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1 - 시장은 진심
낯선 곳의 시장이나 박물관 체험을 즐기는데 시드니 첫 일정은 시장 탐방이다.
시드니 3대 유명 시장인 친환경 농산물을 파는 캐리지 웍스 파머스 마켓과 수제품의 록 마켓, 가장 저렴한 패터슨 마켓이다.
1. 캐리지 웍스 파머스 마켓
토요일 오전 9시, 쉬는 날이라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변두리 창고 캐리지 웍스 파머스 마켓은 사람들로 붐볐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만 열리는데 듣던 대로 다른 마켓과 다른 특징이 있는 곳이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공장 건물, 그 위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햇살은 과거와 현재가 겹쳐진 풍경처럼 보였다. 캐리지 웍스 파머스 마켓은 그곳에서 열린다.
변두리인 레드 펀(Redfern) 지역에 있는 캐리지 웍스는 1880년대 설립된 '이블 레이 철도 창고(Eveleigh Rail Yards)'의 일부였다. 열차를 넣어두거나 정비하던 거대한 건물들은 시설 노후화로 1988년 문을 닫았다. 2007년 수십 년간 방치된 열차 수리소를 허물지 않고 겉모습은 고스란히 보존하고 내부만 고쳐 시장과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시켜 호주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지금도 실내 가운데에 과거 사용하던 거대한 기계설비와 철로가 남아 있다. 열차를 수리하던 공간이어서 천장이 아주 높고 가운데 기둥이 없이 넓어서 재래시장이 서기에 딱 좋은 공간이다. 한때 증기 기관차의 숨결이 오가던 자리, 이제는 제철 과일과 갓 구운 빵, 커피 향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장터가 되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었다. 붉은 토마토와 녹색의 아보카도, 아직 흙냄새가 남아 있는 당근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상인들은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이했고, 아이들은 작은 손에 사과를 들고 씩 웃으며 달려 다녔다. 누군가는 꽃다발을 고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길게 줄 선 커피 트럭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를 걷다 보면, 마치 도시의 숨결이 이곳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직접 가꾼 유기농 신선한 과일, 채소, 유제품, 빵, 와인, 과자, 꽃 등을 임시 가판대에서 판매하는데 까다로운 심사 거쳐야 입점할 수 있다고 한다. 모든 진열대마다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었는데 특히 음식을 만들어 파는 가게는 줄이 더 길었다. 계란 판매대 앞에는 닭의 종류와 판매하는 계란의 성분 차이, 그동안 농장이 받은 상을 자랑스럽게 진열해 놓아 신뢰가 더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수제 초콜릿'이라며 포장지에 펜으로 써서 걸어 놓고는 일단 먹어보라는 자부심이 넘쳤다.
유기농 신선 과일들을 즉석에서 갈아 파는 음료 매대에는 진한 과일 향기가 바구니에 담겨 유혹하고 있었다. 중국의 향신료, 일본의 미소 된장, 베트남의 쌀국수, 인도의 카레 등 동서양의 특징 있는 식재료들을 시음하며 판매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꽃 가게에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하였던 꽃들이 수북이 있어 한참을 지켜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꽃향기에 흘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구입하기 위해 몰려 있었다.
'꽃은 언제나 곱고 예쁘다. 그 꽃 옆의 사람은 참 아름답다!'
대형마트보다 훨씬 다양한 식품들이 신선하고 맛있고 가격도 싸고 무엇보다 시식하며 구입하고, 즉석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 넓은 장소가 있어 편리했다. 10시가 넘자 곳곳에 매진 표찰이 붙어 깜짝 놀랐다.
나는 작은 빵집의 가판대 앞에 멈추어 섰다. 갓 구운 사워도우의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빵을 잘라 내어 건네주는 상인은 정직했고, 그 빵 한 조각에는 이 땅에서 자라난 밀과 햇살, 그리고 장인의 시간이 녹아 있는 듯했다. 옆에서는 유기농 치즈와 꿀을 시식하라는 권유가 이어졌다. 달콤하면서도 진득한 꿀이 혀끝을 스쳤을 때, 나는 잠시 이곳이 여행자가 아니라 ‘생활인’의 일상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간이 품고 있는 시간의 흔적이었다. 높은 천장과 철제 기둥, 어둑한 그림자가 드리운 건물 안에선 여전히 산업의 냄새가 배어 있는 듯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기계의 굉음이 아니라, 사람들의 대화와 음악, 그리고 웃음소리였다. 오래된 공간이 오늘의 시장으로 환생한 풍경은, 단순한 쇼핑 이상의 경험을 선물했다.
2. The Rocks Markets
시드니 항구 앞 서큘러 키 역에서 내려 하버 브리지 언덕 방향으로 조금 걸으면 오페라 하우스를 바라보며 위치하고 있다. 록스 지역은 시드니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의 하나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5시까지 시장이 열린다. 조용했던 도시의 골목들 사이로, 스멀스멀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상인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시장의 곡선이 드러난다. The Rocks Markets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록스 마켓에 도착해서 보니 오전에 갔었던 캐리지 웍스 파머스 마켓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은 항구 쪽에서 실려 온 날씨다. 시장의 공기는 갓 구운 빵 냄새, 삶은 옥수수의 단내, 향신료와 커피의 쌉쌀함이 뒤섞여 코끝을 자극한다. 길모퉁이에서는 기타를 든 버스커가 조용히 연주를 시작하고, 작은 무대에서는 생기 넘치는 멜로디가 돌담 사이로 울려 퍼진다.
사람들은 느긋하게 걸으며, 손에는 샌드위치 혹은 스트리트 푸드 한 접시, 입에는 미소 하나씩 담고 있다.
호주 여행 기념품을 구입하려는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록스 거리 골목에 임시 부스를 설치하고 쇼핑몰에서는 볼 수 없는 개성 있는 수제 물건들을 팔았다. 오스트레일리아 전통 그림, 골동품, 수공예품, 보석 등을 둘러보거나 구입할 수 있다. 현지인들보다 호기심에 구경하거나 예쁜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여행자들이 많았다.
오전에 갔던 캐리지 웍스 마켓은 먹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록스 마켓은 아기자기한 아이템의 수제품이 많고 버스킹도 여러 가지를 해서 구경할 것이 많았다.
점심식사시간이라 덜 붐비는 골목길로 빠져 본다. 오래된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 진한 라테를 마신다. 창 너머로는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가 인사를 건네고, 앤티크 가게의 창문에는 과거가 반짝인다.
펍(Pub)이나 음식점에서 팬케이크, 맥주, 바비큐, 초밥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고유 음식 또한 맛볼 수 있어 좋았다.
3. 패디스 마켓
아침 이른 시간엔 신선하고 갓 수확된 농산물이 중심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기념품과 생활용품을 찾아 섞여 들어온다. 짙은 햇살이 시장 천장을 뚫고 들어올 무렵, 천정 아래의 그림자와 빛이 엇갈리고, 시장은 소란스러우면서도 따뜻하게 충만해진다. 현지인들이 과일이랑 야채를 많이 사는 것을 보니 가격이 꽤나 저렴한 것 같다.
시드니 중심부 Chinatown 옆에 있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수공예품, 기념품, 액세서리, 옷가게들이 즐비하다. 골목길에서는 다양한 언어가 오가고, 향신료 굽는 냄새, 중국식 팬요리, 길거리 간식의 불맛이 뒤섞인 거리의 음악처럼 풍부하다. 기념품을 제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이다.
시내 차이나타운 끝에 있는 상설 시장이다. 대부분 중국에서 만든 호주스러운 물건을 중국 상인들이 어느 가게든 똑같은 가격으로 판다. 중간에 중국인 마사지사들이 운영하는 가게도 있어 재미있었다.
20분에 20불인데 유난히 체격이 작은 중국 여인들이 힘을 주어 덩치가 아주 큰 서양인들을 누르면 좋아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참 흥미롭다.
시드니를 대표하는 상설 시장으로, 이곳도 평일 5시까지 열린다. 차이나타운이 옆에 있어서 인지 호주 기념품 반, 중국 전통 물건들 반이다. 물건을 팔고 사는 사람들도 중국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멜버른 퀸 빅토리아 마켓보다 약간 저렴한데 종류나 품질, 어수선한 분위기에 얼른 나오고 싶었다. 소중한 사람에게 여기서 산 물건을 주고 싶지 않았다. 호주 시드니가 아닌 동남아의 변두리 시장인 줄 알 정도로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언제나 삶에 진심인
시장이 참 좋다!