후 한강을 걷고 또 밤새 걸으며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서서히 새벽 운동을 시작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보였다. 첨단 건물 디자인과 멋스러운 다리 조명이 제법 어울리며 운치가 있다. 역시 선진 도시국가 싱가포르 답다.


중국 상하이 야경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텅 빈 도로에는 화려하고 깨끗한 도시를 위해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이 많이 보였다. 모두 키가 작은 아시아인들이다.


싱가포르의 상징인 머라이언 파크의 조각상은 백사자의 머리, 몸은 물고기의 꼬리인 상상의 동물이다.

밤에는 잠을 자는지 물을 뿜어내지 않았다. 싱가포르 자랑인 배 모양의 특급 호텔인 마리나 베이 샌즈의 번쩍이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새벽 달리기를 하는 서양인들이 보이더니 조각상에서 물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벌써 새벽 5시 반이 되었다. 싱가포르 해 뜨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오늘은 아침 7시까지 싱가포르 공항에 도착해야 하니 서둘러야 한다. 두 번째 찾은 싱가포르는 이 번에도 아쉽기만 하다.

창이 국제공항에 되돌아가기 위해 따로 싱가포르 교통카드를 구입하지 않고, 하나 트래블 로그 카드 사용이 가능한 녹색 라인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Raffies Palce 역에서 5시 56분 첫 MRT 지하철을 타기 위해 시내 큰 빌딩사이 빈 도로를 걸었다. 나를 위해 비워놓은 카펫을 걷는 것 같이 벅찼다

높은 금융빌딩들 뒷골목 바닥에 사람들이 모여있어 노숙자들인 줄 알았다. 하루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그들을 찾아줄 사람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화려한 도심, 새벽 뒷골목은 서울의 인력시장처럼 빈곤해 보였다.


새벽 첫 지하철에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와 달리 싱가포르 새벽 지하철 시민들의 출근 모습은 무표정하고 지처보였다.

'부의 편차가 심하고 새벽부터 부지런히 일을 해야 하는 곳인가 보다.'

Tanah Maerah 역에서 환승하여 7시 가까이 창이공항 역에 도착했다. 지하철 역규모가 엄청 큰 것이 모스크바와 비슷하다.

지하철역에서 모두 내려 사방으로 갈라진 1~4 터미널 방향을 잘 찾아 스카이 트레인을 타야 한다. 친절한 구글 지도가 제대로 안내를 잘한다.


가까운 시기에 가족끼리 싱가포르에 다시 오고 싶다.

기이하게 생긴 가든스바이더 베이 파크의 조명 쇼,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세계 최초의 나이트 사파리도 즐기고 싶다.


용기를 내어 도전하여 서둘러 싱가포르의 야경을 오롯이 즐겼다. 계획대로 시간이 잘 맞아 3시간의 짜릿한 행복 여행을 즐겼다.


싱가포르는 하나의 도시국가인줄 알았는데 섬나라로서 6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 가장 큰 섬은 싱가포르섬이다. 전체 인구 570만 명 중 거의 대부분이 이 섬에 거주한다.

싱가포르인들 스스로가 자국에 없는 것 4無를 말하는데 보통 겨울, 무서운 놀이기구, 폭력, 산까지 4개라고 한다.


' 아, 이제 9시 45분 싱가포르 출발 멜버른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아쉽고 아쉽다!'

KakaoTalk_20250803_122115336.jpg 아, 그립다 싱가포르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가을길59, 세월아 네월아  산티아고 순례길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